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방기(永不放棄)
【정견망】
십여 년 전 어느 날, 새벽 6시 10분에 발정념을 마치고 갑자기 몹시 졸음이 몰려와 다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 알람 시계를 보니 정확히 30분이 지나 있었는데, 이 30분 동안 놀랍게도 아이와 똑같은 꿈을 꾸었다.
이 꿈은 나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어 대법(大法)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했다. 동수들이여,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서는 법을 얻는 것이 쉬워 보일지 모르나 다른 공간에서는 너무나도 어렵고 힘든 일이니 반드시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내가 정진하지 못할 때면 머릿속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법을 얻지 못해 땅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화면이 떠오른다. 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절망적으로 울던 그 애끊는 통곡 소리 말이다. 그날 이후 나는 법공부의 일환으로 법을 베껴 쓰는 길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29권을 썼다.
꿈속에서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안개가 자욱한 속에서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사방은 걷히지 않는 안개뿐이었고 발밑의 길은 밟아도 허실이 분명치 않았다. 아이는 지쳐서 내 옷자락을 붙잡고 나지막이 투덜댔으며 목구멍은 타들어 갈 듯 건조했다.
우리는 미미하게 풍기는 사람 사는 기운을 따라간 끝에 앞쪽에서 평범한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희미하고 노란 등불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있었고, 선반 위의 물건들은 먼지가 얇게 앉았어도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나는 돈을 꺼내 아이에게 줄 물 한 병을 샀다. 계산대 뒤의 주인은 내가 건넨 10위안짜리 진상지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위에는 파룬따파하오 쩐싼런하오(法輪大法好, 眞善忍好)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와 아이를 보더니 흐릿하던 눈을 번쩍 떴다. 평온하던 표정은 순식간에 경희(驚喜)로 바뀌었다. “당신들이 드디어 왔군요!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는 의아했지만 그대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맑고 투명한 천음(天音)이 울려 퍼졌는데, 신비하고 장엄한 그 소리는 마치 환영하듯 우리 주변을 감쌌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눈처럼 하얀 노인이 호위병과 함께 걸어왔다. 노인은 몸을 꼿꼿이 세웠고 평생을 기다려온 열망으로 눈빛이 형형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드디어 당신들을 만났구려. 나는 천서(天書)를 보고 싶소.”
나는 잠시 멍해 있다가 몸에 지니고 있던 《전법륜(轉法輪)》이 생각나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시려는 게 혹시 이 책입니까?” 나는 가방에서 조심스레 책을 꺼내 두 손으로 받들어 건넸다. 노인의 눈이 번쩍이며 빛났다. 그것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소원을 이루게 되어 미친 듯이 기뻐했다. 그는 노쇠한 손을 떨며 조심스럽게 책을 받았고, 손가락 끝으로 표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마치 힘을 주면 부서질세라 더없이 소중하게 다루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시선이 종이에 닿는 순간 노인은 얼어붙은 듯 굳어버렸고, 기쁨으로 가득했던 얼굴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책장은 거울처럼 깨끗하여 먹물 하나 없었고 글자 한 자 없는 백지였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 속에서 노인은 멍하니 글자 없는 책을 받쳐 들고 있었다. 그는 글자 없는 종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몸을 주체할 수 없이 떨었고 입술을 실룩이며 억눌린 울음을 터뜨렸다. 다음 순간 그는 가슴속의 절망과 슬픔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쌓아온 감정을 폭발시키며 방성대곡했다.
그 울음소리는 너무나 처량하여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랫동안의 고독과 기다림, 사수(死守)해온 세월을 다 쏟아내는 듯한 소리가 빈 공간에 울려 퍼졌다. “내가 여기서 천년을 기다렸소. 자그마치 천년을…” 그는 울면서 중얼거렸다. “매일 같이 바라고 밤마다 지키며 수많은 세월을 견뎌 마침내 당신들을 만났거늘, 결국 아무것도 없단 말이오! 아무것도!”
노인은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전법륜》을 품에 안은 채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등을 굽히고 백발을 늘어뜨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절망적으로 우는 모습은 천년의 집착이 산산조각 난 듯 쓸쓸해 보였다. 나는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고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애를 끊는 듯한 노인의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나는 반걸음 다가가 위로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 책의 내용을 제가 대략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꺼번에 다 떠오르지 않을 뿐이에요.”
이 말은 노인의 절망을 뚫고 지나가는 새벽빛과 같았다. 그는 울음을 멈추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충혈된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무 기뻐서 몸을 떨며 급하게 물었다.
“무어라 했소? 천서의 내용을 천천히 떠올릴 수 있다는 말이 정말이오?”
내가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은 하늘을 향해 긴 숨을 내쉬었다. 천년의 수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그의 기장(氣場)이 변하며 감춰져 있던 존귀함과 위엄이 드러났다. 조금 전의 창상(滄桑)과 슬픔은 온데간데없었다. 평범해 보이던 이 노인은 사실 이곳의 왕이었던 것이다! 천서(天書)의 전수자를 기다리기 위해 그는 천 년 동안 이곳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켜왔다.
“참으로 좋구나! 하늘이 나를 저버리지 않았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격동하며 나와 아이를 고마움과 소중함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즉시 뒤를 돌아 위엄 있게 명령했다. “어서 가서 가장 아담하고 기품 있는 침전을 마련하라.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맛 좋고 달콤한 영액(靈液)을 모두 내오너라.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호위병은 급히 허리를 굽혀 명을 받고 서둘러 움직였다. 잠시 후 안개 속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궁궐이 나타났는데, 구름과 안개가 감싸고 선기(仙氣)가 넘쳐흐르는 장엄한 모습이었다. 선녀 옷을 입은 시종들이 공손히 다가와 길을 안내했다.
노인은 글자 없는 천서를 소중히 거두고 친히 나와 아이를 인도하여 화려한 전각으로 향했다. 그의 눈에는 잃어버린 보물을 되찾은 듯한 환희와 천년의 기다림이 결실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주변의 안개조차 그의 기쁨에 동화된 듯 부드럽게 변했다.
그 후로 나와 아이는 궁궐에 머물게 되었다. 매일 나는 마음을 고용히 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책상에 엎드려 법을 묵사(黙寫 외워서 쓰기)했다. 나는 《전법륜》을 완전히 외우지 못한 것을 몹시 후회했다. 외운 적은 있으나 온전하지 않아 9강 60개 소절을 적으며 틀릴까 봐 노심초사했다.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기억을 떠올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 내려갔다. 아이는 곁에서 기억을 함께 정리하고 원고를 다듬으며 수많은 밤을 함께 지새웠다. 이 기억 속에 노인의 천년 기다림과 이 세계의 운명이 달려 있음을 알았기에 나는 끈기 있게 매일 그 자리를 지켰다.
봄이 가고 가을이 오며 세월이 흘러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그렇게 《전법륜》 필사본 12권이 완성되었다.
그날 나는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글자 가득한 책들을 바라보았다. 나와 아이의 30년 심혈이 담긴 결과물이 마침내 완성된 것이다. 나는 마지막 권을 덮고 아이와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눈 속에는 세월로 침전된 평온함과 안도감이 가득했다.
우리는 《전법륜》 필사본 12권을 받들어 들고 전각 밖으로 나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왕을 만났다. 3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노인은 여전히 백발이었지만, 눈 속의 기대감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짙어져 있었다. 내가 묵직한 책들을 엄숙하게 건네자 노인은 떨리는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빼곡한 글자들을 어루만지는 그의 눈가는 금세 젖어 들었다.
이번에는 서권 위의 글자들이 더 이상 빈 공간이 아니었다. 그가 천년을 고대해온 염원이 마침내 이날 원만하게 실현된 것이다.
……
갑자기 잠에서 깨어 알람 시계를 보니 정확히 30분이 지나 있었다. 나는 곁에서 자는 아이를 흔들며 “이제 일어나야지”라고 말했다. 아이는 나른하게 내 곁에 기대며 말했다. “엄마, 너무 힘들어요. 나한테 글자를 너무 오랫동안 쓰게 했잖아요.”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어떻게 된 거니? 말해 보렴.” 확인해보니 아이가 꾼 꿈은 나와 대동소이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2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