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자(葉子)
【정견망】
여름날 오후, 대지는 불이라도 붙은 듯했다. 문을 나서자 온몸이 열기에 둘러싸였고, 옷이 타서 눌어붙는 냄새가 났다. 몸속의 열기는 밖으로 치솟고 바깥의 열기는 몸 안쪽으로 내리눌렀다. 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리고, 가슴 앞과 등 뒤 그리고 모든 살갗에서 흘러내려 러닝셔츠가 순식간에 땀으로 푹 젖었다.
길에는 행인 하나 없고 새들도 울기 귀찮아했다. 주변의 옥수수밭과 푸른 풀로 덮인 도랑, 산비탈은 마치 초록색 불길을 내뿜는 듯했다. 귓가에는 조급하게 ‘지지’ 하는 벌레 울음소리와 지칠 줄 모르는 매미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볼일이 있어 나오지 않았다면, 누가 이런 날씨에 밖을 나돌겠는가?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길가의 나무그늘에 붙어서 갔지만 바람마저도 얼굴을 태울 듯 뜨거웠다. 길가의 쑥부쟁이 풀들은 의기소침했고 잎사귀는 살짝 말려 있었으며, 풀뿌리 부근은 바짝 마른 하얀 빛을 띠고 있었다. 올해 북방의 날씨는 참으로 기괴하다. 가뭄이 아니면 우박과 거센 비바람이 불어 사람을 답답하고 억눌리게 하며 공포스럽게 했다.
문득 키가 큰 덩굴 하나가 폭포처럼 공중에서 아래로 늘어졌다. 덩굴은 전봇대의 지선을 감고 있었는데, 덩굴의 뿌리가 공중의 전봇대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지에서 자라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사이로 이삼십 송이의 분홍색 꽃들이 흩어져 피어 있었다. 이처럼 높이, 무려 2층 높이로 자란 메꽃 덩굴을 나는 난생 처음 보았고, 그것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 속에 피어난 메꽃이었다. 나는 태양의 따가운 볕도 잊은 채 그것의 유연함과 우아함에 매료되었고, 한참 동안 우러러보며 마음속으로 한없는 기쁨이 솟아올랐는데, 그것은 생명의 자유와 분출하는 활기였다. 분홍색 꽃송이들은 성기게 흩어져 음표처럼 뛰어놀았고, 하나하나 입을 크게 벌린 채 그토록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순간 내 마음도 맑게 개었다.
메꽃은 ‘나팔꽃’이라고도 불린다. 그것은 분명 견우와 직녀의 전설적인 사랑을 지켜보았을 테지만, 그 이야기는 아득한 은하수 속에 흩어져 찾아볼 길이 없다. 다만 그 시적 정취와 신비로운 이름만이 전해 내려올 뿐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유독 ‘메꽃’이라는 썩 예쁘지 않은 그 이름을 좋아한다.
메꽃은 겉모습이 빼어나지 않고 꽃잎이 얇고 연약하지만, 불굴과 꼿꼿함, 굳건함과 강인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경외감을 갖게 한다. 그것은 비바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작열하는 태양도 무서워하지 않으며, 뿌리를 대지 깊숙이 박고는 거센 비바람의 채찍질과 땡볕의 폭염 속에서도 여전히 생명의 아름다움을 꽃피운다.
여름날 오후의 메꽃은 용감하고 끈질기며 낙관적이며, 생명의 아름다움을 꽃피우고 있다. 이것은 저절로 대법제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중공의 피비린내 나는 탄압 속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신념을 굳게 지키고 초심을 잊지 않는다. 그들은 어쩜 저렇게 끈질기고 낙관적인 메꽃을 닮았단 말인가. 온갖 고난을 묵묵히 견뎌내며 사람들에게 한없는 아름다움을 베풀어 준다. 진리의 대도를 위하여, 소중한 중국 동포들을 위하여, 비바람을 무릅쓰고 그들은 현대의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