덕혜(德惠)
【정견망】
명대(明代) 절강성 해염(海鹽)현에 ‘축(祝)’씨 성을 가진 ‘주사(主事)’가 있었다. ‘주사’는 관직명으로 비교적 낮은 직급의 사무관이다. 이 축주사의 집에 양치기 소년이 하나 있었는데, 나이가 겨우 열 살 남짓인데 한창 자랄 때라 식사량이 많았다.
어느 날 그는 양을 방목하고 돌아와 점심을 급하게 먹으려고 했다. 뜻밖에 밥을 하는 아주머니가 그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다. 선의의 놀림인지 악의적 놀림인지 알 수 없었다. 양치기 소년은 실망하여 떠났고, 혼자서 밭 옆에서 울었다. 이때 한 도인(道人)이 지나가다가 그가 이렇게 가엾게 우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왜 우느냐?”
소년이 흐느끼며 자초지종을 알려 주었다. 도인은 이를 듣고 품에서 검은 환약을 꺼내 소년에게 건넸는데 약은 용 눈알만한 크기였다. 도인은 약을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면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년은 배가 너무 고파서 환약을 받아 통째로 삼켰는데, 즉시 배가 부른 것을 느꼈다.
도인은 곧 가버렸는데, 떠나기 전에 남자아이에게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라”고 했다. 즉,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때부터 양치기 소년은 밥을 먹지 않았고, 5, 6일 동안 연달아 음식을 먹지 않았다. 밥하는 아주머니는 이상하게 여겨 그가 음식을 훔쳐 먹는 것이라고 의심하여 축 주사에게 보고했다. 축 주사가 양치기 소년을 불러 채찍을 때리려 하자 소년은 무서워서 도사를 만난 일을 사실대로 고했다.
축 주사는 이 말을 듣고 양치기 소년이 선인(仙人)을 만났다는 것을 알고 다음부터 다른 소년과 함께 양을 방목하도록 주선했다.
“만약 그 도사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너희들 한 사람은 도사를 못 가게 잡아놓고, 다른 한 사람은 곧 돌아와서 나에게 보고해라.”
이튿날 두 아이가 함께 평소처럼 양떼를 방목하러 갔는데, 그 도인이 실제로 다시 나타났다. 그때 다른 남자아이는 주인이 시킨 대로 급히 돌아가 보고했다. 도인은 안타까워하며 양치기 소년에게 “왜 다른 사람에게 기밀을 누설했느냐”고 물었다. 소년은 주인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도인이 앞으로 나와 한 손으로 소년의 턱을 들어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머리 위를 두드리자 양치기 소년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전에 삼켰던 검은 환약이 스스로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도인은 손을 뻗어 환을 받아 품에 넣어 보관했다. 양치기 소년은 도인을 극력 만류하여 가지 못하게 하였다.
“제게 먹으라고 했다가 지금 가져가신 흑환(黑丸)은 무엇입니까?”
도인이 대답했다.
“천상 선계(仙界)에 교리(交梨)나 화조(火棗) 등의 선과(仙果)가 있다는 것을 들어보았느냐? 이 환이 바로 화조다.”
그때 이미 다른 남자아이가 축 주사를 데리고 달려왔는데, 수백 걸음이면 도착할 듯 했다. 이때 축 주사 등은 한 가지 신기한 일을 보았다. 도인의 두 발이 점점 흙 속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축 주사가 더욱 급박하게 달려들자 그는 계속 흙 속에 가라앉아 잠깐 사이에 머리만 밖으로 드러나고 끝내는 머리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축 주사가 도착해서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땅에는 아무런 조금도 이상한 점이 없었고 아무런 구멍도 없어서 사방을 찾아다녔다.
문득 도인이 강 건너에 나타나더니 그들에게 손으로 읍을 하여 예를 표하고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도인이 《봉신연의》의 토행손(土行孫)처럼 토둔(土遁)법술로 떠났음을 알았다. 이때부터 양치기 소년은 다시 정상적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당시 소주(蘇州) 대구(戴區) 사람인 소반(蘇盤)이 축 주사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있었는데,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소주의 문인 육찬(陸粲)이 알게 되었고, 그것을 기록해 《경사편(庚巳編)》에 썼다. 기록에 따르면 양치기 소년은 화조를 얻어 배가 고프지 않았으나, 매를 맞을까 봐 두려워 도인의 당부를 어겼다. 결국 선연(仙緣)을 잃고 화조를 빼앗겼다. 이 일은 후세의 수련자들에게 반드시 두려움을 제거하고 영원히 사부의 배치를 따라야 함을 알려준다.
자료출처: 명대 고서 《경사편(庚巳編)》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