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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 (40)

화본선생

【정견망】

어느덧 태양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요진은 복숭아 정원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고, 머리 위로는 신장(神杖)이 빙글빙글 돌며 입에서 이따금 물을 뿜어 복숭아숲에 물을 대고 있었다.

청란이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아주 한가해 보이네!”

요진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서 와, 여기 나무 아래 좀 앉아봐!”

청란은 요진의 옆에 앉아 복숭아숲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신장(神杖)의 물은 과연 범상치 않구나. 이 물을 준 지 불과 몇 년 만에 백 년 된 복숭아나무가 천 년 된 나무처럼 튼튼해졌으니 말이야!”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품을 한 번 하더니 말했다.

“음, 그래. 이 물은 정말 아주 좋아. 아, 참! 장기자랑 준비는 어떻게 돼가?”

청란이 웃으며 대답했다.

“마침 그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야! 준비는 다 끝났고, 다음 달 길일을 택해 시작할 계획이야. 참, 나랑 희화가 창고에서 보물 몇 백 점을 상품으로 골라냈는데, 시간 나면 한번 살펴봐!”

요진이 말했다.

“겨우 몇 백 점이야? 적어! 더 많이 골라봐. 너희가 보기에 좋은 것이면 그냥 골라, 살펴볼 게 뭐 있겠어? 우리 곤륜산엔 탐욕스러운 생령도 없으니 일일이 조사하고 점검할 필요 없어. 번거롭게 그러지 말고 적당하다 싶은 건 그냥 다 가져다 쓰라고!”

청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할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늘 저편에서 신관 한 명이 날아와 요진을 향해 외쳤다.

“천제께서 사법천신을 급히 입궁시키라 명하셨습니다!”

요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잠시 망설이다가 천궁을 향해 날아갔다……

요진이 대전에 들어서자 통천교주가 부좌(副座)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직감적으로 좋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었다.

천제가 입을 열었다.

“요진아, 최근 신관들이 너를 탄핵하며 너의 오만함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하더구나! 또한 지부(地府)의 법률을 마음대로 고쳤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요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천제께 아룁니다. 요진은 지부의 법률을 실제로 고친 것이 아니라 임시로 융통성을 발휘했을 뿐입니다. 산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고 수련인의 장기를 꺼내며 그 고통스러운 죽음을 지켜보는 악행은 더욱 엄히 다스려야 마땅합니다. 하여 오직 그 한 가지 일에 대해서만 징벌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그로 인해 지옥 귀리(鬼吏)들의 업무량이 늘어났을 텐데, 그 점은 요진의 소홀함이었습니다.”

통천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천제께선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지부의 법률을 좀 고친 게 그리 큰일이겠습니까? 설마 천정(天庭)의 법률까지야 고치려 들겠습니까?”

천제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물었다.

“네게 묻고 있다! 요진! 언젠가는 짐의 천정의 법률도 고치려 들겠느냐?”

요진은 웃으며 통천을 향해 말했다.

“허허, 사숙께서 고치고 싶으시겠지요? 요진은 그럴 뜻이 전혀 없습니다.”

통천이 차갑게 비웃으며 고개를 돌리자, 천제가 다급히 물었다.

“요진! 또 다른 신관은 네가 사법신장의 천수(天水)를 사용해 스스로 정원을 가꾸는 데 쓴다던데, 이런 일이 있었느냐?”

요진은 가슴이 철렁했으나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 신이 우연히 신장 속의 천수가 식물 성장에 매우 이롭다는 것을 발견했고, 호기심에 신장을 사용해 물을 좀 주었을 뿐입니다.”

“분명 천수로 가꿀 만큼 좋은 정원인가 보구나. 언제 네 사부님과 함께 구경 가야겠구나!”

통천이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비아냥거렸다.

요진은 내심 찔렸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천제에게 말했다.

“요진이 호기심에 곤륜산에 물을 준 것은 사사로운 정으로 법을 어긴 죄이니, 천제께서 벌을 내려 주십시오!”

천제가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두 가지 일을 합해 벌로 네 십 년 치 봉록을 깎겠다!”

요진이 명을 받들려 할 때 통천이 웃으며 가로막았다.

“하하하! 폐하, 제 조카는 폐하보다 부유할지도 모릅니다! 곤륜에 없는 게 없는데 겨우 몇 년 치 봉록이 대수겠습니까?”

천제가 눈을 들어 물었다.

“그럼 어떻게 벌하는 게 좋은지 말해보시오?”

통천이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벌을 정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신관들이 승복하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지요. 사법천신도 몇 년간 폐문하고 근신하며 그 오만한 기운을 좀 다스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진이 다급히 말했다.

“몇년간 폐문을 하라고요? 그럼 삼계의 사마(邪魔)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통천이 즉시 말을 받았다.

“보십시오! 보세요! 너 하나 없다고 삼계가 무슨 대란(大亂)이라도 난단 말이냐? 오만함이 이토록 심하다니, 반드시 폐문하고 자숙해야 한다!”

요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법신장을 바닥에 쾅 내리꽂으며 무릎을 꿇고 말했다.

“폐하, 사법천신으로서 참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삼계에 저 하나 없어도 될 터이니, 이 신장을 들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이 자리를 맡기십시오!”

요진이 폭발하자 통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꾸짖었다.

“요진! 갈수록 무례하구나! 감히 폐하를 협박하다니……”

천제는 더 듣고 싶지 않은 듯 탄식하며 곧바로 자취를 감추었다.

천제가 떠나시자 아직 통천의 꾸짖음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요진은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대전에는 사법신장과 통천교주만이 남겨졌다.

통천은 신장을 바라보며 입가에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서서히 다가가 손을 뻗어 신장을 잡으려던 찰나, 신장의 용머리에 달린 용의 눈이 갑자기 번쩍 떠졌다! 분노 서린 눈동자로 통천을 쏘아보았다!

미처 준비가 없었던 통천은 이 호연지기(浩然正氣)에 위축되어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더는 감히 신장을 넘보지 못했다. 신장은 스스로 날아올라 요진의 곁으로 돌아갔다.

통천은 방금 전의 일을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고, 그의 눈빛에는 서늘하고 살벌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곤륜으로 돌아온 요진은 서둘러 복숭아 정원에 결계(結界)를 쳤다. 그리고 법력으로 연못 하나를 파고 신장을 창룡(蒼龍)으로 변하게 하여 연못에 물을 가득 채우게 했다.

해치, 희화, 청란은 요진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정원으로 달려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요진이 말했다.

“어떤 신관들이 나를 탄핵했어요. 내가 지부의 법률을 고치고 또 신장의 물로 정원에 물을 줬다고. 사숙도 그 자리에 계신 걸 보니 자운산(紫雲山)에서 한 짓이 분명해요. 법률을 고친 건 상관없어, 벌을 내린다면 달게 받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 복숭아 정원은 그들이 의심할까 걱정이예요. 이제 대놓고 신장으로 물을 줄 순 없으니 연못에 물을 받아두고 써야겠어요.”

해치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그건 그렇고 징음(澄陰)과 징양(澄陽)의 기운은 좀 찾아보셨어요?”

요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인연에 따라야지요.”

희화가 말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 정원에 너무 마음 쓰지 마. 징음과 징양이 없다면 열매도 맺지 못할 텐데.”

요진이 탄식하며 말했다.

“음, 나도 마음을 비웠어요. 되는 대로 내버려둬야죠. 다만 이 정원은 우리 식구들이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 곳이고, 제가 처음에 세운 서원이기도 해요. 비록 일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정성을 다해 지켜내고 싶어요.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할 뿐이죠.”

말을 마친 그녀는 법력으로 연못가에 침상을 하나 만들고 덧붙였다.

“며칠간 침전에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자려고요.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참, 장기자랑 날짜는 정해졌나요?”

희화가 말했다.

“응, 다음 달 초이틀로 정했어.”

요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초이틀이 되었고 곤륜산의 대규모 행사가 시작되었다. 깊은 산속에서 폐관 수련 중인 도인들을 제외하고, 벌레, 물고기, 짐승, 꽃의 요정, 풀의 신선, 나무 할아버지, 바위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령(生靈)이 참가했다. 경기에 나가지 않는 이들은 관중이 되었다. 경기는 주로 일부 공능과 신통을 겨루는 종목들이었는데 가령 둔갑술, 운반공, 구름타기, 돌을 금으로 만들기, 무용, 곡예 비행, 꽃처럼 수영하기 등 다양했다.

경기 후에는 대규모 연회가 준비되어 산해진미와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났기에, 신통력이 있든 없든 참가 열기가 대단했다.

“어라? 요진은?”

청란이 물었다.

희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디 숨어버린 거 아냐?”

“요진도 경기에 나가나?” 청란이 되물었다.

“바보 같기는! 요진이 무슨 경기에 나가? 신통력으로 곤륜산에서 누가 그녀를 당해내겠어? 하지만….” 희화는 ‘하지만’이라고 말하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청란이 바짝 다가와 물었다.

“하지만 뭐? 얼른 말해봐!”

“사실 어제 내가 요진을 찰떡같이 붙들고 늘어져서, 우리 중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장기 하나를 꼭 보여달라고 억지를 부렸거든! 하하, 과연 무얼 보여줄지 기대되지 않아? 하하….”

희화가 즐겁게 웃었다……

곤륜산이 이토록 떠들썩할 때, 공교롭게도 동주 역시 며칠간의 정적을 깨고 활기를 띠었다.

홍균노조(鴻均老祖)의 두 시동이 청허에게 신통 비급 한 권을 보내왔고, 그제야 청허는 선방에서 나왔다.

도도와 묵묵은 주인님이 나온 것을 기뻐하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했다.

식사 도중 도도가 말했다.

“주인님, 곤륜산에서 엄청나게 많은 보물을 보내왔습니다!”

청허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중에 한번 보마.”

주인님의 반응이 평온한 것을 보고 도도와 묵묵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이제 주인님이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묵묵이 말했다.

“참, 주인님, 사법천신께서 편지도 한 통 남기셨습니다.”

청허는 죽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음, 다 먹고 읽어보겠다.”

식사가 이어지던 중 호위병 한 명이 다가와 묵묵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묵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다, 그럼 그들을 다시 복직시키거라……”

청허가 물었다.

“무슨 일이냐?”

묵묵이 대답했다.

“음, 별일 아닙니다. 사법천신께서 우리 비원(秘院)에 머무실 때, 우연히 왕석지(汪昔池) 아래의 밀실에 들어가신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보초 두 명이 졸고 있었는데, 나중에야 천신께서 들어오셨던 걸 알고 제게 알렸습니다. 제가 근무 태만으로 벌을 주었는데 방금 형이 끝나서 복직시키라고 한 것입니다.”

청허는 그 말을 듣자 의구심이 솟구쳤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말도 안 된다. 왕석지의 밀실은 보초가 없더라도 오직 나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그녀가 어떻게 들어갔단 말인가……’

(왕석지의 이 밀실은 ‘과거’를 보관하는 곳으로 복희대제, 여와낭랑, 서왕모, 동왕공 사이의 과거가 담겨 있었다. 오직 이 네 주인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청허는 잠시 생각하다가 도도와 묵묵에게 말했다.

“그 편지를 가져오너라.”

청허는 편지를 뜯어 읽어보았다. 별다른 말은 없었고 그저 구명지은에 감사한다는 의례적인 인사 몇 마디와 아래에 ‘요진’이라는 서명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요진이 친필로 쓴 것이 틀림없었다.

청허는 편지를 되풀이해 읽어보았으나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편지를 내려놓고 요진이 어떻게 밀실에 들어갔을까 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편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한 자 한 자 꼼꼼히 뜯어보던 그는 이내 왕석지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