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伊轍)
【정견망】
많은 중의사(中醫)들이 맥을 짚을 줄 알며, 맥상(脈象)을 통해 사람의 신체 상태를 판단한다. 맥진 기술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와 이미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고대의 일부 명의들의 능력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고서의 기록에 따르면, 그들은 맥진으로 질병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병이 생긴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다음과 같은 일이 기록되어 있다.
형주(荊州)에 왕언백(王彦伯)이라는 도사가 있었는데, 타고나기를 의술에 능통하였고 특히 각종 맥상(脈象)을 잘 구별했다. 그는 사람의 생사와 수명의 길고 짧음을 판단함에 있어 백 번에 하나도 틀림이 없었다.
당시 상서(尚書) 배주(裴胄)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갑자기 급병을 앓았다. 여러 의사들이 진찰한 후 모두 이 병은 이미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여겨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배주에게 왕언백을 추천하자, 배주는 급히 그를 청해 와 아들의 병을 보게 했다.
왕언박은 환자의 맥을 오랫동안 짚고 나서 말했다.
“아드님은 아무런 병이 없습니다.”
이어 그는 몇 가지 산제(散劑 가루약)를 달여 배주의 아들에게 복용하게 했다. 뜻밖에도 약이 입에 들어가자 병은 금방 나았다.
배주가 아들이 대체 무슨 병에 걸렸던 것인지 묻자, 왕언백은 “아가미가 없는 잉어의 독에 중독된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배주의 아들은 실제로 회를 먹은 후 병이 난 것이다. 처음에 배주는 믿지 않아 사람을 시켜 아가미가 없는 잉어를 회로 치게 한 뒤 주변의 시종들에게 먹게 했다. 그 결과 이 사람들이 먹고 난 후 과연 모두 그의 아들과 동일한 증상이 나타났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배주는 크게 놀라고 의아해했다.
왕언백은 환자의 신체 상태를 판단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병을 일으킨 원인까지 정확히 말할 수 있었으니, 이는 단지 일반적인 맥진 기술에만 의존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법 사부님께서는 《전법륜》〈제7강〉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우리 다시 중의(中醫)를 말해 보기로 하자. 중의의 병 치료는 기공 치료와 아주 가깝다. 중국 고대의 중의사는 기본적으로 다 특이공능이 있었다. 손사막(孫思邈)ㆍ화타(華佗)ㆍ이시진(李時珍)ㆍ편작(扁鵲) 등등과 같은 이런 대의학자들은 모두 특이공능이 있었는데, 의서(醫書)에 모두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흔히 이런 정화(精華)적인 것이 현재는 비판 받고 있으며, 중의가 계승한 것은 다만 그런 약 처방 또는 경험의 모색(摸索)에 불과하다.”
왕언백이 환자가 아가미 없는 잉어의 독에 중독되었음을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독성에 대한 그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더욱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가 대체 어떻게 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았는가’ 하는 점이다.
전통 수련문화 속의 인식에 따르면, 고대의 일부 명의들은 초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 천목(天目)을 통해 인체 내부의 상황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고, 심지어 병소에 존재하는 영체(靈體)나 병을 일으키는 다른 요인을 볼 수도 있었다. 그들은 여기에 자신들의 풍부한 의술 경험을 결합하여 아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중의학은 여전히 진맥, 변증(辨證), 약 쓰기 등의 방법을 보존하고 있으며 고인(古人)의 경험 일부도 계승했다. 그러나 만약 중의학을 단지 처방과 경험의 축적으로만 보고 그 뒤에 있는 전통문화와 수련의 내함(內涵)을 완전히 배척한다면, 고대 명의들의 저 불가사의해 보이는 의술을 진정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각도에서 볼 때 중의학 정수가 일부 실전(失傳)된 것은 현대인의 관념 변화와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무신론을 굳게 믿고 신불(神佛)과 초상적 현상의 존재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될 때, 수련 및 초상적 능력과 관련된 그러한 내용들은 자연히 미신으로 치부되어 배척당하게 된다. 신적(神跡)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천목을 열 수 없게 되면서, 사람들은 고대 중의학의 깊은 내함에 접촉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므로 전통 중의학을 진정으로 인식하고 나아가 고대 명의들이 도달했던 경지에 접근하고자 한다면, 우선 현대 관념의 속박을 깨뜨리고 신전문화(神傳文化)와 인체의 오묘함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만약 시종 무신론에 끌려다니며 현대 과학의 인식을 초월하는 가능성을 인정하기를 거부한다면, 고대 중의학의 정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빈말에 불과할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3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