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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감상〗 청계(淸溪)–푸른 시내

글/ 문사격(文思格)

【정견망】

청계(青溪)–푸른 시내

왕유(王維)

황화천을 들어가노라면
매번 푸른 시냇물을 따라 가는데
물은 산을 따라 한없이 굽이돌건만
가는 길은 백리도 되지 않는다
울퉁불퉁한 돌 사이로 시냇물 소리 요란하지만
깊은 솔숲 속의 풍경은 고요하구나
출렁이는 물결에는 마름과 노랑어리연꽃이 떠 있고
마알간 물속에는 갈대모습 비췬다
내 마음 본시 이렇게 한가한데
맑은 시내 담박함도 이와 같구나
청컨대 너른 바위 위에 머물러
엄자릉처럼 낚싯대 드리우며 살고 싶어라.

言入黃花川,每逐青溪水。
隨山將萬轉,趣途無百里。
聲喧亂石中,色靜深松裡。
漾漾泛菱荇,澄澄映葭葦。
我心素已閒,清川澹如此。
請留盤石上,垂釣將已矣。

【작가소개】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해설】

이 시는 《푸른 시냇물을 지나며 짓다(過青溪水作)》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데 시인이 푸른 시내를 따라 황화천(黃花川)까지 가던 도중에 본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무명의 작은 시내를 묘사한 이 시가 오히려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청계(淸溪)는 오늘날 섬서(陝西)성 면현(沔縣) 동쪽에 있다.

언(言)은 발어사로 별 뜻이 없다.

황화천은 지금의 섬서 봉현(鳳縣) 동북쪽 황화진(黃花鎮) 인근에 있다.

취(趣)는 추(趨)와 같다. 즉 간다는 의미.

양양(漾漾)은 물결이 출렁이는 모습이다.

능(菱)은 흔히 마름(菱角)으로 불리는 수생식물이다. 열매는 식용으로 쓰거나 또는 전분을 만들 수 있다.

행(荇)은 행채(荇菜) 즉 노랑어리연꽃으로 수생식물의 일종이다.

징징(澄澄)은 물이 맑고 깨끗하면서도 흐르지 않는 것이다.

가(葭)는 처음 나온 갈대를 말한다.

담(澹)은 담(淡) 또는 담백하다는 뜻이다.

수조(垂釣)는 동한(東漢) 시기 엄자릉(嚴子陵)이 광무제의 부름을 피해 은거한 일화에서 나온 전고로 낚시로 소일하면서 은거하는 것을 가리킨다.

【시에 담긴 내포】

푸른 시내(淸溪)는 본시 그리 경관이 그리 뛰어난 곳이 아니다. 하지만 시인이 계곡을 따라 걸어가면서 쓴 이 시에는 소리가 있고 색이 있으며 움직임과 고요함이 모두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특색을 지닌다. 조화롭고 그윽한 아름다움이 생생히 전해져 읽는 이를 감동시키고 시를 한번 읽어보면 절로 애호하는 마음이 일게 한다.

이것은 단순히 시인의 아름다운 묘사 때문만은 아니다. 평범한 경치를 그대로 표현했지만 오히려 시인의 내심 경계 속의 고요하고 한적하며 평온한 정서가 외부 경치를 통해 반영된 후 독자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경치를 묘사한 단어들이 모두 감정을 담고 있다.'(一切景語皆情語).

독자들이 경물(景物)의 묘사에서 얻는 정서적인 느낌은 마치 시인의 마음속에서 온 것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이때 시인에게 이런 내재된 정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시인 자신이 암시한 것 처럼 이때 시인이 막 떠올린 것은 동한 시대 유명한 은자 엄자릉처럼 산림에 들어가 은거하려는 것이다. 이런 일념(一念)이 나오자 마음속 정서도 자연히 표일(飄逸)하고 고원(高遠)해졌고, 이에 따라 각종 정서 역시 사람의 심령(心靈)을 투과하는 힘을 지니게 된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