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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감상〗 장소부에게 응수하다(酬張少府)

글/ 문사격(文思格)

【정견망】

장소부에게 응수하다(酬張少府)

왕유(王維)

늘그막에 오직 고요함을 좋아해
만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더니
스스로 돌아봐도 좋은 계책 없어
다만 옛 숲으로 돌아감만 알았네.
솔바람 불어와 허리띠를 풀어헤치고
산 위 달빛 아래 거문고를 타는데
그대가 궁통(窮通)의 이치 물어오니
어부가를 부르며 깊은 물로 들어갈 뿐!

晚年惟好靜,萬事不關心。
自顧無長策,空知返舊林。
松風吹解帶,山月照彈琴。
君問窮通理,漁歌入浦深。

【작가소개】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자구해석】

시인은 친구 장소부가 써준 시에 대한 보답으로 이 시를 보낸다. 시어(詩語)가 간결하고 평이 하면서도 정경(情景)이 서로 살려주고 의경(意境)이 서로 조화를 이뤄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자못 시가(詩歌)예술의 창작 기교를 갖추고 있다.

장책(長策) : 좋은 계책이나 책략.
궁통(窮通) : 궁은 통하지 못해 곤궁하다는 뜻이고 통은 순조롭게 잘 풀려서 높은 벼슬에 오른다는 뜻이다.
포(浦) : 물가 또는 포구를 의미한다.

【시에 담긴 내포】

자신을 후원해주던 장구령(張九齡)이 재상으로 있을 때는 왕유 역시 정치적인 포부가 있었고 현실에 대해서도 희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중에 장구령이 쫓겨나고 간신 이임보(李林甫)가 재상이 되어 권력을 독점하자 정직한 관리들은 잇따라 공격당하거나 조정에서 쫓겨난다. 바로 이렇게 어두운 정치현실에서 왕유의 이상 역시 깨져버렸다.

내용상으로 본다면 이 시는 적어도 왕유가 종남산(終南山)에 은거한 후 쓴 작품이다. 그는 불과 마흔 둘의 나이에 종남산에 은거했으니 당시 나이로도 ‘늘그막’이라 칭하기엔 좀 이르다.

필자가 보기에는 두 번째 연(聯) “스스로 돌아봐도 좋은 계책 없어 다만 옛 숲으로 돌아감만 알았네”에서 과거에 시인이 은거했던 때의 심리상태와 처지를 회고한 것이다. 즉, 시간상으로 1연과 2연의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솔바람 불어와 허리띠를 풀어헤치고 산 위 달빛 아래 거문고를 타는데”

3연의 이 두 구절에 대해 어떤 평론가들은 시인이 고민하는 가운데 정신적 해탈을 추구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2연에서 시간이 도치된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이 두 구절은 고결(高潔)함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환경과 운명에 대한 은자(隱者)의 무한히 깊은 정과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이런 내포는 또 마지막 4연의 의미로도 추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그대가 궁통(窮通)의 이치 물어오니 어부가를 부르며 깊은 물로 들어갈 뿐!”

마지막의 이 두 구절은 이미 명리에 담담해진 은자가 아직 명리의 마당 속에서 경쟁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를 형상으로 표현한다. 이 두 구절이야말로 독자들이 깊이 생각해보고 음미할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시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관건이다.

명리의 마당 속에서 다투는 사람들은 늘 자신이 명예와 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관리라면 늘 승진하고 부유해지길 바라는데 관(官)과 재(財)는 사실 모두 운명 속에 이미 정해진 것이다. 이런 이치를 분명히 모르니 곧 다투고 싸우거나 심지어 지름길이나 요령을 찾게 된다.

‘궁통(窮通)의 이치’란 바로 승진하고 부자가 되는 도리를 말한다. 왕유는 다년간 수련해온 불가의 거사로 인과응보와 길흉화복 및 장수하고 요절하는 도리에 대해 이미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지금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승진하고 부자가 되는 도리를 물으니 그가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층차(層次)의 차이가 너무 커서 설사 말을 한다 해도 소용이 없으니 다만 어부가를 부르면서 빨리 배를 몰아 깊은 물로 들어갈 뿐이다!

이 시의 나중 4구절은 모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고 특히 마지막 2구절의 구도에는 약간 유머러스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야말로 “시 속에 그림이 있는” 왕유 시의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문위치: http://big5.zhengjian.org/node/33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