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일(如一)
【정견망】
만약에 내가 대학 입시에서 본과(本科)에 합격했다면, 만약에 내가 20대에 교사가 되었다면, 만약에 내가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면, 만약에…….. 그러나 애석하게도 인생에서 다시 시작할 기회는 없으며, 시간은 마치 꿈처럼 지나가니 오직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결혼에 실패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 물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만약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결혼이 어떤 느낌인지 몰랐을 것이다. 35세의 나이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5천 위안의 월급을 받는데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해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남들처럼 성공하지 못했고, 남들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도 못했으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명예와 이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결혼 생활이 엉망인지 보았다.
아마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며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불만을 품고 사는 것 같다. 마난(魔難)을 겪어본 그런 동수들을 제외하고, 자신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할 때면 이는 곧 사부님의 배치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고, 하늘이 늘 자신에게 잘 배치해주지 않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배치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부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무조건적이어야 하며, 우리에게 있어 사부님이란 늘 자기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려는 부모님과 같다.
물욕(物慾)이 횡행하는 이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현실에 불만을 품고 만족할 줄 모르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뜻이 담백할 수 있는가? 이는 마치 강에 빠진 사람이 자신을 구해주는 사람에게 자신이 구하고 싶은 방식으로 구해달라고 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아득히 먼 우주에서 이곳에 온 이유는 단지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행(修行)하러 온 것이고 중생을 구도하기 위해 온 것이다. 어쩌면 이번 생에 내가 세상에서 사는 것이 평범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내가 가진 것은 속인이 추구하고 얻으려 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하루 업무가 그리 바쁘지 않아, 책을 읽고 연공할 시간이 있으며, 자신을 더 많이 반성할 시간이 있어서 대부분의 시간과 정력을 수행에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마땅히 만족해야 하고, 마땅히 감사드려야 하며, 평범한 일상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는 마땅히 자신이 걷는 길을 똑똑히 인식해야 하고, 속인의 것을 얻어도 기쁘지 않고 잃어도 근심하지 않아야 하며, 지나치게 득실(得失)을 따지지 말고, 지나치게 성패(成敗)를 중시하지 말며,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데 외부의 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고인(古人)이 그렇게 활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명예와 이익에 담담하고, “환경이 좋다고 해서 기뻐하지 않고 자신의 처지가 나쁘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았기[不以物喜,不以己悲]” 때문에 조용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소탈하고 표일(飄逸)한 시를 쓸 수 있었다. 오직 이해와 득실을 마음에 담지 않고, 남든 떠나든 신경 쓰지 않아야만, 심태(心態)가 평화롭고 담담하게 만족할 수 있고, 달관해서 웃으면 인생을 볼 수 있다.
이때가 되면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딸이 아니고, 더 이상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니고, 더 이상 누군가의 형제자매가 아니며, 나는 이곳 사람들과 단절되는데, 이때 나는 오직 자신일 뿐이다. 표면적으로는 이 모든 관계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러나 내심에서는 이미 내려놓았고, 인생이란 그저 이곳에서 연기하는 것임을 똑똑히 알게 된다.
“각자(覺者)는 집착심이 없으며 세인들이 환각(幻)에 미혹됨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정진요지》 〈경지〉).
모든 것은 다 가장 좋은 배치다. 금생에 나는 행운이 있어 대법을 얻었고 더 이상 속세에 미련이 없다. 이번 생에 나는 유감이 없고, 이번 생은 장차 내게 있어 최후의 세(世)가 될 것이다. 과거에 겪은 모든 것들은 다 단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깔아준 것에 불과하다. 일체는 다 하늘의 은사(恩賜)이고 일체는 다 가장 좋은 배치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76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