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사격(文思格)
【정견망】
안서로 출사하는 원이를 보내며 (送元二使安西)
왕유(王維)
위성의 아침 비 가벼이 날리는 티끌을 적시고
객사에는 파릇한 버들 색이 새로운데
권하노니 그대 다시 술 한 잔 드시게
서쪽으로 양관 나서면 더는 벗이 없으리니
渭城朝雨裛輕塵
客舍青青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작가소개】
왕유(王維 700~761)는 자가 마힐(摩詰)이며 성당(盛唐)시기 위대한 시인・화가이자 음악가다. 그의 시는 표현이 정미하고 생생하며 참신하면서도 세속을 벗어나 독보적인 일가를 이뤘다. 그는 이흔(李欣), 고적(高適), 잠참(岑參) 등과 함께 ‘왕리고잠(王李高岑)’이라 불리는 변새시(邊塞詩)의 대표인물이다. 또한 맹호연과 함께 ‘왕맹(王孟)’으로 불리는 전원시의 대표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선시(禪詩)’에 있어서는 고금에 독보적이다. 소동파는 그를 가리켜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畫中有詩)”고 평했다.
【자구해석】
이 작품은 벗을 떠나보내는 시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송별시(送別詩) 중 하나다. 나중에 악부(樂府)에 편입되어 가장 널리 유행하고 불리는 가곡이 되었다.
안서(安西)란 안서도호부를 말하는데 치소가 구자성(지금의 신강 고차庫車)에 있었다.
위성(渭城): 원래 진나라 수도였던 함양(咸陽) 고성을 말한다. 장안 북서쪽에 있다.
읍(裛): 읍(浥)과 통하며 적신다는 의미.
경진(輕塵): 공기 중에 날리는 미세한 먼지.
객사(客舍): 여관, 객잔.
진(盡): 다 마시다.
양관(陽關): 하서주랑 서쪽 끝에 위치해 서역과 통하는 관문.
고인(故人): 오랜 벗, 친구.
【시에 담긴 내포】
객사(客舍)란 본래 나그네가 묶어가는 곳이고 버드나무는 이별을 상징한다. 아침에 비가 내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날씨에 파릇한 버드나무 색이 새롭고 산뜻하다. 통상적으로 이별하는 장소의 처연하고 암담한 분위기를 깨끗이 날려버린다. 대신 맑고 상쾌하면서 밝은 소리가 난다.
3번째와 4번째 구절은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권주가(勸酒歌)를 부르는 것 같지만 이 안에 시인의 강렬하면서도 깊은 석별의 정을 집중적으로 체현하고 있다. 여기에는 단지 먼 길 떠나는 벗에 대한 아쉬운 석별의 정뿐 아니라 벗의 처지와 심정을 깊이 이해하며 가는 길에 줄곧 잘 지내라는 시인의 축원과 자신의 진정(眞情)을 함께 가져가길 바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
친구 사이에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이 두 구절을 사용해 마치 침묵을 깨는 자연스런 방식처럼 보인다.
이 시는 배경이 간단하고 묘사도 아주 평범하고 또 가장 보편적인 이별임에도 불구하고 깊고 진지한 석별의 정을 담고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천고의 이별가로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이 시의 거대한 성공은 다시 한 번 한 가닥 진솔한 정이 천만마디 화려한 말보다 더 오래 가고 사람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음을 설명한다.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9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