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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를 만나도 겁난을 피하다

——인생의 행운은 대부분 선보에서 내원

안단

【정견망】

《삼자경》에서는 “사람이 태어날 때 성품이 본래 선하다(人之初,性本善)”고 했다. 이 점은 고대 민풍이 순박했던 사회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예컨대 어떤 이가 길을 잘못 들어 도적이 되었을지라도 양심이 다 마멸되지 않아 협객의 마음을 간직한 경우가 있었다. 그들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할 줄 알았고 은혜를 알면 갚을 줄 알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은혜를 베푼 자가 먼저 선한 원인을 심었기에 사회 전체가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는 선순환 속에 머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청조(淸朝) 절강 수수현(秀水縣)에 성(盛)씨 성을 가진 젊은이가 살았는데 평소 사람을 대함에 매우 너그럽고 타인을 긍휼히 여기는 인애(仁愛)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의 친척 형님 한 분이 광동성 어느 현에서 현령을 지내고 있어 그에게 의탁하러 갔다. 시간이 흐르며 그곳 현승(縣丞)과 친구가 되었다.

하루는 현승이 성생(盛生)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 도중 하인 한 명이 실수로 국물을 성생의 옷에 엎질렀다. 현승은 불같이 화를 내며 하인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라고 명하고 곤장 형을 내리려 했다. 성생이 즉시 현승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저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게다가 오늘 저를 이토록 정성껏 대접하시는데 저 때문에 타인을 벌하신다면 제 마음이 참으로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 현승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어서 좀처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성생이 재차 간곡히 권유한 끝에야 비로소 그만두었다.

1년이 지나 성생의 족형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 얼마 후 그도 길을 떠났다. 길을 가다 한 객잔에 이르렀는데 날이 이미 저물어 그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객잔에 들어서니 음산한 기운이 돌고 가구들이 낡아 사람이 살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방에 막 들어갔을 때 문밖에서 몇 사람이 엿보는 것을 발견했으나 그들은 곧 떠났다.

한밤중에 성생은 촛불을 끄지 않았다. 침대에 누웠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이때 한 사람이 조용히 방문을 밀고 들어왔다. 성생이 급히 몸을 일으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누구냐고 물으려 하자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 방을 나선 그는 문밖의 사람들을 불러 함께 떠났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성생은 길을 재촉했다. 얼마 못 가 누군가 뒤를 밟는 것을 발견했다. 뒤를 돌아보니 어젯밤 그 사람이기에 왜 자신을 따라오느냐고 큰 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은 도망가지 않고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대인, 예전에 옷에 국물을 엎질렀던 그 하인을 기억하십니?”

알고 보니 이 사람은 현승의 집에서 쫓겨난 후 밖을 떠돌다 도적이 되어 있었다.

그는 성생이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고 말을 이었다.

“대인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이 일대는 본래 황량하여 많은 도적이 이곳에 모여 일 년 내내 강도질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심지어 그 객잔 주인도 그들과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어 그 사람이 말했다. 어젯밤 제가 데리고 있던 무리가 객잔 손님들을 털 계획이었으나 대인의 방에 들이닥쳤을 때 제가 한눈에 대인을 알아보고 급히 형제들에게 손을 떼게 했습니다. 지금 객잔을 나오셨지만 아직 강도들의 구역을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제가 뒤에서 계속 따라가며 한동안 호송해 드리겠습니다. 안전한 곳에 이르면 그때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은 멀리서 성생의 뒤를 따르며 하룻밤을 걸었다. 다음 날 얼마 가지 않아 그 사람이 성생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대인, 이제 안전하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

강도를 만나고도 화를 당하지 않은 희한한 일에 대해 성생이 겪은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 번은 성생이 배를 타고 산동으로 가고 있었다. 배가 막 기슭에 닿았을 때 강도 한 무리가 달려들었다. 그들이 선실로 들이닥쳐 손님들의 재물을 뺏으려 할 때 강도 두목이 성생을 알아보고 즉시 일당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성생 앞으로 빠르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선생께서 여기 계신 줄 몰랐으니 실로 무례했습니다. 선생께서는 이토록 덕망이 높으시니 비록 제가 도적이 되어 어질지 못한 일을 많이 저질렀으나 선생 같은 분께는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일당을 데리고 떠났다.

성생이 쫓아가 물었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이며 어떻게 나를 아십니까?”

그 사람이 돌아서서 다시 정중히 대답했다.

“선생께서는 소작료를 받으러 오실 때마다 소작료를 낼 형편이 안 되는 농가들을 늘 배려해 주셨습니다. 선생의 크신 은덕을 저희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그렇게 도적들은 떠났고 배에 탄 사람들 모두가 성생 덕분에 화를 면했다.

알고 보니 현지 농민들 중 일부가 성생 집안의 옥토를 빌려 경작하고 있었다. 집안의 소작료 거두는 일은 성생이 직접 맡아 했는데 수확이 좋지 않거나 소작료를 낼 힘이 없는 농가를 만나면 그는 소작료를 면제해 주었다. 위 강도 무리 중에는 그 농민들의 가족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 수 없이 도둑질과 강도질로 생계를 이어갔으나 은인을 만나자마자 즉시 은혜를 갚으려는 선한 마음이 일어난 것이다.

선한 보응은 선한 원인에서 비롯되는 법이니 평소 계속 덕을 쌓고 선을 행하지 않았다면 성생 또한 강도들이 칼을 내려놓게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생에서 위험을 만나 행운으로 바꾸는 많은 일은 덕에 대한 보응인 선보(善報)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자료: 《북동원필록(北東園筆錄)》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