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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감상〗 변새로 출사하며(使至塞上)

글/ 문사격(文思格)

【정견망】

변새로 출사하며(使至塞上)

왕유(王維)

단출한 수레로 변새를 방문하려
속국(屬國)이 되어 거연(居延)을 지나네
바람에 날리는 쑥은 국경 밖으로 넘어가고
돌아가는 기러기는 오랑캐 하늘로 날아든다.
대 사막엔 한줄기 봉화 연기 곧게 피어오르고
긴 강물 너머로 지는 해는 둥근데
농산 아래 소관에서 척후 기병 만났더니
절도사의 군대가 연연을 점령했다 하네.

單車欲問邊, 屬國過居延。
征蓬出漢塞, 歸雁入胡天。
大漠孤煙直, 長河落日圓。
蕭關逢候騎, 都護在燕然。

【작가소개】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자구해석】

737년 하서 절도부대사(節度副大使) 최희일(崔希逸)이 토번(吐蕃)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왕유는 현종으로부터 국경 밖으로 나가 군사들과 백성들을 ‘선위(宣威)’하고 군정(軍情)을 시찰하란 명령을 받는다. 사실상 그가 조정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 시는 바로 시인이 변새로 나가는 도중 쓴 것이다.

사(使):출사(出使)의 뜻으로 황제의 사절(使節)을 지닌 신분으로 어느 지역에 가는 것.

문(問):위문하다.

변(邊):변새(邊塞) 또는 변관(邊關)

속국(屬國):원래는 진한(秦漢)시기 관직명으로 여기서는 사신으로 떠나는 왕유 자신을 가리킨다.

거연(居延): 지금의 감숙성 장액(張掖)현 서북쪽으로 당시에는 당나라 북서쪽 국경지대였다.

정봉(征蓬):먼 길을 떠나는 쑥. 바람에 날리는 쑥은 옛 시에서 주로 떠돌아다니는 여행객을 비유한다.

한새(漢塞): 한나라 때 설치한 관새(關塞)

연(煙):여기서는 봉화 연기를 말한다. 낭연(狼煙)이라고도 하는데 승냥이 똥에 불을 붙여 연기를 냈다. 고대에 군사 정보를 교환하는 신호로 사용되었다.

소관(蕭關): 지금 영하(寧夏) 회족자치구 고원현(固原縣) 동남쪽에 있는 관새.

후기(候騎): 적의 상황을 정찰하는 척후 기병

도호(都護): 당나라 때 국경 중요 지역을 지키던 도호부의 장관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하서절도사를 가리킨다.

연연(燕然):산 이름으로 항애산(杭愛山)이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외몽골에 속한다. 여기서는 실제 지명이라기보다는 적과 맞선 최전방이라는 의미.

【시에 담긴 내포】

시인은 황제가 직접 파견하는 감찰어사(監察御史)의 신분으로 변경 밖으로 나가 부대를 ‘선위’하기 위해 홀로 수레를 타고 나아간다. 여기서 ‘단출한 수레(單車)’에선 단(單)이란 글자를 써서 은연중에 시인의 이번 사행이 사실 그리 중요한 이유가 없음을 드러낸다.

‘바람에 날리는 쑥(征篷)’과 ‘돌아가는 기러기(歸雁)’ 두 구절은 순수한 풍경 묘사에 속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시인의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쑥처럼 경성(京城 장안)을 나와 줄곧 변경까지 왔는데 이것은 시인이 정치중심 내지는 따스한 집에서 밖으로 밀려난 것을 상징한다. 기러기 역시 시인과 마찬가지로 오랑캐 하늘 방향으로 날아가지만 저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집을 떠난 시인과는 선명한 대비를 보인다. 이때 시인의 속마음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대 사막(大漠)’과 ‘긴 강물(長河)’ 두 구절 역시 순수한 풍경묘사로 웅장한 스케일과 내함(內涵)이 풍만하고 미묘한 것을 형상화했다.

‘곧게 피어나는 봉화 연기(孤煙直)’는 연기가 바람이 없어서 곧게 올라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승냥이 똥을 태운 연기라서 무겁게 엉겨 바람이 불어도 쉽게 휘어지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전쟁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봉화연기가 올라가는 것은 일종의 전투 경보인데 마지막 구절에서 이를 입증할 수 있다)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긴장감이 도는 사막의 전투 분위기를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시인은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황하(黃河) 위로 떨어지는 해가 ‘둥글다(圓)’고 묘사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사막이라 주변에 해를 가릴 산이나 숲이 없음을 보여주는데 그 외에도 많은 여운을 남긴다. ‘둥글다(圓)’는 글자에는 뭔가 특별한 느낌과 운치가 담겨 있다. 아마도 시인은 마음속으로 큰 전투가 끝났으니 앞으로 남은 작은 전투들이 모두 원망히 끝나길 강력히 희망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쩌면 이때 새외를 나가본 경험이 나중에 시인이 관직을 담담하게 보고 최종적으로 은거해 선(禪)을 닦게 되는 하나의 복선이 되었을 수 있다.

이외에도 시인은 이번 사행에서 한 가지 큰 수확을 얻었으니 그것은 바로 “대 사막엔 한줄기 봉화 연기 곧게 피어오르고 긴 강물 너머로 지는 해는 둥근데”란 두 구절이 이때 이후 당시(唐詩) 중에서도 천고의 절창으로 꼽히는 명 구절이 되었다. 심지어 근대의 시평가(詩評家)들조차 ‘천고의 장관(壯觀)’이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34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