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보
의사(醫師)에 관해 말하자면 의덕(醫德)과 수양(修養)을 중시하고 직업도덕을 존중하며 직무에 충실하고 정성을 다해 병자를 진료하고 치료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응당 한가지 표준이 있다. 의사의 일신(一身)은 병자의 안위와 관계되므로 절대로 부주의하게 대충대충 하려하면 안 된다. 맥진(脈診)과 설진(舌診)을 하여 진단하고 병의 원인을 문진(問診)하여 음식이나 생활습관을 확인하고 혹 독(毒)에 상하였는지 따져보는 등 응당 자세히 살펴보아야지 절대로 화려하거나 기교적인 말로 대충 하면 안된다. 어떤 의사는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치료하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를 치료하며 단지 그 한가지만 공격할 뿐 다른 것을 보지 않아 옛병이 낫기도 전에 다시 새로운 병이 생기는 나쁜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환자의 심리상태와 정서를 잘 파악하는 일은 외감질병을 치료하는 것 보다 더 어렵다. 만약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문제가 교묘하여 정확한 대답을 얻기 힘들며 어떤 경우는 전정한 병의 원인을 알기가 아주 어려워서 치료를 진행할 방법이 없게 된다.
역대의 명가(名家)들은 모두 의학을 인술(仁術)로 보고 병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잘 보살펴서 성의를 다하고 지혜를 다하여 전력으로 치료할 것을 요구하였다. 손사막은 빈부와 귀천을 구분하지 말고 동등하게 볼 것을 주장했는데 “무릇 대의(大醫)가 병을 치료함에 있어 반드시 정신을 안정시키고 욕심이나 구하고자 하는 것이 없이 먼저 크게 자비롭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내어 중생들의 고통을 널리 구하고자 원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였다. 친하거나 친하지 않거나 귀천을 막론하고 병인을 마땅히 자신의 친척이나 친구로 간주하여 대해야한다. 의사는 마땅히 일체의 사심과 잡념을 버리고 연령의 많고 적음이나 용모의 미추, 총명한지 우둔한지, 어느 민족에 속하는지, 성격의 특성은 어떠한가를 묻지 않고 모두 정성스럽게 진료하고 치료해야 한다.
병을 치료함에 있어서는 또한 친한가 친하지 않은가를 불문하며 설령 오랜 원한이 있는 집안이라도 절대 진료를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한가지 예를 소개한다.
원대(元代)의 주진형(朱震亨)은 스스로 나서서 가난한 집안을 찾아가 진료하였으며 처지가 딱하여 호소할데 없는 병자들을 더욱 잘 살폈다. 반대로 거만하게 남을 깔보는 부유하고 귀한 사람은 맞이하러 나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업신여겼다. 한번은 권세 있고 부유한 집에서 작은 병으로 왕진을 청하였는데 중정에 꿇어앉아 삼품의 호위병들에 둘러싸였다. 선생이 맥을 짚고 나서 아무말도 없이 나오자 하인이 쫓아와 묻기에 선생이 답하기를 “석달후면 귀신이 될 터인데 어찌 그리 교만한가?”라고 하였다.
병을 치료함에는 속도를 귀하게 여긴다. 아주 위급한 순간에 병가에서 왕진을 청하면 어떠한 곤란과 피로를 돌아보지 않고 바로 진료하였다. 손사막은 치료를 구하는 환자가 원하면 반드시 응답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곤란함이나 밤낮, 추위, 더위, 허기, 갈증, 피로를 불문하고 한마음으로 달려가 구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원대의 주진형은 또한 길이 아무리 멀어도 꺼리지 않고 청이 있으면 반드시 갔다. 사방에서 질병으로 진료를 원하는 사람들이 하루라도 허탕치는 일이 없도록 선생은 가지 않은 적이 없다. 비록 눈비가 내려 길이 끊길지라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말하기를 “병자에게 있어서 일각(一刻)은 일년(一年)과도 같은데 내 어찌 안일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여 병가에서 약을 구하면 댓가를 따지지 않고 보수를 따지지 않았으며 곤궁하여 호소할데 없는 사람은 초청을 기다리지 않고 갔으며 곤궁하여 고통스런 환자는 마중나가 영접하였다.
그러므로 역대의 의가들이 제자를 선택하고 의술을 전수하는데 있어 모두 마음이 정성스럽고 뜻이 전일한 사람을 선택하였다. 설사 명의의 자손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가학(家學)을 이어받은 것은 아니다.
명대의 저명한 소아과 의사인 만전(萬全)은 모두 10여명의 아들이 있었으나 한 명도 부업(父業)을 잇지 못했고 청대의 명의 섭천사(葉天士)는 임종시에 아들들에게 간곡히 고하기를 “의학은 할 수도있고 안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총명하게 타고 나고 만권의 책을 읽은 연후에야 가히 세상을 구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살인을 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므로 약이란 칼날과도 같다. 내가 죽으면 자손들은 감히 경솔히 의학을 말하지 말아야한다”(《청사고(淸史稿) 섭계전(葉桂傳)》) 고 하였다.
이 말은 사람으로 하여금 깊이 생각해 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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