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小文)
【정견망】
평소 내 업무는 고객사들에게 전단지를 디자인해주는 것이다. 업무 성격상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게 되는데 태도가 좋은 이들도 있고 나쁜 이들도 있다. 기왕에 하는 일이니 그럼 잘해야 하는데 사실 우리는 고객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어제 사장님이 고객을 한 분 추천해주셨는데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곧장 우리에게 꽤 많은 주류(酒類) 사진과 가격 및 이름을 보내주었다. 그리고는 아주 듣기 힘든 목소리로 말했다. 대략적인 뜻은 나더러 가급적 빨리 자신에게 한 페이지 전단지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태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다투기 싫어서 그냥 간단히 대답만 하고 일을 시작했다.
작업 과정이 아주 까다로워서 서너 시간을 작업한 후에야 겨우 조판해서 고객에게 보냈다. 그랬더니 고객이 아주 흉흉한 기세로 나더러 술 마셔본 적 없느냐 어떻게 이런 저급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했다. 원래 내가 문장을 끊을 때 숫자 하나와 52도 술을 연결해서 552도가 된 것이다.
나는 상대방에게 저는 술을 전혀 마실 줄 모르기 때문에 주류 회사 및 이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고 곧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모르고 한 잘못이라고 인정하자 상대방도 그렇게 심한 말을 하진 않았고 그냥 빨리 고치라고만 재촉했다. 한 시간 후 고객은 최종 원고를 결정했는데 이는 평소 업무 중에서도 비교적 빠른 편에 속한다.
나중에 사장님과 얘기해보니, 사장님은 이 고객은 원래 태도가 좋지 않고 발음도 나빠서 대화하기 힘들어 소통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같이 일을 해보니 비록 처음 태도는 좋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순조로웠다.
겸손하고 온화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또한 원활한 의사소통의 기초이다. 사실 만약 예전에 이런 일을 만났다면 아마 이렇게 처리하지 않고 상대방과 이치를 따지거나 심지어 억지를 부렸을 것이다. 아마 그에게 나는 단지 당신의 요구에 따라 조판했을 뿐이며,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제안에 따라 다시 수정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결과적으로 고객과 말다툼을 하거나 심지어 사업을 망칠 수 있는데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그 어떤 일이든 상대방이 어떻든 간에 자신이 일하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일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심지어 순조롭게 해결될 수도 있다. 상대방의 태도가 좋지 않을 때, 더욱 선념(善念)을 유지하고 냉정하게 대처한다면 아마 많은 일들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52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