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小西)
【정견망】
우리는 많은 경우 어떤 상황을 볼 때,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날, 우리가 입장을 바꿔 문제를 본다면 다른 사람이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할 것이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신 후, 나와 큰오빠가 비용을 분담했다. 나는 적게 냈고, 큰오빠가 많이 냈다. 왜냐하면 내가 매일 어머니를 찾아뵙고, 필요한 물건을 사드리고, 심지어 발도 씻기고 옷도 갈아입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달 요양비 납부 기한이 지났는데, 큰오빠가 아직 돈을 보내주지 않았다. 나도 직접 부탁하기가 민망했다. 만약 큰오빠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오빠도 난처할 것이다. 오빠는 체면 때문이라도 남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데 그건 너무 매정하다.
며칠 전, 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오빠가 제때 돈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원래 내가 오빠보다 감당한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큰오빠는 첫 달 요양비를 선불로 냈고, 보증금도 오빠가 부담했다. 단지 이것만 봐도 오빠가 나보다 훨씬 많이 부담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오빠가 마땅히 내게 돈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오빠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보증금과 첫달 요양비까지 다 선불로 냈으니 내가 더 적게 낸 것이다. 그러니 오빠가 돈을 좀 늦게 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을 많이 생각하고 가급적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아야 한다.
그저께 오빠가 돈을 보냈다. 나는 재빨리 오빠에게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운지 물었다. 만약 어렵다면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오빠는 좀 어렵긴 하지만 오늘 월급을 받자마자 돈을 보냈다고 했다.
내가 돈을 독촉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오빠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만약 내가 그때 오빠에게 말했다면 가족 정이 많이 깎였을지 모른다. 오빠에게 돈을 독촉하는 것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했다.
사존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불성은 선(善)으로서, 慈悲(츠뻬이)로 표현되며 일을 함에 우선 남을 고려하고 고통을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정진요지》 〈불성과 마성〉)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을 보면 다른 세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무리하게 소란을 피우는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진정 이지(理智)적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다 사심(私心)에서 비롯된다. 사심을 버리지 않고 일을 하면 필연적으로 번거로움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90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