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혜혜가 고개를 돌리니 만감이 교차하게 만드는 그 얼굴이 또 보였다. 다만 그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얼음처럼 차가웠으며, 그 가느다란 눈매 속에도 온통 무관심과 무정함뿐이었다.
혜혜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소? 배가 고픈 것이오? 이 말이 참 어색하면서도 익숙하네.’
그러고는 서둘러 말했다.
“이건 당신께 구워 주려 한 겁니다!”
하지만 그 얼음장 같은 얼굴은 “난 이런 거 먹지 않소.”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가 버렸다.
혜혜는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굽은 등에 절뚝거리는 발, 지저분한 차림새에 어디서 저런 고고함이 나오는 걸까? 안 먹으면 관둬라, 당신이 안 먹으면 내가 가져가서 정아에게 줄 테니까.
그런데 혜혜가 고개를 돌려 보니 아도와 아묵이 이미 입가에 기름을 잔뜩 묻힌 채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가씨 오셨어요, 배가 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나요.”
정아가 산 동굴 입구에 기대어 서서 말했다.
“응, 왔어.”
혜혜는 말을 마치고 품에서 나뭇잎으로 싼 것을 꺼내 정아에게 건넸다.
정아가 열어 보니 토끼 다리였는데 냄새가 아주 향긋했다. 정아는 먹으면서 물었다.
“아가씨, 이걸 어디서 구하셨어요?”
“장 씨 댁 별원에 좀 다녀왔단다.”
“장우인님을 보러 가신 거예요?”
“응, 그래, 보러 갔었어. 죽었나 안 죽었나 보려고.”
혜혜가 그리 기분 좋지 않은 기색으로 말했다.
“아가씨는 왜 돌아오시면서 화를 잔뜩 내세요? 그 사람 안 죽는 것 아니었어요? 목에 심장을 보호하는 무슨 기린(麟)인가 하는 게 걸려 있다고 하셨잖아요.”
혜혜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내게 처음 건넨 말이 그렇게 냉담하다니. 그 얼굴을 보니 조금도 어리석거나 바보 같지 않고, 분명 고고하고 자존심 강한 귀한 집 자제였어. 내가 아직 이 붉은 치마를 벗지 못했고 갈아입을 옷도 마땅치 않으니, 그는 분명 나를 그날의 신부로 보고 혼인에서 도망치려다 실패해서 다시 돌아온 줄 알고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 거겠지. 이렇다면 당신 별원에는 앞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어. 어떻게든 하루빨리 이 장가만(張家灣)을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지…….’
혜혜는 생각을 마치고는 바로 말에 올라탔다.
“아가씨, 또 어디 가세요?”
“배를 찾으러 갈 거야.”
“아가씨, 며칠 동안 돌아다녔지만 우리는 배를 한 척도 못 봤잖아요.”
“배를 못 찾으면 목수를 찾아서 배를 만들면 돼. 못 나갈 리가 없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가씨가 배를 찾으려고 생각하자마자, 장가만의 상점들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다. 목수 일을 하는 곳, 대장간, 가구를 만드는 곳들이 순식간에 몇 개 거리에 걸쳐 생겨났다.
“아가씨, 이 거리들은 며칠 전에는 보지 못했는데, 여기라면 분명 배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혜혜가 한 가게로 들어가 말했다.
“배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가게 주인은 “배가 뭡니까?”라고 되물었다.
혜혜는 고개를 저으며 나왔다. 다른 많은 가게에 들어갔지만 그들도 모두 배가 무엇인지 몰랐다. 혜혜는 생각했다.
‘이곳 사람들은 배가 뭔지 아예 모르는데 어떻게 만들겠어? 관두자…… 나무와 톱만 있으면 내가 모양을 그려서 직접 만들어야겠다.’
혜혜는 천에 그림을 그려 가게로 들어가 말했다.
“이게 바로 배예요. 당신들이 만들 줄 모른다면 판자와 톱만 있으면 돼요. 내가 당신들과 함께 만들 수 있어요.”
가게 주인들은 이 그림을 보더니 앞다투어 말했다.
“이게 당신이 말하는 배였군요… 우리도 압니다… 압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 동네에서 배라고 부르지 않고 도(渡 물을 건넨다는 의미)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우리 장가만의 이 강물은 너무 사나워서 헤엄을 아묵리 잘 치는 뱃사람이라도 건너지 못합니다. 장가만을 지나가려면 반드시 도(渡)를 써서 건너야 합니다.
하지만 이 도(渡)는 우리 같은 평범한 장인들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건 대도진인(大道眞人)이라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아가씨. 보아하니 정말로 이 만을 나가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길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혜혜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 나갈 희망이 있는 것 같았다.
“아가씨, 장우인의 사부님이 바로 대도진인(大道真人)이십니다. 장우인의 집에 아마 도(渡)가 있을 것이니 그를 찾아가서 그의 도를 빌려 써 보십시오. 어쩌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혜혜는 방금 전까지 기뻤으나 장우인의 이름이 나오자 조금 난처해졌다. 하지만 장인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장 씨 별원으로 향했다…….
장 씨 별원의 두 시종은 오늘도 나물죽을 끓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멀쩡한 부인에게 그렇게 면박을 주시다니요. 그분은 지체 높은 집안의 아가씨인데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셨겠어요! 그분이 다시 오시겠어요?”
“에휴, 그분이 해준 음식이 정말 맛있었는데. 아쉽다, 아마 다시는 못 먹겠지!”
“됐어, 공자님은 그런 복이 없으셔서 나물죽이나 드실 팔자아. 가자, 죽 가져드리자!”
“공자님, 식사하세요.”
장우인은 가부좌했던 다리를 풀고 천천히 병풍 뒤에서 나와 식탁 앞에 앉아 여느 때처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두 시종이 예전처럼 자리에 앉아 함께 먹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둘을 쳐다보았다. 왜 앉아서 먹지 않느냐는 뜻이었다.
아도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공자님, 저는 구운 토끼 고기가 먹고 싶어요!”
장우인은 그제야 며칠 전의 일이 떠올라 죽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수련을 이토록 오래 했으면서 아직도 이 식욕을 끊지 못했느냐?”
아묵이 또 말했다.
“공자님, 저희는 토끼 고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 고기를 만들던 아가씨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장우인이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이 환화(幻化)해 내신 그 처자를 나는 마음에 두지도 않는데, 너희 둘이 오히려 집착하는구나.”
아도와 아묵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아도가 말했다.
“공자님, 그분은 정말 환화한 게 아니에요. 며칠 전에 집에서 편지가 와서 양 씨 댁 큰 따님이 시집온다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또 잊으셨어요? 에이 참, 그분은 정말로 만을 열고 들어오신 거예요! 진짜 살아 있는 아가씨라고요!”
장우인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연 두 사람이 그에게 이 일을 말했던 것 같기도 했지만, 가부좌를 한 뒤에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또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손가락을 꼽으며 계산해 보았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지난번의 그 한 칼이 바로 서른세 번째 칼이었구나. 그럼 나의 제1층 서른세 관문은 이미 지나갔으니 제2층에 도달했겠구나…….”
“공~자~님~”
아묵이 길게 소리를 끌며 불렀다.
“공자님, 우선 가부좌하실 생각만 하지 마시고, 오늘은 저희가 반드시 이 일의 내력을 말씀드려야겠어요…….”
장우인이 그날 깨어난 직후 아도와 아묵이 이 일을 말해주려 했으나, 그는 혼자 잠시 정좌하겠다고 했고 그 정좌가 열여덟 날 동안 이어졌다.
열여덟 날이 지나 출정(出定)하자마자 아주 향긋한 고기 냄새가 났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토끼 고기 앞으로 걸어갔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수련인인데 어찌 고기 먹는 것에 집착하는가?’
하지만 고개를 숙여 보니 자신의 발걸음은 이미 고기 앞에 다다라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발에게 말했다.
“뭐 하니? 배 안 불렀어?”
장우인이 막 돌아서려는데 그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을 보았고, 여인은 그에게 “이건 당신 구워 주려고 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장우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부님이 그날 내 침실에 포박된 신부를 환화해 놓으셨을 때, 나의 첫 일념은 그녀의 결박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면사포를 벗기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색욕지심(色欲之心)이 깨끗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그것’이 또 나를 방해하러 온 것이로구나.”
그래서 장우인은 조금의 미련도 없이 “난 이런 거 안 먹어.”라고 말했던 것이다.
“공자님, 사정이 이렇습니다. 나중에 그 산적들 중에 깨어난 이들은 떠났고, 깨어나지 못한 이들은 저희 둘이 뒷산에 메다 묻었습니다. 지금도 무덤이 그대로 있어요. 이분들은 정말 환화한 게 아니에요! 그분은 정말 양 씨 댁 큰 따님이신데, 공자님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셨으니 아마 다시는 안 오실 거예요. 하지만 이 장가만을 나갈 수도 없으니 처녀 몸으로 아마 유랑하게 될 겁니다.”
장우인은 이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딱 한 마디만 했다.
“인연에 맡기자.”
아도와 아묵은 고개를 저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때 혜혜는 장 씨 별원의 대문 앞에 서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음식을 만들어 주었는데도 저렇게 나를 싫어했는데, 이제 와서 물건을 빌려달라고 해야 하다니… 에휴, 관두자. 자존심이 자유와 비교하겠어, 자유가 더 중요하지.’
“어? 저기 양 씨 아가씨 아니야? 다시 오셨네!”
아도가 문쪽을 보며 말했다.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댁의 공자님께 강을 건너는 배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빌려줄 수 있을까?”
아묵이 말했다.
“도(渡)가 하나 있긴 합니다만, 공자님께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아묵이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말했다.
“공자님, 양 씨 아가씨가 도(渡)를 빌리러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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