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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4 (16)

화본선생

【정견망】

각설하고, 양회는 몸이 회복된 후 수행에 더욱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장우인보다 더 정진했다.

하루는 갑자기 장씨 가문 집 밖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상자를 메고 나타났는데, 우두머리는 바로 이광요였다.

마침 마당에 있던 아도와 아묵에게 이광요가 웃으며 말했다.

“여보게, 댁의 공자님과 부인께서는 안에 계시는가?”

아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각하(閣下)께서 저희 공자님과 부인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오, 빚을 갚으러 왔네. 번거롭겠지만 말씀 좀 전해주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회가 방에서 나왔다.

이광요가 양회를 보니, 멀리 산에 걸린 안개 같은 연보라색 가벼운 옷을 입고 있었으며, 느슨하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구름 모양 머리 위에는 연녹색 대나무 비녀 두 개가 비스듬히 꽂혀 있었다. 몸에는 아무런 장신구도 걸치지 않았고 얼굴은 약간 청초해 보였는데, 큰 병에서 막 회복된 듯하기도 하고 막 수행에 들어선 도고(道姑) 같기도 했다.

이광요는 양회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어… 새화 낭자, 아니, 장부인(張夫人), 어….”

“당신이 신부를 강탈하려던 산적인가요?” 양회가 물었다.

이광요가 급히 말했다.

“그게 아니고 저 그게…… 네, 맞습니다 맞습니다만, 저는 이제 이미 개과천선했습니다! 저는…”, 이광요는 양회를 보자마자 매우 긴장하여 횡설수설하며 말을 더듬었다.

양회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남자는 체격이 크고 용맹하며 남자다운 기개도 있어 보인다. 오늘 이렇게 화려하게 차려입고 많은 재물을 가져왔으며, 또 줄곧 나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으니….

듣자하니 수도(修道)의 문에 들어서면 첫 번째 관문이 바로 색관(色關)이라고 하던데, 과연 그런 모양이다.

양회는 그가 너무 긴장하여 우물쭈물하며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우리 부군(夫君)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요?”

이광요는 ‘부군’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져 쓸쓸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찾아온 것이오, 새화 낭자.”

양회는 이 말을 듣고 이것이 색관임이 틀림없다고 더욱 확신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고개를 돌려 몸을 돌린 뒤 문을 닫아버렸다.

문전박대를 당한 이광요는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새화 낭자! 나는 당신에게 혼수품을 돌려주러 온 것이오! 다른 뜻은 없소…….”

이광요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양회는 못 들은 척했다.

이때 천상의 신(神)들이 양회의 일거수일투족과 일사일념(一絲一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문을 열거나 말을 했다면 이 관(關)은 정말 통과하지 못한 것이 된다.

마침 이때 장우인이 안에서 나왔다. 이광요는 장우인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 방 안에 웬 거지 같은 놈이 있는가?”

아묵이 말했다.

“이분이 우리 공자님이십니다.”

장우인은 마치 그들을 보지 못한 듯 우물가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이광요는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고 그의 형제들도 턱이 빠질 정도로 경악했다. 이광요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바보가 아닌가? 금지옥엽에 화용월태인 새화 낭자가 어떻게 이런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단 말인가? 안 되겠다, 내가 양 아가씨를 데리고 가야지….’

이미 악을 버리고 선으로 돌아섰던 이광요는 갑자기 귀신에 홀린 듯 다시 원래 산적의 성미가 되살아났다. 형제들에게 손짓하더니 급기야 문을 부수고 방 안으로 들이닥쳐 양회를 납치하려 했다.

양회는 그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 크게 꾸짖었다.

“무례하구나!”

그 기세에 눌려 사람들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양회가 다시 엄하게 말했다.

“어떤 염치없는 색귀(色鬼) 나찰이란 말이냐! 인륜도 없는 잡것들 같으니! 나를 유혹하려다 실패하자 이제는 화풀이를 하는구나. 머리 석 자 위에 신명이 계시거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너희를 내리치고 무간지옥(無間地獄)에 처넣을 것이니 조심해라!”

사실 양회의 이 말은 사람 뒤에 붙은 썩은 귀신들에게 하는 소리였다.

이광요는 몸서리를 치고 나서야 자신이 이토록 무례했음을 깨닫고 급히 양회에게 읍하며 사죄했다.

“장부인, 장부인, 오해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 나쁘게 되었으니 제 탓입니다 제 탓….”

양회는 그의 태도를 보고 안색을 조금 완화하며 자리에 단정히 앉아 말했다.

“그날 장사(壯士)가 나를 위해 말값을 치러주셨음에도, 몸이 아파 미처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돌아와서 곧 속전(贖錢)을 마련하여 훗날 갚으려 했습니다. 이제 겨우 사 할을 마련하여 말값을 치러준 정에 보답하려 하니 나머지는 나중에 반드시 갚겠습니다.”

“아닙니다 장부인, 제가 바로 그 일을 말씀드리려던 참입니다. 당신의 혼수품이….”

이광요가 양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양회는 생각했다.

색관을 지나니 이제 이관(利關)을 지나야 하는구나….

그리하여 양회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강가에서 주운 것이지 뺏은 것이 아니니 어쩌면 당신들이 가질 인연이었나 봅니다. 당신들도 이제 허물을 고쳤으니, 잘못을 알고 고치는 것은 큰 선(善)입니다. 내가 그날 부상이 심했을 때 장사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혼수품은 나에게 소용없으니 그날 말을 구해준 정에 대한 보답으로 삼으세요!”

이광요는 당연히 사양했으나, 그도 결국은 칠정육욕을 다 가진 속인이었다. 그래서 다시 잔꾀를 내어 생각했다.

‘일단 내가 받아두자. 나중에 새화 낭자에게 무슨 어려움이라도 생기면 돕겠다는 핑계로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 그녀와 연락이 끊기지는 않겠지….’

그리하여 이광요는 다시 그 몇 상자의 재물을 가지고 돌아갔다.

양회는 자신의 심성(心性)을 엄격히 요구함으로써 예전 속인이었을 때의 제멋대로인 성격, 방종, 조급함, 살육, 야만, 게으름 등의 습기를 모두 고쳤다.

예전의 그녀는 빨래 한 번 하는 것도 짜증이 나서 견디지 못했는데, 하물며 다른 청소 일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집안일을 질서 정연하게 처리할 뿐만 아니라 돈을 벌어 가정을 꾸렸고, 심지어 정아와 아도, 아묵까지 살이 통통하게 오르게 보살폈다.

양회는 일을 처리할 때 많은 여인과는 조금 달랐는데, 진지하게 일할 때는 마치 유능한 남자 같았다.

일을 할 때 사고방식이 매우 명확하고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으며, 교묘하게 힘을 잘 활용하고 무리한 힘을 쓰지 않았다. 또한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능숙하여 본질을 파악하니 자연히 적은 힘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예전의 양회는 이불깃을 빨다가 장우인의 멱살을 잡은 적이 있었다. 양회는 수련한 뒤 그 일에 대해 후회하며 자신이 너무 조급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이불이라는 것은 현대인들처럼 세탁기가 없다면 연약한 여인이 빨기에 정말 힘든 일이다. 빠는 문제뿐만 아니라 밖의 햇볕이 조금만 약해도 빨 수가 없었다. 짜기도 힘들고 잘 마르지도 않으면 이불에 곰팡이가 피기 때문이며, 곰팡이가 피지 않더라도 퀴퀴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었다.

양회도 이 일의 난이도를 발견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이불 빨래가 이렇게 힘들까? 근본적인 원인은 여인의 손아귀 힘과 젖은 이불의 무게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무술 중에 “차력타력(借力打力)”이라는 말이 있는데, 외부의 힘을 빌려 여인들이 옷과 이불을 빨게 할 수는 없을까?’ 사물의 본질을 생각하면 해결은 어렵지 않았다. 양회는 생각에 잠기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속이 빈 나무를 찾아냈다. 이런 나무는 속이 비어 있는데, 지금의 청해성(靑海省)에도 이런 나무가 있으며 ‘화륭공심수(化隆空心樹)’라 불린다. 다만 고대만큼 건장하게 자라지는 않는다.

양회는 목수에게 속 빈 나무 줄기를 한 토막 베어오게 한 뒤, 나무 줄기에 구멍을 몇 개 뚫어 구멍 난 통을 만들었다.

또 이 통을 위해 삼각형 지지대 받침을 만들었는데, 이 받침은 반쯤 밀폐된 형태였으며 받침 바닥에는 둥근 구리 구슬을 많이 흩어놓았다. 이 통을 받침대 위에 올려놓으니 바로 ‘드럼 세탁기’가 되었다.

양회는 목수에게 두 개를 만들게 하여 하나는 작은 폭포의 물줄기 아래에 두었고, 하나는 옆의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었다. 바람 길에 둔 기계는 폭포 아래의 것과 설계가 약간 달랐는데, 바람에 잘 돌아가도록 통 자체가 더 가벼웠고 통 옆면에는 손잡이를 달았다.

사람들이 옷을 통 안에 넣으면, 폭포 아래의 기계는 상류에서 떨어지는 물의 충격력과 구리 구슬의 윤활 작용 덕분에 통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의 세탁물은 금방 물보라에 깨끗이 씻겼다. 다 씻은 세탁물을 꺼내 몇 걸음 옮겨 바람 길의 기계에 넣으면, 바람이 강할 때는 손으로 돌리지 않아도 저절로 탈수가 되었다. 바람이 약하면 손잡이를 몇 번 돌려주면 세탁물의 물기가 빠졌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탈수기’가 아닌가?

양회는 여기에 ‘공심척진통(空心滌塵筒 속이 비어 먼지를 세척하는 통)’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선도(禪道)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때로는 줄에 구슬을 꿸 때, 특히 나무 구슬의 경우 나무가 열에 의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명귀한 나무 구슬 팔찌의 구멍이 점점 작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가는 바늘을 찾지 못하면 줄은 가늘어도 너무 부드러워 꿰기가 매우 힘들다.

양회가 한번은 자수루에 바느질감을 전하러 갔다가 마침 수놓는 여인(繡娘)들이 구슬을 꿰느라 애를 먹는 것을 보았다. 양회는 상황을 보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구멍을 크게 하거나 줄을 단단하게 하는 두 가지뿐이다. 구멍을 크게 하는 것은 귀한 나무 구슬을 손상시키니 안 되고, 줄을 단단하게 해야겠다. 어떻게 줄을 단단하게 할까?’

양회는 웃으며 창가의 촛대를 집어 들고 가는 줄을 그 안에 대고 한 번 돌렸다. 그러자 가는 줄이 빳빳해졌고 구슬 꿰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전생에 군대를 이끌던 지능이 이제 이런 집안일을 하는 데도 쓰임새가 있었다.

군대를 이끄는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은 기율(紀律)이 엄격하다는 점이다. 기율이 엄격한 사람이 집안 청소를 하면 어떤 특징이 나타날까? 바로 ‘시간 관리의 대가’가 된다.

집안일이라는 것의 난점은 일이 어렵다기보다 일이 많고 잡다하다는 데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정아는 원래 아가씨의 방을 지키던 몸종이라 험한 일은 할 줄 몰랐고, 아도와 아묵은 무엇을 하든 엉망진창이었다. 어차피 그들이 어떻게 하든 주인이 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양회가 집안의 주력이 되었는데, 거의 모든 일을 그녀가 고민하고 진지하게 임하기만 하면 빠르고 훌륭하게 해냈다.

집안 청소는 업력을 소멸할 수 있지만, 양회는 책을 보며 수련도 해야 했고 바느질로 돈을 벌어 생계도 꾸려야 했다. 하루는 오직 12시진뿐이었다! 그래서 양회의 전생에서 물려받은 엄격한 자제력, 정연한 질서, 명확한 논리 등의 재능이 이런 상황에서 다시 발휘되었고, 양회는 서서히 ‘시간 관리의 대가’로 단련되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어느 시간에 할지,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할지, 어떻게 하면 시간과 힘을 절약할 수 있을지 양회는 거의 다 터득했다. 그래서 적은 힘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점차 그녀는 정아와 아도, 아묵이 정말 일을 할 줄 몰라 힘만 들고 속도는 느리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가끔 밤에 15분 정도 시간을 내어 어떻게 청소를 해야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지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때로 창가에 서기도 하고 책상 앞에 앉기도 하며 벽에 손짓으로 그려가며 설명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느 여장군이 작전 계획을 세우는 줄 알았을 것이다. 이 집 부인이 집안일의 학문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양회의 ‘공심척진통’은 곧 장가만(張家灣)의 모든 주부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양회가 매우 유능할 뿐만 아니라 성격도 무척 밝고 순수하며, 웃는 모습이 아주 화사하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들 그녀를 영특하고 빼어난 낭자라고 칭찬하면서도, ‘팔자가 너무 기구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좋은 배필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장우인의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어리석으며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참견도 하지 않은 채, 온종일 바보처럼 그곳에 앉아만 있다고 수군거렸다.

사실 사람의 일부 영규(靈竅)가 잠기면 그렇게 변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추위를 느끼는 규를 잠그면 추위를 타지 않게 되고, 더러움을 느끼는 규를 닫으면 더러운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자연히 정상인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장우인의 ‘인지규(同知竅)’, ‘한열규(寒熱竅)’, ‘연감규(連感竅)’ 등이 모두 잠겨 있었기에 그는 정상인과 조금 달랐다. 심지어 ‘선한 마음’조차 상당 부분 봉인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선(善)보다 악(惡)이 큰 사회에서 당신이 매우 선량하다면 고생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악보다 선이 큰 사회에서 당신이 선량해 보인다면 많은 찬사와 지지를 받게 되어 고생하며 업을 없애는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그토록 선량하다면 어떻게 양회에게 고난을 만들어줄 수 있겠는가?

물론 닫히고 잠기고 먼지에 쌓인 것들도 언젠가는 다시 열릴 날이 올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