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陸文)
【정견망】
《서유기》가 널리 전해진 데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다. 크게 보면 사람더러 수련해서 신선이 되라고 권하는 것이고, 작게 보면 사람이 되려면 선량하고 은혜를 알며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유기》에서 자비를 말하자면 여래보살 및 각종 신선들이 먼저고 당승이 뒤를 잇는데 가장 마지막에 말할 대상이 바로 사승(沙僧 사오정)일 것이다. 하지만 사승 역시 자비롭고 선량했다.
〈제30회: 사마가 정법을 침범하니 의마가 심원을 그리워하다(邪魔侵正法 意馬憶心猿)〉에서 공주가 부왕에게 편지를 써서 당승더러 가져가도록 요청한다. 하지만 이 일이 황포요괴(규목랑)에게 발각된다. 요괴가 공주를 해치려 하자 사승이 힘껏 나서 따지며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진다. 하나는 당승이 공주의 은혜를 받은 것에 보답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주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 역시 자비의 표현이다.
그(사승)는 속으로 생각했다.
‘공주가 분명 편지를 쓰기는 했지. 우리 사부님을 구해준 것은 얼마나 큰 은혜인가. 내가 만약 한마디 하면 저놈이 공주를 죽일 거야. 이것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게 아닌가? 그럼 안 되지 안 돼! 생각해 보니 내가 사부님을 한참 모셨지만 세운 공이라곤 조금도 없는데 오늘 기왕 붙잡혀 묶여 있는 처지이니 이 목숨을 바쳐 사부님의 은혜를 갚아야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요괴야 무례하게 굴지 마라! 공주님께서 무슨 편지를 보냈다고 그토록 억울하게 그분의 목숨을 해치려는 것이냐? 우리가 이곳에 와서 너한테 공주님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우리 사부님을 붙잡아 동굴에 가뒀을 때 사부님께서 공주의 외모와 행동거지를 보신 적이 있다. 보상국에 도착해 통관문첩에 도장을 받으려는데 그곳 황제가 공주의 초상화를 보여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물으며 오는 도중에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결국 우리 사부님이 공주님 얘기를 꺼내셨고 그녀가 황제의 딸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황제께서는 우리에게 어주를 하사하며 너를 사로잡고 공주를 궁궐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이런 정황인데 무슨 편지가 있었다는 것이냐? 네가 정 죽이고 싶으면 이 어르신을 먼저 죽이고 억울하게 죄 없는 사람을 죽여 천리를 거스르는 짓은 하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서유기》를 단지 재미로 보지만, 그것이 사람을 교화하고 있음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선량한 마음을 갖고 남을 위해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요괴와 차이가 없다. 신이 되는 것과 사람이 되는 것 모두 그렇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378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