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열(欣悅)
【정견망】
문장은 본래 하늘이 이룬 것이니, 빼어난 솜씨는 우연히 얻은 것이라.
순수하여 흠집 하나 없으니, 어찌 다시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랴?
그대는 옛 제기(彝器)를 보라, 기교나 서투름을 보탤 곳 없다네.
한은 선진과 가장 가까우나, 진하고 옅음은 이미 달라졌도다.
호부(胡部)는 무엇인가, 호기로운 대피리와 구슬픈 거문고 소리가 섞여 있구나.
후기(後夔)가 다시 나타나지 않으니, 천년 세월 속에 누구와 기약하랴?
文章本天成,妙手偶得之。
粹然無疵瑕,豈複須人爲?
君看古彝器,巧拙兩無施。
漢最近先秦,固已殊淳漓。
胡部何爲者,豪竹雜哀絲。
後夔不複作,千載誰與期?
남송의 애국 시인 육유(陸遊)는 일생 동안 수많은 시사(詩詞)를 썼다. 글쓰기에 대해 반드시 자신만의 심득(心得)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체득은 남달랐다. 이 시 《문장》은 시인이 글쓰기에 대해 깊이 체득한 바를 적은 것이다.
“문장은 본래 하늘이 이룬 것이니, 빼어난 솜씨는 우연히 얻은 것이라.”
시인은 첫 구절에서 문장이란 사실 사람들이 상상해 내거나 창작해 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하늘이 이미 성취해 놓은 것이며, 인연 있는 사람이 무심결에 얻은 것이다. ‘빼어난 솜씨(妙手)’는 글 쓰는 사람의 솜씨가 묘하다는 뜻이지만, 사실은 인연 있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얻었음을 말한다.
사실 세상 모든 일 가운데 우연히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필연이며, 다만 우연이라 느낄 뿐이다. 세상의 많은 일이 이와 같아서 보기에 매우 우연한 일 같지만 사실 그 배후에는 모두 원인이 있다. 우리는 흔히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고 말한다. 어떤 원인에 따라 어떤 결과가 얻어지는지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순수하여 흠집 하나 없으니, 어찌 다시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랴?”라는 구절은 문장이 순결하고 흠이 없는 것은 천연적인 것이지, 인위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그대는 옛 제기(彝器)를 보라, 기교나 서투름을 보탤 곳 없다네.
한(漢)은 선진(先秦)과 가장 가까우나, 진하고 옅음은 이미 달라졌도다.”
고대의 청동기는 서투르다거나 교묘하다고 말할 것 없이 그저 소박한 원형 그대로다. 한대(漢代)는 선진(先秦) 시대와 가장 가깝지만, 문장의 심후함과 천박함은 이미 큰 차이가 생겼다.
“호부(胡部)는 무엇인가, 호기로운 대피리와 구슬픈 거문고 소리가 섞여 있구나.
후기(後夔)가 다시 나타나지 않으니, 천년 세월 속에 누구와 기약하랴?”
호인의 음악은 대부분 관현악이다. 후기(순임금의 악사)가 더 이상 음악을 만들지 않으니, 천년 이래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자가 누구이겠는가?
시인은 각종 비유와 왕조의 대비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려 한다. 겉보기에는 시대가 변하며 진보하는 것 같지만, 본심(本心)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생겨난 이래 조금씩 진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람 마음이 점점 많아지고 사심(私心)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으며, 작품 또한 점점 인위적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시를 읽다 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많은 당시(唐詩)는 마치 말을 하는 것 같지 예술을 부리는 것 같지 않다. 구어체에 가깝다. 이백과 백거이의 시가 가장 뚜렷하다. 이처럼 전혀 다듬지 않은 문장이야말로 가장 좋은 시다.
시인의 눈에 문장이란 인위적으로 다듬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본래 면목이다. 많은 이들이 공들여 다듬기를 좋아하며 인위적으로 쓴 문장이라야 정교한 작품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로 그러한 문장에는 영혼이 가장 없다.
왜 전혀 다듬지 않은 문장이 가장 좋은 것인가? 글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하늘이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신이 의도적으로 사람에게 전해주신 것이며, 그 안에 신의 내함(內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의 사유로 다듬어낸 문장은 모두 사람마음(人心)이 매우 무거우니, 결코 정교한 작품이 될 수 없다.
문장은 신이 사람에게 전해준 것이다. 오늘날 법을 얻는 것에 대한 기초를 닦기 위함이다. 내함은 사람의 사유와 지혜를 초월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내용이며, 사람의 것이 아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19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