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뢰(徐磊)
【정견망】
사람들이 사건을 판단할 때 흔히 물증과 증인을 요구한다. 하지만 때로는 간단한 기교만으로도 명확히 시비를 가리는 경우도 있다.
삼국 시대 오나라의 2대 황제 손량(孫亮)이 서쪽 정원을 지나며 생매실을 먹다가 환관을 창고에 보내 매실을 담글 꿀을 구해오라고 했다. 그런데 꿀 속에 쥐똥이 들어 있었다. 손량이 창고 관리자들을 불러 심문하게 하자 관리들은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손량은 창고 담당자에게 물었다.
“환관이 네게 꿀을 달라고 했느냐?”
창고 담당 관리가 대답했다.
“아까 환관이 꿀을 달라고 했지만 감히 주지 못했습니다”
환관은 죄를 인정하지 않자 궁궐 관리인 조현(刁玄)과 장빈진(張邠陳)이 말했다.
“환관과 창고 담당 관리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으니 사법 기관에 넘겨 철저히 조사하게 하십시오.”
그러자 손량이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손량은 사람을 시켜 쥐똥을 갈라보게 했다. 손량은 웃으며 조현과 장빈진에게 말했다.
“만약 쥐똥이 전부터 꿀 속에 있었다면 안과 밖이 모두 축축해야 하는데, 지금은 겉은 젖고 속은 마른 것을 보니 환관의 짓이 틀림없다.”
[역주: 환관이 사적으로 꿀을 달라고 요구하다 들어주지 않자 일부러 쥐똥을 꿀에 넣어 창고 관리자를 모함한 것이다.]
이에 환관이 스스로 자백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손량이 시비를 가린 방법이 간단하고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그에게 순발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게 공정한 마음이 있고 사심(私心)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사심이 있기 때문에 증언이란 흔히 편파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친한 사람은 편애할 것이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은 거짓으로 비난하게 마련인데 설사 고의는 아닐지라도 공평하기란 아주 어렵다.
손량의 방식은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결과만 바라보는 것이다. 담담하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살아가면서 사실 많은 일들이 모두 아주 간단하다. 고의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히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혼란을 틈타 한몫 보려는 것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현재 많은 회사에서 물건을 구매하거나 프로젝트를 할 때면 꼭 입찰을 진행한다. 그런데 왜 그 자리에서 입찰서를 열 수 없는가? 입찰서는 반드시 나중에 열어야 하는가?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하지만 종종 무슨 거창한 구실을 대면서 신중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사심(私心)을 가진 사람은 단순한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솔직하고 공정한 사람은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든다. 사람 마음이야말로 모든 것의 핵심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71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