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자
【정견망】
어느 날 저녁, 큰언니(동수) 집에 갔는데 언니는 집에 없고, 큰형부(동수)가 말했다.
“그 사람 시댁 큰동서가 시골에서 채소를 좀 보냈는데, 채소를 가져온 사람이 전화해서 X역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 사람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니, 언니가 채소를 가지러 나갔나 봐.”
형부는 내게 불만을 토로했다.
“겨우 채소 한 단 때문에 두 시간이나 허비하다니, 중간에 차를 2번이나 갈아타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 마음은 버리기 어려워.”
옆에 있던 아들(동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엄마는 참깨를 줍느라 수박을 버리는 격이에요. 그 채소 한 단을 차라리 받지 않는 것이 낫지, 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차라리 집에서 법공부를 해서 제고하는 것이 낫겠어요.”
나 역시 좀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언니는 매우 정진하고, 매일 두 강씩 법을 공부하고, 가부좌도 두 차례 하며, 틈만 나면 거리에 나가 진상을 알린다. 그런데 어찌 채소 한 단이란 작은 이익심(利益心)조차 내려놓지 못할까 생각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 같으면 캄캄한 밤에 채소 몇 단 받으러 그 먼 길을 가진 않았을 텐데. 그럴 가치가 없잖아. 차라리 채소를 받지 않거나 버리면 그만이지, 그렇게 먼 길을 받으러 가진 않을 거야.’
언니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9시가 넘었다. 그녀는 천 가방에서 부추, 시금치 등을 한 단씩 꺼냈는데, 모두 5근(약 2.5kg)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시들어서 싱싱하지 않은 초겨울에 마지막으로 수확한 것이다.
언니가 말했다.
“이깟 채소 몇 단이 얼마나 하겠니? 내가 이 채소 때문에 간 게 아니란다. 큰아주버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어 큰형님이 혼자 외롭다 보니 나하고 가까이 지내려 하시는 거지. 내가 그분께 대법 진상을 알려드렸단다. 여든이 넘는 나이에, 채소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야. 백 리가 넘는 곳에서 인편에 채소를 보내신 걸 보면, 이 일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신 거지. 당신이 직접 키운 채소를 귀한 선물처럼 보낸 건데 내가 가지 않으면 서운하셨을 거야. 연세가 많으신 분이니, 내가 마음을 상하게 할 수는 없잖니. 그분 마음을 헤아려 드려야 해. 채소를 받고 나서 전화를 드리니 아이처럼 기뻐하셨어.”
불과 몇 마디 안 되는 짧은 말이었지만, 나는 언니의 높은 경지에 탄복했다. 언니는 채소 한 단을 가지러 간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닦은 것이다. 일은 비록 작지만, 경지는 작지 않고, 선심(善心)으로 남을 위한 것이다. 무엇이 수련인가? 그저 법 공부만 한다고 수련인가? 실천할 수 있어야 수련이다. 나 역시 이런 사소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일들에 부딪히면, 늘 무시해 버렸고, 때로는 다른 사람이 어떤 ‘의미 없는 사소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비판하며 배후의 빛나는 점은 무시했다. 사람이란 자신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수련이란 곧 관념을 개변하는 것이고, 마음을 반드시 다른 사람을 위하는 데에 두어야 하며, 점차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금씩 이 층 사람 껍데기를 벗고 신(神)에 다가가는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9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