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견망】
어릴 적 우리 마을에는 삼국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시던 노인이 한 분 계셨다. 그분에게서 많은 삼국 이야기를 들으며 특히 제갈량을 몹시 추앙하게 되었다. 지혜로우면서도 의리까지 있으니 무척 부러웠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에 올라가 국어 교과서에서 〈가정을 잃다(失街亭)〉라는 글을 배웠다. 제갈량이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는 마속을 중용해 가정을 지키게 했다가,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을 잃고 조조를 토벌하려던 북벌 전역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제갈량은 군령장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수들의 간곡한 청을 뒤로하고 마속의 목을 벴다. 당시 학교 선생님의 설명은 이러했다. “지혜로운 사람일지라도 천에 한 번의 실수는 있는 법(智者千慮 必有一失)이다”, “사람은 손을 실수할 때가 있고 말은 발을 헛디딜 때가 있다”, “제갈량이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다” 등이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늘 견강부회처럼 느껴졌고 어릴 적 들었던 제갈량 이야기와는 너무나 달라 제갈량의 형상에 큰 흠집을 냈지만, 스스로 그 까닭을 설명할 길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견 문장《‘삼국’ 탐미: 제갈량의 대의》를 읽고 번뜩 깨달음이 왔다. 제갈량이 마속을 중용한 것은 마속에게 공을 세워 입신양명할 기회를 준 것이었다. 마속은 반평생 그를 따랐으니 부자지간이나 다름없었다. 마속을 기용한 원인은 마속에 대한 ‘의(義)’ 때문이었고, 마속의 목을 베며 제갈량이 통곡한 것은 유비에게 죄송한 마음, 즉 마음속의 가책 때문이었으니 이는 유비에 대한 ‘의(義)’였다.
《삼국연의》에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보여주는 좋은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그런데 중공 사당(邪黨)은 이를 선택하지 않고 하필 ‘마속의 가정 상실’ 단락을 골라 편찬했다. 그 속셈은 가히 험악하다. 제갈량을 추악하게 만들어 그의 형상을 깎아내리며 전통문화를 왜곡하고 사람의 사상과 관념을 변이시키려는 것이다.
저자 나관중은 제목에서부터 본서의 주제가 ‘의(義)’임을 명확히 했다. 삼국의 겨룸 속에서 의의 내포를 표현한 것이다. 도원결의에서 시작해 관우의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에서 마지막에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병사할 때까지 곳곳에서 의의 표현과 내포가 드러난다. 저자는 방대한 분량과 세밀한 묘사, 짙은 필치로 제갈량을 서술하며 그가 가진 대의(大義)를 진정으로 표현해 냈다.
제갈량은 출산하기 전에 이미 천하가 셋으로 나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유비는 천하 통일을 원했지만 천의(天意)가 그러하니 이는 단지 이상과 목표일 뿐 이번 생에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비가 세 번이나 찾아준 은의(恩義)에 보답하기 위해,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출산해 유비의 천하 통일 염원을 돕기로 했다. 제갈량이 보여준 군사적 지혜는 또한 유비에 대한 ‘의(義)’를 위한 것이었다.
촉이 건국된 후 제갈량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유비에게 천의에 따라 무기를 창고에 넣고 말은 남산에 풀어놓으며 나라를 잘 다스리자고 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비의 천하 통일 염원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전쟁을 준비했다. 훗날 유비가 백제성에서 아들을 맡기자 천의를 거스르면서까지 여섯 번 기산으로 나아가 북벌했다. 결국 매번 여러 가지 이유로 패하고 돌아왔으나, 오장원에서 밤에 천상(天象)을 살피며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것을 알면서도 법술에 의지해 수명을 연장하려 했다. 하지만 천의는 어길 수 없는 법이라 위연이 성큼성큼 들어와 주등(主燈)을 꺼뜨렸고, 결국 국궁진췌(鞠躬盡瘁)하다 오장원에서 병사했다.
제갈량이 죽기 전 보여준 여러 안배와 신통한 능력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유비의 삼고초려와 탁고의 은의(恩義)를 위한 것이었다.
《삼국연의》에서 진정으로 대의(大義)를 보여준 인물은 사실 제갈량이다. 그래서 중공 사당이 그토록 추악하게 만들고 깎아내리려 애쓰는 것이다. 특히 중공 사당이 당문화(黨文化)의 주장(主將)으로 떠받드는 노신(魯迅)이 제갈량의 지혜를 ‘요괴에 가깝다’고 추화한 것은 사람들에게 가장 깊은 독해를 끼쳤다.
제갈량의 일생은 생명으로 ‘의(義)’의 표현과 내포를 해석한 과정이었다. 그는 위로는 천문을 통달하고 아래로는 지리를 알며 점괘에도 능했기에 얼마든지 천의에 순응하며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알아준 유비의 은혜(知遇之恩)에 보답하기 위해 천의를 거슬러서라도 유비의 천하 통일과 백성을 보호하려는 염원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심혈을 다 쏟았음에도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죽을 때가지 국궁진췌(鞠躬盡瘁)하며 ‘의(義)’의 내포를 남김없이 표현한 것이다.
당문화의 각도와 사유 방식으로는 《삼국연의》의 진정한 함의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 오늘날 대륙의 많은 학자가 당문화의 각도에서 삼국을 연구하고 토론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이치는 앞뒤가 맞지 않아 도리어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당문화를 버리고 근원을 맑게 씻어내야 비로소 자신만의 진정한 견해를 가질 수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1534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