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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의 《장상사(長相思)》 별해(別解)

청풍(清風)

【정견망】

오랫동안 그리노라
장안에서
가을 우물가에 귀뚜리 슬피 울고
싸늘한 서릿발에 대자리마저 차가운데
가물대는 호롱불 밑 상념조차 끊어질 듯
휘장 걷고 달을 보며 공연히 한숨이라
꽃 같은 내 임은 먼 구름 가에 있어라
위로는 까마득히 푸른 높다란 하늘
아래로는 맑은 강 거센 물결
하늘 높고 길은 멀어 마음만 헤매이며
꿈길에도 험한 관산(關山) 가볼 수 없구나
그리고 그리노라
애간장 녹는다

長相思
在長安
絡緯秋啼金井闌
微霜淒淒簟色寒
孤燈不明思欲絕
卷帷望月空長歎
美人如花隔雲端
上有青冥之長天
下有淥水之波瀾
天長路遠魂飛苦
夢魂不到關山難
長相思
摧心肝

이백의 《장상사(長相思)–오랜 그리움》는 너무 애잔해서 한번 읽어보면 잊기 어려운 작품이다. 최근에 다시 이 시를 보면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감수가 있었다.

시를 감상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시인의 신분과 내면의 소리다. 시인은 수도(修道)하는 사람이니 즉 신(神)이 관할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로 늘 이 점을 소홀히 여겨왔는데 사실 이야말로 거의 모든 이백 작품의 ‘뿌리’에 해당한다. 그가 중국 문학사에서 아주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배후에 신(神)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신필(神筆)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너무나도 진실한 것이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 보자면 어느 가인(佳人 미인)에 대한 그리움이지만 한 층 더 깊이 들어가 당시 조정에서 쫓겨난 시인의 처지와 결합해보면 시인이 추구하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고민을 서술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중국 고전시가의 전통에서 ‘미인(美人)’이란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물을 의미한다. 그리고 ‘장안(長安)’은 이곳이 정치적인 장소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이해는 물론 한층 더 높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약 속인을 뛰어넘는 수련 층차에 입각해서 본다면 이곳의 미인은 사실 천상(天上)에 있는 진짜 고향의 가족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 시에서 이백이 표현한 것은 진정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갈망과 염원 및 그곳에 있는 진짜 자기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러나 속인 층차에서 가인에 대한 그리움이란 소재를 사용해 대단히 함축적으로 표현했는데 이 점이 바로 시인이 고명(高明)한 점이자 신전문화(神傳文化)의 깊은 내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 시는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단락부터 “꽃 같은 내 임은 먼 구름 가에 있어라.”까지다.

“오랫동안 그리노라 장안에서.”에서 ‘오래(長)’란 글자를 사용한 것이 아주 절묘하다. 이것은 아주 오래고, 영원한 것으로 일반 속인들이 말하는 이별의 고통을 뛰어넘는 것이다. 또 ‘장안’은 단지 글자 표면상의 장안성(長安城 당조唐朝의 수도 장안 도성)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우주 깊은 곳에 있는 그 집을 가리킨다. 이것은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집임을 밝힌 것이다.

시인의 거처가 절대로 화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것은 ‘가을 우물가(金井闌 역주: 우물가에 금속으로 난간을 둘렀다는 뜻)’에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내심은 오히려 적막하고 공허하다. 왜냐하면 진정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생명 속에서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자신이 들은 것 즉, 계단 아래에서 구슬피 우는 귀뚜리 울음소리를 표현했고 그 다음으로는 피부로 느낀 ‘싸늘한 서릿발’을 써서 오싹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대자리마저 차갑다(簟色寒)’는 것은 시인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눈앞에 가물대는 호롱불은 근심을 더한다. 여기서 등불을 표현하면서 외롭다(孤)고 한 것은 단지 등불만을 표현 했다기보다는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상념조차 끊어질 듯’은 정(情)으로 인한 고통을 표현한다. 이에 휘장을 걷고 바라보니 멀리 보이기만 할 뿐 다가설 순 없는 달이 보인다. 이때 시인의 마음속에 무엇을 떠올렸기에 “꽃 같은 내 임은 먼 구름 가에 있어라”라고 한탄했을까?

“장상사(長相思 역주: 직역하면 오랫동안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란 제목에 담긴 뜻이 여기에 이르러서야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 우주 깊은 곳에 있는 집과 가족들은 마치 아주 가까워 눈앞에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또 아주 멀어서 구름 가에 있다. 마치 하늘에 뜬 달처럼 바라볼 수는 있지만 다가갈 수는 없다. 이를 통해 시인이 왜 장탄식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고향을 그리워하긴 하지만 돌아갈 순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설명할 것은 이런 그리움은 사실 상호적인 것으로 고향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서 마지막까지 두 번째 단락이 이어진다. “꽃 같은 내 임은 먼 구름 가에 있어라.” 구절에 이어 여기서는 아주 쉽게 마치 꿈에 놀러간 것 같은 형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마치 굴원(屈原)이 《이소(離騷)》에서 ‘여인을 구하는(求女)’ 것과 비슷하다. 시에서는 꿈에 혼(魂)이 날아가 그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하늘은 높고 길은 멀다. 위로는 아득히 먼 높은 하늘이 있고 아래로는 물결이 동탕치는 푸른 물이 있으며 게다가 또 첩첩의 관산이 있으니 비록 끊임없이 추구할지언정 진정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층차와는 차이가 너무나도 멀다.

그러므로 마지막에 “그리고 그리노라 애간장 녹는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애간장이 녹는다”는 것은 그만큼 정이 깊은 것을 표현하며 또한 되돌아가려는 바람이 얼마나 강렬한지 표현한 것이다. 또한 “상념조차 끊어질 듯(思欲絕)”이란 구절과 대응한다.

시인은 수련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정(情)이란 내려놓아야 하는 물건임을 잘 알지만 여기서 “끊어짐(絶)”이란 속인처럼 정에 죽고 정에 사는 그런 것이 아니다. 비록 비통하긴 하지만 절대 위축되지 않는 그런 태도로 일종 적극적으로 되돌아가려는 태도를 말한다.

이 시는 형식이 가지런하고 문자의 기교가 탁월해서 반본귀진(返本歸真) 하려는 불성(佛性)을 강렬하면서도 유감없이 표현해냈다.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