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장우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묵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혜혜에게 말했다.
“아가씨, 저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시지요. 위층에 도(渡)가 있습니다.”
혜혜가 위층으로 올라가니 장우인이 여전히 병풍 뒤에 앉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가부좌를 하지 않고 다리를 편 채 그녀들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아가씨, 이 도(渡)는 병풍 뒤에 있습니다.”
혜혜가 서둘러 읍을 하며 말했다.
“그럼 좀 가져다줘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아묵과 아도가 그 도선(渡船)을 병풍 뒤에서 메고 나왔는데, 혜혜가 보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
“이 도선은 왜 바닥이 없죠?”
아도와 아묵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물었다.
“그러게요, 도(渡)란 원래 바닥이 없는 것 아닌가요… 원래부터 항상 바닥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예전에는 바닥이 있었나요…?”
혜혜는 이 밑 빠진 배를 보더니 고개를 들어 병풍 뒤의 장우인을 향해 읍을 하며 말했다.
“장 대공자님, 청수(淸修)를 방해해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로 장가만에 들어온 지 이미 수일이 지났으나 여전히 만을 나갈 방법을 얻지 못했습니다. 공자님께 배가 있어 강을 건널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두꺼운 낯을 무릅쓰고 빌리러 왔습니다. 어찌하여 이 배는 바닥이 없는지요. 저는 범태속골(凡胎俗骨)이라 이 바닥 없는 배를 탈 수 없으니, 부디 공자님께서 나갈 길을 알려 주십시오. 양혜혜가 여기서 감사를 올립니다.”
혜혜는 말을 마치고 다시 몸을 굽혀 읍을 하며 장우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을 굽히고 있어도 장우인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때 정아도 위층으로 올라왔는데, 아가씨가 몸을 굽혀 읍을 하며 자세를 한껏 낮추었는데도 장우인이 여전히 말이 없는 것을 보았다. 이에 정아는 어쩔 수 없이 아도와 아묵에게 애원하며 좋은 말로 부탁했다.
“두 형제님, 저희가 얼마나 가련한지 좀 보세요. 공자님께 좀 잘 말씀드려 주셔서 저희가 강을 건널 수 있게 해주세요…….”
아도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바닥이 없으면 강을 못 건너나요?”
정아가 다급히 말했다.
“소형제님, 사람이 바닥 없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아마 혼(魂)만 건너게 될 거예요!”
갑자기 병풍 뒤에서 장우인이 입을 열었다.
“그것도 괜찮소.”
양혜혜는 “그것도 괜찮소”라는 이 말을 듣자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속으로 ‘이 사람은 내가 죽어서 영혼만 남기를 바라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공자께서는 저와 무슨 원한이 있으십니까?”
장우인은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양혜혜라는 사람은 본래 어릴 적부터 응석받이로 자라기도 했고, 타고난 성격이 그리 좋지 못한 면도 있었다. 성깔이 한 번 올라오면 어릴 때부터 배운 예법이나 윤리 따위는 통째로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양혜혜는 성큼성큼 병풍 뒤로 걸어가 장우인 앞에 섰다. 장우인은 두 다리를 느슨하게 펴고 앉아 눈꺼풀을 반쯤 내리깐 채 입가에는 미소마저 머금고 있었다.
혜혜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장 공자란 사람은 정말 고약하구나. 말도 안 하고 사람 대접도 안 하면서 남이 속 타는 걸 보며 즐기고 있단 말이지?’
혜혜는 장우인이 여전히 먼지투성이에 지저분한 것을 보고는 꾀를 내었다. 혜혜가 병풍 밖의 정아에게 소리쳤다.
“정아! 물 한 양동이 떠 오너라! 이 사람을 씻겨버려야겠다!”
그제야 장우인이 당황하여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아니, 그러지 마시오!”
혜혜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하하하… 하하… 이 조각상도 급해지면 말을 할 줄 아는군요! 하하하…”
혜혜는 장우인이 자기 장난에 드디어 “사람”처럼 당황하기도 하고 말도 하는 것을 보자, 너무 즐거워 입을 가리고 웃어야 한다는 예법도 잊은 채 배를 잡고 웃어댔다.
장우인은 배를 잡고 웃는 이 처자를 바라보며 유달리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장가만에 와서 처세의 예절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천진하게도 혜혜의 얼굴을 꼼짝도 않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혜혜는 한바탕 웃고 나서 장우인이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고는, 수줍음에 두 뺨이 붉어져 고개를 돌렸다.
장우인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니면 그대가 내 거처에서 마당을 쓸고 닦으며, 천천히 바닥없는 배를 타는 법을 수련해 보겠소?”
병풍 밖에서 듣고 있던 정아가 깜짝 놀라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 아가씨가 하인도 아닌데 어떻게 마당을 쓸고 닦는단 말이에요?!”
아묵도 듣고 보니 공자가 너무 무례하다 싶어 서둘러 말했다.
“맞습니다! 양 아가씨가 어찌 하인일 수 있습니까? 양 아가씨는 부인이신데요!”
혜혜는 “부인”이라는 말을 듣자 얼굴이 빨간 사과처럼 달아올랐다.
장우인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번지며 말했다.
“‘부인’과 ‘하인’ 중에 하나를 선택하시오.”
혜혜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이 말은 적어도 아주 교활하구나.’
어쩔 수 없이 혜혜가 말했다.
“마당을 쓸라면 쓸죠! 흥!”
…………
이리하여 주(周)나라를 도와 주왕(紂王)을 토벌할 사람은 마당을 쓸고 있고, 마당을 쓸어야 할 사람이 주나라를 도와 주왕을 벌하러 가게 되었다. 생명은 역할의 풍부함으로 인해 더욱 다채로워지고, 역할 또한 생명의 다원성으로 인해 더욱 풍성해지는 법이다.
조주벌주(助周伐紂 주나라를 도와 주왕을 토벌)를 말하자면, 강자아 쪽의 진행이 매우 험난했다. 험난한 이유는 가히 짐작할 수 있는데, 소수로 다수를 상대하고 약함으로 강함을 상대해야 하며, 평범함 속에서 기적을 닦아내고 기적 속에서 평상심을 단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시천존이 하늘을 살펴보니 이 음과 양이 이미 만났으므로 새 천제(帝)가 등극할 날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자아가 산에서 내려온 지 이제 꼭 10년이 되었으니, 이때가 바로 “봉신방(封神榜)”이 세상에 나올 시기였다.
여러분은 《봉신연의》에 나오는 “장계방(張桂芳)”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장우방(張友芳)”이라 부르는데, 그는 진짜 장우방이 아니라 실은 요도(妖道)가 환화(幻化)한 것이다. 강자아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시 옥경(玉京)으로 돌아왔다. “장우방”이 좌도방문(左道旁門)의 술법으로 서기(西岐)를 정벌하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며 스승님을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그가 마땅히 봉신방을 얻을 때가 된 것이다.
자아가 사부님께 마음속의 고뇌를 털어놓자, 원시천존은 정성스레 그를 가르치고 다시금 세심히 당부했다.
“이번에 가거든 누구든 너를 부르는 자가 있어도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응한다면 만 가지 요괴가 너를 가두고 서른여섯 갈래 길에서 너를 정벌할 것이다. 동해에도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한 명 있으니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가보거라.”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서학(舒鶴)은 곁에서 문득 회상했다. 예전에 이전 사법천신(司法天神)이 황제(黃帝)를 도와 치우(蚩尤)를 칠 때 사부님은 단 한 마디만 당부하셨다.
“황제를 뵙거든 군신의 예(禮)를 행하거라.”
당시 사매가 한 마디 더 물었다가 사부님께 꾸지람을 들었는데, 지금은 어찌 자아에게 이토록 많은 말씀을 해주시는 것일까…….
서학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강자아가 막 떠나자, 원시천존이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휴…….”
서학이 물었다.
“사존께서 이미 자아에게 세심히 당부하셨고, 예전 사매가 치우를 칠 때보다 훨씬 신경을 써주셨는데 어찌하여 한숨을 쉬십니까?”
원시천존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네 사매는 선천적으로 영특(靈秀)하지만 자아는 칠정(七情)을 다 갖춘 인간인데 어찌 같을 수 있겠느냐? 휴, 서학아, 그가 방금 나갔으니 빨리 쫓아가서 다시 한번 당부해주거라.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예.”
서학이 자아를 뒤쫓아갔는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자아가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을 만났는데 사부님이 도와주지도 않으신다는 뜻이었다. 서학은 다시 한번 그를 위로하며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강자아는 결국 사부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뒤를 돌아보았다. 사실 어떤 차원에서 말하자면 자아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어떤 일이 어렵고 쉬운지는 누가 그 일을 하는지, 누가 그 일에 적합하느냐에 달려 있는 법이다.
우주가 괴멸(壞滅)된 이래로 신(神)이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할 때는 유독 이렇게 안배하곤 한다. 당신이 전쟁하는 게 쉽다고 생각한다면 정원을 가꾸고 마당을 쓸게 하고, 마당 쓰는 게 쉽다고 생각한다면 전쟁터로 보내는 식이다. 어쨌든 당신을 결코 쉽게 내버려두지 않는데, 마치 당신이 쉽게 성취하면 다른 이들이 더욱 불평형하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불평형”을 말하자면, 하루 종일 빨래를 하느라 지친 양혜혜가 문가에 기대어 잠들었다가 다시 그 비슷한 꿈을 꾸었다…….
“이 세상 사람이 어찌 아무런 연고도 없이 육신을 정화(淨化)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맑고 깨끗한 음양이 화합하여 맺은 열매에는 그러한 신통력이 있으니, 이것은 하늘이 암암리에 내리신 은전(恩典)이다.”
“안 된다! 이들은 모두 죄가 있는 생명인데 어찌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저토록 쉽게 올라온단 말이냐?”
“그러나 천명(天命)이 이미 그녀에게 내려졌고 그녀는 이미 이 일을 이루었으며, 그녀의 복숭아밭에는 열매가 맺혔다.”
“허허,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복숭아밭에는 아직 한 가지 비료가 부족한 듯하군…….”
“아가씨! 아가씨! 일어나세요!”
정아가 꿈속에 잠긴 혜혜를 살며시 불렀다.
아도와 아묵이 다가와 히죽히죽 웃으며 소리를 길게 뽑아 불렀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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