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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玄木記) 시즌 2 (7)

화본선생

【정견망】

정화군의 원신(元神)이 삼계에 와서 몇 생을 전전했는지는 잠시 접어두고, 네 번째 생에 인간 세상의 로마에 환생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그 당시 로마 제국은 빈부 격차가 매우 컸다. 왕족이나 귀족의 생활은 매우 사치스러웠으나, 많은 일반 백성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야 했다.

그곳은 아주 가난한 마을이었다. 이미 세 아이가 있는 한 가정에 오늘 또 하나의 작은 생명이 찾아왔는데, 바로 딸아이였다. 이름은 엘리아라 지었다.

엘리아는 영리하고 말도 잘 들었을 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매우 아름다웠다. 바다색 눈동자에 희고 고운 피부, 금빛 곱슬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이 너무 가난했기에 엘리아는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사창가로 팔려 가고 말았다.

엘리아가 바로 정화군의 전생(轉生)이었다.

정화군이 전생한 순간부터 혜희와 여러 신관의 눈은 한시도 인간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모든 것이 미리 안배된 대로라지만, 정화군이 열두 살에 억지로 사창가에 팔려 가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며 많은 신들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엘리아는 비록 사창가에 몸담고 있었으나 선량하고 순진(純真)한 본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주 달과 별밤을 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곤 했는데, 마치 저 멀리 하늘 끝에 어떤 그리움이라도 둔 듯했다. 그녀는 늘 죄책감을 느끼며 어찌할 도리 없는 현실에 무력해했고, 하늘가로 날아갈 수 있는 새들의 자유를 부러워했다. 그녀는 자주 왜 자신의 운명이 이런지 스스로 묻곤 했으며,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

삶은 그녀에게 답을 주기는커녕 또 한 번의 큰 타격을 주었다. 엘리아가 병이 들어 쓰러졌는데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엘리아의 미모는 워낙 유명했기에 한 백작도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날 백작은 화려한 마차를 보내 그녀를 데려오게 했다.

엘리아는 웅장하고 화려한 백작의 저택에 도착했다. 저택 안에는 성대한 연회가 차려져 있었고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본 요리가 나오기 전 전채 요리만 해도 홍합, 살찐 닭, 굴, 해파리, 사슴 갈비, 자주 조개(紫貝), 작은 새 등등이 있었고, 본 요리로는 암퇘지 유방, 멧돼지 머리, 생선, 오리, 쇠오리, 멧토끼, 닭, 과자와 단 음식 등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들은 거의 매일 밤 시끄럽고 음란한 술잔치에 빠져 지냈다. 무희들의 유혹과 즐거운 음악에 도취하여 연회는 금방 무절제한 광란으로 변했다. 식욕을 채우기 위해 기름기가 번드르르한 왕공 귀족들은 구토를 해서라도 위를 비운 뒤 더 많은 음식을 맛보려 했다.

엘리아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가증스럽고 역겨워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고, 돌아온 뒤 병이 더 깊어졌다.

병이 깊어지자 인간 세상의 인심이 얼마나 차가운지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사창가 같은 곳에서 진정한 온기와 사랑이 얼마나 있겠는가? 병상에 누운 엘리아는 마음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창가의 하녀가 그녀에게 한 사람이 그녀를 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주었다.

“오, 가여워라. 병이 정말 너무 깊구나.” 하녀는 병상의 엘리아를 걱정하며 말했다.

“아마 그분만이 너를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니? 38년 동안 마비되었던 사람을 낫게 하고,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던 사람에게 빛을 보게 해주셨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다는구나. 정말 고난 속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신인(神人)이셔! 이틀 뒤에 그분이 이곳에 오셔서 도(道)를 전하신다니, 어쩌면 살 기회가 될지도 몰라, 엘리아!”

엘리아가 희미하게 눈을 뜨자 “포기하지 마라, 얘야. 예수님께서 오실 거야.” 하녀가 다정하게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엘리아는 마음속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생기는 듯했으나, 곧이어 생각했다.

‘나는 그저 창녀일 뿐인데, 사람들을 구하는 신적인 분께서 나같이 더럽고 미천한 사람을 구해주실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눈물이 다시 베갯잇을 적셨다……

다시 천상으로 돌아가자.

혜희는 이 장면을 보며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자신의 어머니는 그토록 성결하고 위대한 신이었는데, 지금은 먼지처럼 비천해진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혜희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중얼거렸다.

“예수? 그럼 그분이 바로 복서국 왕자겠구나! 요즘 줄곧 어머니만 지켜보느라 그 왕자님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

혜희가 시선을 고정했다. 아득한 교외, 잡초가 우거진 곳에서 하얀 옷을 입은 한 유대인이 상처 입은 어린 양을 붕대로 감싸주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예수였다.

혜희는 그 뒷모습이 왠지 낯익다고 생각하며 자세히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상에! 벨라의 오빠잖아! 세상에, 그분이 바로 복서국 왕자였구나!”

혜희가 왕자 전하를 자세히 살펴보니, 용모와 눈빛은 변하지 않았으나 얼굴에 연륜과 고단함이 묻어 있어 신이었을 때의 빛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구나. 내가 가보고 싶어 하던 그 신비로운 나라가 바로 복서국이었어.”

혜희는 처음으로 인연의 현묘함을 느꼈다. 신에게는 미혹이 없기에 인연이 오고 가는 이런 선(線)을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인연만큼은 혜희도 어리둥절했다. 어렴풋하게나마 자신보다 훨씬 더 지혜로운 힘이 이 인연의 선을 잇도록 도와주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겉으로는 우연처럼 보이는 지점에서 기묘한 일들을 겪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우연’과 ‘공교로움’들이 선으로 이어졌을 때, 모든 것이 이토록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여 마치 안배된 대본이 조금씩 상영되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또 누가 안배한 것일까? 또 왜 이렇게 안배한 것일까? 의혹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으나 여전히 알 길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탄식하며 말했다.

“우리가 사람의 운명을 안배했는데, 또 누가 우리를 안배한 것일까?”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