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악
【정견망】

남송(南宋) 시기의 제공(濟公) 스님은 신통(神通)이 광대해서 항주 정자사(淨慈寺)의 오래된 우물로 나무를 옮겼다는 전설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200여 년 전인 북송(北宋)의 명장 양연소도 하북 용천사(龍泉寺)에서 이와 비슷한 신적이 있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이 바로 “오래된 우물에서 나무가 솟아난(古井生木)” 전설적인 이야기다.
지극한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오래된 우물을 뚫다
오늘날 하북성 패주시(霸州市) 신안진(信安鎮)은 예전에 ‘어구관(淤口關)’이라 불렸는데, 이는 송대 명장 양연소가 진수(鎭守)했던 세 개의 관문 중 하나다. 이곳에 용천사라는 절이 있는데, 이 절은 요(遼) 천록(天祿) 연간(947년 9월~951년 9월)에 처음 지어졌으며 원래 이름은 용화사(龍花寺)였고, 원조(元朝) 이후 용천사로 되었다. 절 안에 두 개의 우물이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이 물은 맛이 아주 좋을 뿐만 아니라 마르지 않아서 성 전체 수만 명의 백성이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두 우물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양연소가 직접 판 것이다.
어느 날, 양연소가 부대를 이끌고 요나라 군대를 격퇴하던 중 마침 이곳을 지나게 되었다. 당시 어구관에는 우물이 매우 적었고, 마침 가뭄까지 겹쳐 백성들이 성 안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우물 주위에 모여 물을 길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연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성 안에 이렇게 많은 군인과 백성이 살고 있는데 수원(水源)이 너무 부족하구나.’ 그리하여 장수들과 함께 백성들을 돕기 위해 우물을 파기로 결심했다.
우물을 파기로 결정한 후, 양연소는 직접 수맥을 조사했는데, 마침 두 줄기의 수맥이 성내 용천사 쪽으로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양연소는 군사들과 함께 절 안에서 땅을 파기 시작했고, 성내 백성들도 소문을 듣고 함께 와서 우물 파는 것을 도왔다. 그러나 며칠 동안 두 개의 우물을 수십 장 깊이로 팠는데도 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모두 기운이 빠져 더 이상 파기 어렵다고 여겼다. 하지만 양연소는 포기하지 않고, 모두에게 쉬라고 한 뒤 홀로 계속 아래로 팠다.
그날 밤, 양연소는 홀로 절에 가서 참배하며 신불(神佛)께 백성을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히 빌었고, 다음 날 낮에 또 계속 우물을 팠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마침내 천안(泉眼 샘의 근원이 되는 곳)을 발견했고, 갑자기 맑은 샘물이 우물에서 솟아 나왔다. 양연소가 우물 밖으로 기어 올라왔을 때, 물은 이미 우물의 절반 이상 차 있었다.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가족을 데리고 와서 물을 길었다. 이 물은 달콤할 뿐만 아니라 마르지 않고 계속 솟아나는 듯했다. 사람들은 모두 양연소가 신불을 감동시켜 동해 용왕이 명을 받고 와서 물을 보내주었다고 입을 모아 전하며, 이 두 우물을 “용천(龍泉)”이라 불렀다. 그 후 백성들은 자발적으로 양연소를 위해 행관(行館, 임시 거처)을 짓고 양가 장수나 병사들이 이곳에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양연소가 어구관에 있다는 소식을 요군 장수 한창(韓昌)이 알고는 5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와 지난번의 치욕을 갚으려 했다. 이때 관내 군사는 수천 명에 불과했다. 양연소가 소식을 듣고 성벽에 올라가 보니, 요나라 대군이 새카맣게 어구관 전체를 에워싸는 것을 보았다. 양연소는 관을 사수할 것을 명령하는 동시에 봉화를 피우고 비둘기를 보내 지원군을 요청했다.
이때 요군 사령관 한창이 성벽 위의 양연소를 멀리서 보고는 크게 소리치며 싸움을 걸었다. 양연소는 기세에 밀리지 않고 대답했다.
“한창! 능력이 있다면 당장 공격해 봐라!” 이어서 도발적인 말을 했다.
한창이 참지 못하고 손에 든 탁천차(托天叉 역주: 삼지창의 일종으로 한창의 무기)를 휘두르며 요나라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올라가라! 오늘 이 성을 함락시키자!”
이때 수많은 요나라 병사들이 우르르 성 앞으로 달려갔고, 양연소는 활을 쏘라고 명령하고 자신이 직접 첫 화살을 쏘았다. 그의 활 솜씨는 정확하고 위력이 강해, 화살 하나로 여러 명을 연속으로 꿰뚫었다. 요나라 병사들은 양연소의 신궁(神弓) 솜씨를 본 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창은 이를 보고 크게 꾸짖으며 외쳤다.
“너희 중 누가 뒤로 물러나면 당장 목을 베어 버리겠다!!”
요나라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계속 전진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싸웠고, 송군의 화살은 점점 줄어들었다. 양연소는 요나라 병사들이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쏘라고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나라 군사가 너무 많아 화살 하나에 한 명을 맞춘다 해도 오래 버티기는 어려웠다. 이때 성내 백성들은 수비군이 전황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의 무기를 들고 와서 함께 성을 지키며 지원했다.
전투 중에 백성들이 양연소에게 말했다.
“원수님, 요군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 저희 집을 헐어 대들보를 뽑아 수성용 뇌목(檑木, 고대 전쟁 시 높은 곳에서 밀어 떨어뜨려 적을 타격하는 긴 둥근 나무)으로 사용하십시오!”
오래된 우물에서 나무가 나오고 신적으로 적을 물리치다
그러나 양연소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심으로 백성들의 집을 헐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백성들이 다시 말했다.
“원수님, 빨리 명령을 내리십시오! 성을 지킬 수만 있다면 저희 집을 헐더라도 나중에 다시 지을 수 있습니다.”
양연소는 어쩔 수 없이 군사들에게 말했다.
“나를 따르라! 우리가 먼저 양가 행관을 허물자!”
그는 군사들을 이끌고 행관을 허물었고, 대들보 하나를 뽑아 성문으로 달려가는 중 용천사 우물을 지나다가 묘안을 떠올렸다. ‘이 나무가 너무 가벼우니, 우물물에 담가두면 무거워져서 뇌목으로 던질 때 더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나무를 우물 속에 넣어 물을 먹게 했다. 이때 그는 혼잣말로 말했다.
“용천아, 용천아! 네가 나무를 만들어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성들이 성을 지키기 위해 집을 허는 수고를 덜 수 있을 텐데.”
뜻밖에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천에서 정말로 나무 한 그루가 떠올랐는데, 방금 넣은 나무와 똑같은 것이었다!
양연소는 크게 기뻐하며, 급히 집을 헐러 가던 백성들을 불러 모두 이 두 용천에서 나무를 뽑아 쓰도록 했다. 그 결과 정말 신기하게도 나무가 계속 솟아나 마르지 않고 무한정 얻을 수 있었다.
양연소.(구루이전)
양연소는 성에 올라 군사들에게 뇌목을 던져 적을 막으라고 명령했다. 이때 갑자기 광풍이 크게 불고 천둥 번개가 쳤는데, 던진 뇌목들이 번개에 맞아 하나하나 불이 붙었다. 뇌목에 맞은 요나라 병사들은 불에 타며 울부짖었고, 죽거나 다쳤으며, 모두 겁에 질려 혼비백산 도망쳤다. 한창이 아무리 소리쳐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요군의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쳤고, 한창은 어쩔 수 없이 퇴각했다.
양연소 군대가 연이어 겪은 몇 차례의 기적은 북송 조정 전체를 놀라게 했다. 황제는 팔현왕(八賢王) 조덕방(趙德芳)을 특사로 파견해 어구관에 가서 장수와 백성들을 위로하게 했다. 양연소는 부처님을 믿고 도를 숭상하는 팔현왕을 모시고 용천사로 가서 참배했다.
용천사는 불교 사찰로, 서방삼성(西方三聖)과 십팔나한(十八羅漢) 등 여러 신을 모시는 외에도 정전에 미륵보살, 즉 미래불(未來佛)을 모시고 있었다. 불경에는 미래불인 미륵이 말세에 하생(下生)하여 중생을 구도하고 세상을 구원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팔현왕은 참배 후 호탕한 불은(佛恩)에 감탄하며 말했다. “하늘이 송을 멸망시키지 않는 것은 실로 용천 덕분이다!”
당나라 705년 미륵보살상. (공유 영역)
그 후 팔현왕은 조정에 아뢰어 이 두 우물을 ‘어정(御井)’으로 봉하고 군사를 파견하여 지키도록 했다. 양연소의 오래된 우물에서 나무가 솟아난 신비한 이야기는 그 지역에 천 년 동안 전해 내려왔다.
부기(附記): 이 두 용천은 문화대혁명 시기 중공이 파견한 홍위병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현지 백성들이 우물 하나를 되찾았지만 이미 메워지고 봉쇄되어 기념물로만 남아 있을 뿐, 더 이상 샘물이 솟아나지 않는다.
참고자료:
《양가부세대충용통속연의(楊家府世代忠勇通俗演義)》 명나라 작자 미상 저, 진회묵객(秦淮墨客) 교열
《양육랑위진삼관구(楊六郎威鎮三關口)》 하북인민출판사 1984년 출판, 조복화(趙福和), 이거발(李巨發) 등 수집
《양가장외전(楊家將外傳)》 하북소년아동출판사 1986년 출판, 조운연(趙雲雁) 수집 정리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607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