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걸(倫傑)
【정견망】
그날,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줄을 서 있었는데 무언가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앞에 책상이 있고, 책상 맞은편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우리 집 주소를 확인하더니, 나더러 책상 위에 있는 종이 상자를 가리키며 “가져가세요”라고 말했다.
내가 상자 안에 한 세트 책이 놓여 있는 것을 봤는데, 바로 내가 읽고자 갈망했던 그 명작 세트였다!
나는 반색하며 책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속으로 ‘소원이 성취되었다! 소원이 성취되었어!’라고 여겼다.
노인은 또 나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곧 다음 사람을 상대했다.
나는 책을 들고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돌아갔는데 마음이 좀 들떠 있었다.
한참을 가다가 문득 생각났는데, 노인이 마지막으로 뭐라고 했더라? 그는 2주 후에 나를 찾아와서 돈을 받겠다고 말했다. 아! 이 책은 내가 구매한 책이 아니다! 대여한 것이다!
2주밖에 안 남았다고? 나는 가슴이 움찔했고 꿈에서 깨어났다.
이 꿈을 되새겨보니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책을 구매하는 것과 책을 빌리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수련과는 또 무슨 관계가 있는가?
책을 구매하면 사람을 쉽게 만족감을 주고 즐겁게 만든다. 즉 이 책은 내 것이니 마음이 아주 든든하다.
언제든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는데 일찍 보든 늦게 보든, 심지어 보지 않고 장식으로 삼아도 된다.
이것이 바로 중사(中士)가 도를 들으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닌가?
하지만 책을 빌린다면 당신은 그 노인과 일종의 계약을 한 것이다. 사실은 당신 자신과 계약을 맺은 것이다. 즉 2주 안에 서둘러 이 책을 읽도록 독촉한다.
때문에 당신을 부지런하게 만드는데 심지어 2주 안에 한 번 이상 볼 수도 있다.
이것은 상사(上士)가 도를 들으면 근면히 행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비유하자면, 책을 구매하는 심태는 과거의 수련에 해당한다. 머리를 깎고 출가해서 산에 들어가 수도(修道)하는데 인생의 길이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적당히 중 노릇을 하기 쉽고, 결국 (수련 성취하지 못해) 복보(福報)를 받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책을 빌리는 심태는 마치 정법 수련에 대응하는 것 같은데 인생이 결정되지도 않고 무슨 보험에 든 것도 아니며 한번 고생한다고 해서 영원히 편한 그런 것이 없다.
정반대로 정법 수련에는 계약과 진행 과정, 시간제한이 있음을 당신은 안다. 당신의 산만함이나 태만을 용납할 수 없다.
책을 말하자니, 나는 곧 《전법륜》이라는 보서(寶書)가 떠올랐다.
나는 줄곧 이 보서는 내가 사서 청(請)해온 것이니 내 것으로 생각해왔다.
이때 나는 문득 이 보서는 내 것이 아니며 또한 내가 사서 청해온 것이 아니라 사부님 그곳에서 자신의 생명 및 내가 대표하는 중생의 목숨을 담보로 맡기고 빌려온 것임을 깨달았다.
이 보서는 언젠가는 사부님께서 회수하실 것이다.
그 전에 나는 과연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외우며, 얼마나 동화할 수 있을까?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71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