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纖纖)
【정견망】
새는 깃들고 물고기는 움직이지 않으니,
달빛은 밤 강물 깊숙이 비치네.
몸 밖에는 아무 일도 없고,
배 안에는 오직 거문고뿐이라.
일곱 줄은 유익한 벗이 되고,
두 귀는 지음(知音)이 되네.
마음이 고요하니 소리 또한 담담하고,
그사이에는 고금(古今)이 없노라.
鳥棲魚不動,月照夜江深。
身外都無事,舟中只有琴。
七弦爲益友,兩耳是知音。
心靜即聲淡,其間無古今。
——《선야원금(船夜援琴)》
백거이(白居易, 772년-846년)는 자가 낙천(樂天)이고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또는 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조적(祖籍)은 태원(太原)이나 증조부 때 하규(下邽)로 옮겨 살았으며 하남 신정(新鄭)에서 태어났다.
당대(唐代) 3대 시인 중 하나다. 백거이는 원진(元稹)과 함께 신악부 운동을 제창하여 세상에서 원백(元白)이라 일컬었으며, 유우석(劉禹錫)과 함께 유백(劉白)이라고도 불렸다.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이 전해지며 대표 시작으로는 《장한가(長恨歌)》, 《매탄옹(賣炭翁)》, 《비파행(琵琶行)》 등이 있다.
이 시 《선야원금》은 아마도 시인이 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가 밤에 아무 일도 없고 잠이 오지 않을 때 지은 듯하다. 시작하는 간단한 몇 구절에 아마도 커다란 현기(玄機)가 담겨 있을 것이다.
“새는 깃들고 물고기는 움직이지 않으니,
달빛은 밤 강물 깊숙이 비치네.
몸 밖에는 아무 일도 없고,
배 안에는 오직 거문고뿐이라.”
이때는 아마도 심야일 것이니 새는 둥지로 들어가고 물고기는 깊이 잠들었다. 심야라 물고기의 흔들림이 없기에 달빛이 물속 깊이까지 비칠 수 있다. “몸 밖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은 생활 속의 자질구레한 일이 전혀 없다는 뜻으로, 불가(佛家)의 내려놓는다는 뜻으로 정말로 완전히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
또한 “배 안에는 오직 거문고뿐이라”는 것은 몸에 지닌 물건이 없음을 뜻한다. 이는 일종의 비유로, 집착하여 내려놓지 못할 물건이 없다는 뜻이지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불가의 무(無), 도가의 공(空)과 같다. 즉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네 구절만 보아도 사람들에게 초탈하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마치 시인이 금방이라도 우화등선(羽化登仙)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일곱 줄은 유익한 벗이 되고, 두 귀는 지음이 되네.” 시인은 거문고를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로 삼고 두 귀를 지음으로 삼았다. 여기에 담긴 속뜻은 더 이상 인간 세상의 지음과 친구에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이 고요하니 소리 또한 담담하고, 그사이에는 고금이 없노라.” 외부 환경의 소리는 매우 작아져 들리지 않게 된다. 이때의 시인은 더 이상 외부 소리에 교란받지 않으며 거의 고금(古今)을 관통하여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 시인의 이러한 상태는 불가의 깨달음과 매우 유사하니, 홀연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또 모든 것을 명백히 알게 된 것이다.
고서에 따르면 백거이는 적선(謫仙 귀양온 신선)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수련이며, 시인은 만물을 내려놓고 친구와 지음을 내려놓았다.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인의 눈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희미해지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하나의 경지일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15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