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遠山)
【정견망】
중국 전통문화에는 십이지신이 있고, 서양 전통문화에는 열두 별자리(Zodiac / Star sign)가 있다. 두 가지 모두 태양 황도대(황도 12궁)라는 고대 천문 개념에 기반한다.

황도대(黃道帶)는 바빌론 점성술에서 기원했다. 바빌론 사람들은 태양과 동시에 떠오르는 별들에 주목했다. 새벽이 오기 전, 태양의 위치와 가까운 곳에서 별이 떠오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 별들은 마치 규칙적인 원을 그리며 왕복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그들은 이 별들을 열두 그룹으로 나누고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인들이 바빌론 사람들로부터 이 이념을 계승하여 황도 12궁(宮)이 생겨났으며, 각각 동물이나 신화 속의 인물 혹은 사물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Zodiac’이라는 단어는 ‘작은 동물’을 뜻하는 그리스어 ‘zodion’에서 유래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인들은 십이지신을 매우 중시했다. 태어난 생년월일시인 사주팔자와 배합하여 한 사람의 명리와 운세를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으며, 특히 남녀가 혼인할 때 띠가 서로 맞는지 혹은 상충하는지를 자주 살펴보곤 한다.
반면 현대 서양에서 별자리 성격론은 모호하면서도 보편적인 인격 묘사 틀을 제공하기 때문에 하나의 완전한 유행 문화가 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양인들은 열두 별자리의 문화적 뿌리와 그 뒤에 숨겨진 환상적인 신화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아는 것이 적다. 여기서 밤하늘을 가로질러 이 별자리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탐구해 보자!
1. 염소자리(Capricorn 마갈좌摩羯座): 반양반어(半羊半魚)의 판 신
염소자리는 한자로는 마갈좌(摩羯座), 마갈좌(魔羯座), 산양좌(山羊座)라고도 불린다. 영어에서 ‘염소자리’를 표시하는 단어 ‘Capricorn’은 라틴어 ‘Capricornus’에서 왔으며, 이는 그리스어를 의역한 것으로 바로 ‘염소 뿔’이라는 뜻이다. ‘capri(염소)’와 ‘corn(뿔)’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Pan)은 산림과 목양의 신으로,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산양의 모습을 했으며 머리 위에는 한 쌍의 굽은 뿔이 솟아 있다. 어느 날, 신들이 올림포스산에서 성대한 연회를 열어 술잔을 주고받고 신선들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판은 초대를 받아 장기를 뽐내며 목신(牧神)의 피리를 불었는데, 그윽한 피리 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져 구름 끝조차 도취될 정도였다. 뜻밖에 이 아름다운 음악이 공포의 괴물 티폰(Typhon)을 놀라게 했고, 그는 연회장에 난입해 큰 혼란을 일으켰다. 신들은 경악하여 당황한 채 제각각 동물로 변신해 도망쳤다. 제우스는 독수리로, 아폴로는 까마귀로, 헤라는 암소로 변해 각기 신통력을 발휘했다.
판은 나일강으로 뛰어들어 물고기로 변해 달아나려 했으나,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하반신만 물고기 꼬리로 변하게 하고 상반신은 여전히 양의 형상을 유지한 채 머리에는 양뿔을 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익살스럽기도 하고 낭패스러웠다. 제우스는 그 광경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이 익살스러운 반양반어의 형상을 성공으로 올려 보내 염소자리로 만들었다.
염소자리의 ‘마갈(摩羯)’은 바로 산양을 뜻하며, 이 단어는 인도 신화 속의 해수(海獸)인 마카라(Makara)에서 유래했다.

17세기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가 그린 염소자리
판이 이토록 피리를 잘 불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그의 연애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그가 숲속을 배회하다가 아름다운 산림의 여신 시링크스(Syrinx)를 만났고, 첫눈에 반해 열렬히 구애를 펼쳤다. 그러나 시링크스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외모를 가진 목신의 모습에 겁을 먹고 라돈 강변의 늪지대로 도망쳤다. 판이 끈질기게 추격하자, 다급해진 그녀는 하신(河神)에게 자신을 강변의 갈대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예술 작품 속 시링크스의 모습 (공유 영역)
뒤따라온 목신은 일시적으로 멍해졌다. 어떤 갈대가 시링크스인지 분간할 수 없었기에, 그는 갈대 몇 대를 꺾어 함께 엮어서 불며 시링크스에 대한 사모와 자신의 실의를 달랬다. 이것이 바로 팬파이프(panpipes)의 유래이며, 그래서 팬파이프를 ‘판의 피리(Pan flute)’라고도 부른다.

당대 척팔(尺八 왼쪽)과 팬파이프(오른쪽) 복제품, 서안 대당서시박물관 소장*
이런 팬파이프는 중국에도 있다. 중국의 팬파이프는 대나무 관이 배열된 방식이 마치 봉황의 날개와 같아서 과거에는 ‘봉소(鳳簫)’라 불렸다. 전설에 따르면 순(舜)임금이 만들었다고 하며, 선진 시대에 이미 보편화되었고 당송(唐宋) 시대에 더욱 성행했다.
다시 돌아와서 모든 신을 공포에 떨게 했던 괴물 티폰(Typhon)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신들이 겁에 질려 도망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티폰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괴물 중 하나로, 수많은 뱀의 머리를 가지고 불을 뿜는 거대 야수로 묘사되며 거의 대적할 자가 없었다. 그는 가이아(대지의 여신)와 타르타로스(심연의 신)의 후손으로, 제우스의 통치에 도전하고 신들을 도망치게 하는 위기를 일으켰다. 그의 형상은 혼란, 파괴, 그리고 자연재해와 관련이 있으며 특히 폭풍과 화산 폭발 등의 현상과 연결된다. 미 육군의 위력적인 핵무기 탑재 가능 티폰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바로 이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이는 신화 속 거대 괴물의 공포스러운 전설을 반영한 것이다.

고대에 유럽인들은 ‘Typhon’을 사용하여 강렬한 폭풍을 묘사했다. 이후 중국어의 ‘태풍(台風)’이 항해 무역 시대에 서양으로 전해지면서 ‘Typhon’과 혼용되었고, 이것이 현대 영어의 ‘typhoon'(태풍)이라는 단어를 형성하게 되었다.
2. 물고기자리(Pisces, 쌍어좌雙魚座): 사랑의 신 모자의 물고기 꼬리 탈출
영어에서 ‘물고기자리’를 뜻하는 단어 ‘Pisces’는 라틴어에서 직접 유래했으며, ‘piscis(물고기)’의 복수 형태이다. 영어 단어 ‘fish(물고기)’와 어원이 같으며, 단어 첫머리의 ‘p-‘와 ‘f-‘의 변화는 흔한 음변 현상 중 하나다.
방금 언급한 신들의 연회에는 또 다른 두 손님이 있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와 그녀의 아들인 사랑의 신 에로스(Eros)였다. 티폰이 습격했을 때,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역시 탈출을 시도하며 나일강으로 뛰어들었다. 물고기로 변신한 사랑의 여신은 어린 에로스가 뒤처진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다시 돌아가 어린 에로스를 찾아 그 역시 물고기로 변하게 한 뒤, 리본으로 두 사람을 하나로 연결했다. 그렇게 모자는 함께 강에서 탈출했다. 이 다급했던 형상을 제우스가 하늘로 올려 보내 밤하늘의 물고기자리(Pisces)가 되었다.

물고기자리의 낭만적인 이미지는 모자간의 깊은 정을 체현할 뿐만 아니라, 고대 문화 속 물고기의 순수함과 영리한 움직임을 반영하여 점성학에서 꿈과 희생의 상징이 되었다.
3. 물병자리(Aquarius, 수병좌水瓶座): 신들에게 신선한 이슬을 따르는 수려한 왕자
영어에서 ‘물병자리’를 뜻하는 단어 ‘Aquarius’는 직접 라틴어에서 왔으며, 그리스어를 의역한 것으로 ‘물을 붓는다’는 뜻이다. 어근 ‘aqua-(물)’에서 파생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청춘의 여신 헤베는 제우스와 헤라의 딸이다.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올림포스 제신들의 연회에서 접대와 술을 따르는 직무를 맡도록 지시받았다. 나중에 헤베가 헤라에 의해 헤라클레스와 혼인하게 되면서 술을 따르는 직무가 비게 되었고, 성산(聖山)의 연회는 한동안 돌보는 이가 없어 제우스의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이후 제우스가 천계를 순행하던 중, 젊고 잘생긴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를 발견했다. 그는 금빛 머리카락과 눈처럼 하얀 피부,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를 가지고 있었다. 신들도 만장일치로 그가 술 따르는 직무를 맡는 것에 동의했고, 제우스는 사자를 보내 초대했다. 그러나 가니메데는 본래 자유를 좋아하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결코 응하려 하지 않았다.

제우스는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노하여 커다란 독수리로 변신해 직접 가니메데를 낚아채 올림포스산으로 데려갔다. 가니메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술 따르는 일을 맡게 되었고, 제우스는 이를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가니메데는 고향과 가족, 그리고 자유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았다. 훗날 전능한 제우스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껴 매년 1월부터 2월까지는 친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리고 그가 술을 따를 때 쓰던 보병(寶甁)은 제우스에 의해 하늘로 올려져 물병자리(Aquarius)가 되었으며, 영원히 자유와 봉사의 광휘를 발하고 있다.

17세기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가 그린 물병자리 (공유 영역)
‘Aquarius’ 속의 ‘아쿠아(aqua)’는 영어에서 조어 능력이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 수족관이나 유리 수조를 뜻하는 ‘아쿠아리움(aquarium)’이 여기서 유래했다. 현대 영어에서 ‘aqua-‘는 종종 브랜드(화장품이나 음료 등)에서 자연과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펩시콜라 브랜드 산하의 프리미엄 생수인 ‘아쿠아피나(Aquafina)’가 그 예다.
우리가 중학교 화학 시간에 배우는, 금을 녹일 수 있는 강산성 액체인 ‘왕수(王水)’의 명칭 ‘aqua regia’에서도 ‘aqua’의 흔적을 볼 수 있다.
2018년에 개봉한 미국의 슈퍼히어로 영화 <아쿠아맨(Aquaman)>은 DC 코믹스 산하의 캐릭터 ‘아쿠아맨’을 각색한 것인데, 그 영어 이름 속에도 ‘aqua’가 들어있지 않은가?
4. 황소자리(Taurus, 금우좌金牛座): 제우스의 낭만적인 화신
겨울철에 접어들면 북반구에서 가장 눈부신 별자리 중 하나가 바로 황소자리다! 하늘에 있는 황소자리의 형상은 상반신만 있는 커다란 수소의 모습이며, 상징적인 소뿔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여기서는 또 어쩔 수 없이 제우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황소자리 이미지, 바다 위로 솟아오른 수소. (공유 영역)
어느 봄날 아침, 제우스가 순행하던 중 문득 소녀들이 해변의 풀밭에서 춤을 추며 노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의 공주인 에우로페라는 소녀가 가장 아름다웠고, 제우스는 그녀에게 깊이 매료되었다.
이때 장난꾸러기 에로스가 사랑의 화살을 제우스의 심장에 쏘았고, 그는 즉시 에우로페를 미친 듯이 사랑하게 되었다. 이에 제우스는 아름답고 유순한 흰 수소로 변신하여 그녀에게 접근했다.
이 수소는 이마에 은빛 테두리가 있고 두 뿔은 초승달 모양이었으며, 몸에서는 향기가 나고 입에서는 감미로운 소리를 냈다. 에우로페는 호기심에 소를 쓰다듬다가 그 위에 올라탔다. 그런데 이때 수소가 갑자기 날뛰며 에우로페를 태운 채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바다를 건널 때 바다의 신들도 나타나 길을 열어주었다. 그제야 겁에 질린 에우로페는 이 수소의 정체를 깨닫고 용서를 구했다.
제우스는 즉시 에우로페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고, 그녀를 낯선 대륙으로 데려갔다. 또한 사계절의 신들을 초대해 에우로페를 단장하게 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훗날 이 대륙은 에우로페의 이름을 따서 ‘에우로파(Europe)’ 대륙, 즉 지금의 유럽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수소의 형상은 제우스에 의해 하늘로 올려져 황소자리가 되어 영원히 성공에 머물게 되었다.
실생활에서의 응용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Taurus) 크루즈 미사일’을 인도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사용 중인 영국/프랑스의 ‘스톰 섀도’ 미사일과 비교했을 때, 타우러스는 탄두가 더 크고 사거리가 더 길어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위력적인 타우러스 미사일이 바로 황소자리의 이름을 딴 것이며, 황소자리의 강력한 상징성을 반영하고 있다.
5. 양자리(Aries, 백양좌白羊座): 황금 양털의 구원 여정
그렇다, 열두 별자리 중에는 뜻밖에도 두 마리의 양이 있다! 하지만 하나는 산양(염소)이고, 하나는 면양(양)이다. 영어에서 ‘양자리’를 뜻하는 단어 ‘Aries’는 라틴어에서 직접 왔으며, 바로 ‘숫면양’을 뜻한다. 영어의 ‘ram’과 같다.
전설에 따르면, Aries는 황금 양털을 가진 신기한 수양으로, 결국 제우스에 의해 하늘로 올려져 양자리 별무리가 되었다.

이 전설은 기원전 3세기 로도스의 그리스 시인 아폴로니오스가 쓴 <황금 양털을 찾아서>라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그리스 보이오티아국에 한 왕자가 있었는데, 계모의 모함을 받아 왕에 의해 제단에 올려져 신에게 제물로 바쳐질 위기에 처했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왕자의 생모의 간청을 듣고, 황금 양털과 날개가 달린 흰 수양을 내려보내 왕자의 누나가 양을 타고 동생을 제단에서 구해내게 했다.
수양은 남매를 태우고 대륙과 바다를 건너 멀리 날아갔다. 누나는 도중에 불행히 추락하여 사망했다. 왕자는 양을 타고 무사히 흑해 연안의 콜키스에 도착하여 그곳 왕의 딸과 혼인했다. 왕자는 감사의 뜻으로 수양을 만신의 왕 제우스에게 바쳤고, 황금 양털은 콜키스의 왕에게 바쳤다. 양털은 신성한 참나무에 걸려 거대한 용의 수호를 받게 되었다. 이 일에 크게 감동한 제우스는 양을 하늘로 올려 양자리(Aries)가 되게 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속편이 있다. 참나무에 걸린 황금 양털은 권위, 부, 그리고 신의 가호를 상징하는 신성한 보물로 여겨졌으나, 그것을 되찾아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임무였다. 이에 황금 양털을 탈취하려는 그리스 영웅 이아손(Jason)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또 이어지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이아손은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많은 그리스의 대영웅들을 소집하여 ‘아르고나우타이(Argonauts)’를 결성했다. 여기에는 헤라클레스(Hercules), 오르페우스(Orpheus), 카스토르와 폴룩스(Castor and Pollux) 등이 포함되었다. 그들은 아테나가 설계한 아르고(Argo)호라는 큰 배를 타고 출발했다. 여정 중에 영웅들은 일련의 시련을 겪었고, 이아손은 마녀이자 공주인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아 잠들지 않는 수호 독룡의 눈에 마법의 물을 떨어뜨려 잠재운 뒤 황금 양털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이아손은 메데이아와 결혼했다.

이아손을 도와 황금 양털을 획득한 후, 그와 함께 그리스로 향하는 메데이아(공유 영역)
현재 영어권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이슨(Jason)’이라는 이름은 사실 영웅 이아손(Iāsōn)의 변체다. 어떤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용감하고 모험심 가득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계속)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09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