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계항
【정견망】
마채가 마천국에 돌아온 지 3년 후, 즉 첫 번째 금탑(피라미드)이 완성된 지 9년째 되던 해에 마채는 꿈속에 또 거대한 부처님(거불)을 보았다. 거대한 부처님이 자비롭게 그녀를 보았는데 마채는 희열과 감격이 충만했다.
마채는 오빠에게 이 꿈을 말하고 불상을 보았다고 하며 매우 격동했다. 마락이 듣고는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나는 서 있는 불상은 본 적이 없는데 네 설명을 들어보니 익숙한 것 같다. 나는 부처님이 줄곧 우리를 보호하고 계셨다는 것을 믿는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더라도 말이야.”
문미가 말했다. “아직 기억해요, 불탑이 완성 되려할 때 바위층이 저절로 닫혔고 제단이 하나 나타났는데 그 위에 ‘십년 제단이 열리면 다시 금탑을 짓는다’고 쓰여 있었지요, 이 글자는 비록 사흘 후에 사라졌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금탑을 또 짓고 불탑을 조성하라고 일깨워 주었습니다.” 마락, 마채는 마음에 진동이 일어났으며 서로 한번 쳐다보고 좀 생각에 잠겼다.
마채는 늘 그 거불을 생각하다 마락에게 말했다. “오빠, 나는 그 거대한 불상을 마땅히 모셔야 할 것 같아요. 이 생각은 갈수록 강렬해져서 사제를 만나 우리를 위해 이 문제를 결정해달라고 해야겠어요.”
마채는 사제에게 자기가 본 불상에 대해 말했다. 사제는 “우리나라에 또 금탑을 건립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가장 큰 금탑에 위대한 부처님을 모셔야 합니다. 부처님의 광휘는 세상의 모든 구석진 곳을 다 비출 겁니다. 공주님은 곤륜을 찾아 가서 그와 불상을 주조하는 일을 상의하세요.”
곤륜(崑崙)은 당시 언어로 “높고 크다”는 뜻이다. 곤륜은 노장인 곤아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솜씨가 좋았으나 말이 어눌했다. 금탑에 바치는 신상은 그가 사람을 이끌어 조각한 것이다. 곤륜의 아내는 일년전 병을 얻어 떠나고 곤륜은 부모와 6살 난 딸 약련과 함께 살았다.
마채는 곤륜을 만나 자기가 본 거대한 부처님에 대해 설명했다. 곤륜은 진동하더니 마채에게 말했다. “공주님, 마음을 차분히 하시고 불상을 한번 그려보시지요.”
마채는 돌아간 후 심태를 순정히 하고 불상을 그렸다. 그녀는 그 그림을 가지고 곤륜을 만났는데 곤륜은 마채를 조용한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은 곤륜이 수련하는 장소로서 넓고 깨끗했으며 마채는 한 폭의 하얀 천이 네모난 틀을 덮고 있는 것을 주의했다. 눈동자도 움직이지도 않고 흰 천을 주시하며 생각했다. ‘여기에 어떤 현기(玄機)가 숨어 있을까?’ 곤륜이 천을 가볍게 내리자 마채의 눈에 거대한 부처님의 그림이 나타났는데 자기가 본 모양과 꼭 같았다. 마채는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곤륜은 공주의 표정을 보고 위안의 미소를 지었다.
마채는 불상에 절을 한 후 자기가 그린 불상을 펼치며 곤륜에게 말했다. “우리가 그린 불상이 꼭 같군요.” 곤륜이 공경하게 불상을 받아들고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씰룩거리더니 말했다. “저는 위대한 부처님을 그릴 수 있도록 간절히 부처님의 가지를 청했습니다. 저는 여태 이런 불상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매우 익숙합니다. 불상은 저를 진감시키며 감동시킵니다.”
마채는 궁에 돌아가 오빠부부에게 곤륜이 그린 불상에 대해 말했다. 마락과 문미는 놀라워하며 가보고 싶어했다. 태자인 마기도 그 말을 듣고 따라 가려고 했다. 그래서 왕실 일가 4인은 곤륜이 있는 곳으로 갔다.
곤륜은 국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 황급히 절을 했지만 마채가 말렸다. 그들은 정실로 들어가 불상을 보았다. 마락과 문미는 환희와 진감의 느낌으로 불상에 예불했으며 마기는 “위대한 부처님 너무나 위대합니다.”하고 끊임없이 절을 했다.
정실에서 나온 후 마락은 불상을 본 후의 아름다운 느낌에 빠져 있었다. 곤륜이 그들을 방에 모시자 마락은 곤륜도 앉으라고 했다. 곤륜이 사양하자 마락이 말했다. “위대한 부처님 앞에서 우리는 평등하며 차별이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부처님의 아이들입니다.” 곤륜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 이들은 함께 앉아서 불상을 본 후 아름다운 느낌에 대해 말했다. 마락은 거불을 주조한 큰 일을 곤륜에게 들려주었다.
태자 마기는 어른들이 일을 상의하는 것을 보고 방에서 나갔다. 마당에서 한 소녀를 보았는데 이목구비가 청수하고 상냥했다. 소녀는 그를 보자 말했다. “큰 오라버니, 우리 아빠를 만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어른인데 당신도 우리 아빠를 만나러 왔어요?” 마기는 어른 음성을 흉내내며 “그렇소, 나는 어른이다, 내가 너보다 더 크니.”라고 말했다. 소녀는 즐겁게 웃었다. 두 아이는 곧 친해졌다. 마기는 소녀의 이름이 약련이고 곤륜의 딸임을 알았다. 약련은 마기를 데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곳으로 데려갔고 자신이 빚은 작은 작품을 마기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작은 동물과 사람이 있었다. 마기는 놀라며 말했다. “이것을 모두 네가 만들었니? 정말 기묘하네.”
한편 일을 상의한 어른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마기와 약련을 보았다. 마채는 약련을 보자마자 첫눈에 좋아졌다. 약련은 눈앞이 밝아졌고 오늘 온 손님은 보통이 아님을 느껴 손님들을 향해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 아이의 행동거지에 청아한 풍모가 있어 마채는 놀랐다. 약련은 손님이 작별할 때 좀 섭섭했다. 마기는 모친에게 말했다. “엄마, 내일 동생을 왕궁에 데려 와서 같이 놀아도 되요?” 문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궁에 돌아온 후 마채는 약련을 염려했다. 밤에 마채가 꿈을 꾸었는데 선인이 하늘 구름사이에서 소요하고 있는데 연못에 연꽃이 부드럽게 피었다. 그중 한 송이 꽃이 매우 영성이 있어서 자유로이 활동했다. 늘 연못에 뛰어다니며 놀았다. 때로는 아름다운 선인 옆에 날아갔다. 이 신선은 오색의 옷을 입었고 머리에 연꽃이 돌고 있었으며 시녀들이 그녀를 오채연후(五彩莲后)라 불렀다. 연후는 날아온 연꽃을 손 끝에 받치고 숨을 훅하고 불자 연꽃이 저절로 돌았다. 시일이 길어지자 날아온 연꽃 속에서 한 소녀의 형상이 나타났는데 자색 옷을 입었다. 가끔 날아와 놀았으며 연후는 그녀를 자련(紫莲)이라 불렀다.
마채는 단번에 꿈에서 깨어나 꿈이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다. 좋은 느낌을 다시 체험하고 싶어 얼른 잠을 잤는데 오히려 자기는 온통 하얀 머리가 되어 작은 방에 누워 불안해하며 뒤척거리는 것이었다. 한 여자가 그림을 그려서 이마에 붙이자 편안해졌다. 자세히 그 여인을 보니 그녀가 성인이 된 약련처럼 느껴졌는데 이마에 빨간 점이 있었다.
약련의 뒤에는 키가 큰 남자가 있어서 이상한 건물을 짓는 것을 지휘하며 자신에게 주겠다고 말했다. 꿈에서 깨어난 후 마채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약련과 자신의 연분이 깊다고 느꼈다. 꿈의 관점에서 보면 만약 약련이 자신을 도왔고 마채는 당연히 약련을 도와야 한다고 느꼈다. 자기의 딸처럼 여긴다면 옳지 않은 것 같아 한참 생각하다가 왕후가 이 아이를 받아들이게 한다면 이 아이의 미래에도 좋을 것 같았다.
아침을 먹을 때 문미가 말했다. “내가 염불을 할 때 한 장면을 보았는데 마기와 약련이 각자 하나의 둥근 빛 속에 있었는데 대단한 느낌이었어요.” 마채가 말했다. “이왕 연분이 매우 성결하니 언니가 약련을 딸처럼 삼으시면 어때요!” 문미는 그 말에 매우 기뻐했다. “내가 어제 아이를 보고 매우 기뻤는데 오늘 약련을 데리고 왔으니 약련이 이곳에 익숙하기를 기다려 우리 다시 곤륜에게 말합시다.”
약련이 왕궁에 도착하자 왕궁 사람들은 모두 약련의 천진난만함을 좋아했고 약련이 공주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기가 학습할 때 약련도 따라서 들었는데 깨달음이 매우 좋았다. 마기를 가르치는 선생은 약련이 보통이 아님을 알았다. 8일 후 마락은 사람을 보내 곤륜을 왕궁으로 불렀다. 문미가 곤륜에게 말했다. “약련을 딸로 삼고 싶은데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곤륜은 깜짝 놀라고 또 감동하여 그저 “좋습니다. 좋지요”라고 하면서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계속)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42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