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행자(幸紫)
[정견망]
거대한 배를 만들어 무역하다
해충개공(海忠介公)의 자손으로 이름은 술조(述祖)라는 사람이 있었다. 풍류를 알고 호방하며 기개가 웅대했다. 공교롭게도 중원 정세는 아주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과거나 벼슬 등 선비 일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었고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겠다(道不行乘桴浮於海)”(논어)는 이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가산을 털어 거대한 선박을 만들었다. 그 배는 길이가 28장으로 별자리를 상징했다. 방은 64개인데 음양오행의 괘상을 상징한다. 돛은 24개여서 절기를 상징하고 돛대 높이는 25장으로서 하늘을 떠받드는 기둥을 칭했다. 머리는 두 개로서 일월을 상징했다.
이 같이 건조하는데 3년이 걸려 겨우 완공됐고 그는 스스로 독창적인 방법으로 만든 신기한 기술이 있어 바람을 타고 만 리의 파도를 헤치는데 곤란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안 근처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38명이 있었는데 그의 거대한 화물선을 빌려 해외 여러 나라와 무역에 종사했으며 중심이 된 사람은 늘 술조였다.
태풍을 만나 용궁으로 들어가다
명나라 숭정 임오년 2월, 그들은 돛을 올려 출항했는데 해질 무렵 갑자기 태풍이 크게 일어나고 눈보라가 쳤으며 많은 교룡, 이무기 같은 동물들이 좌우를 둘러싸고 오르내리고 있었다. 조타수는 대경실색하여 어쩔 줄 모르는 중에 태풍을 따라 한 곳에 이르렀는데 어둡고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어서 전혀 어디가 어딘지 구분할 방법이 없었다.
잠시 후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바람이 잦아들더니 멀리서 6,7명의 관원이 보이는데 몸에는 높은 관과 띠를 맨 복장을 하고 두 손을 맞잡고 물가에 시립해 있었으며 이 사람들 뒤에는 1백여 명의 시종들이 있었는데 생긴 것이 추하고 괴상했다. 몸에는 온통 비늘과 은갑을 둘렀으며 집게 같은 검을 들고 어깨에는 긴 수염 같은 창을 메고 횃불, 촛불을 환하게 켜서 들고 있는 모양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배는 해안에 닿았다. 그 관원들은 각자 좋아하며 배에 올랐으며 한 바퀴 둘러보고는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것 쓸만하군!” 즉시 선주가 누구냐고 물었다. 술조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고 무슨 뜻이 있는지 알 수 없어 급한 나머지 자기가 주인이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그들은 술조 일행을 내실로 불러 왕을 만나게 했다. 약 3리 정도 걸어가니 양쪽은 좁은 길인데 맑고 깨끗하기가 마치 옥을 깎아 놓은 것 같은 산봉우리였으며 조금의 흙이나 먼지가 없었고 궁문에 도착하니 입구에는 두 마리 황룡이 지키고 있었다. 주위의 짧은 담은 모두 수정을 쌓아 만든 것으로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이 머리카락 한 올도 감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술조는 마음속으로 추측했다. “이것은 분명 용궁이야.” 삼중문을 지나 비로소 대전에 들어섰다. 그것의 규격과 설치는 인간 제왕의 거주하는 곳과 매우 유사했으나 그 휘황찬란한 기품은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전혀 못하지 않았다. 그 궁전 내의 광활함은 바로 1천 명이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좌석이 설치되어 있었고 주위에는 열장 높이의 커다란 깃발이 꽂혀 있어 그 위풍당당함을 다 설명할 수 없었다.
큰 배가 용왕에게 징발되다
이 용왕은 이제 막 대전에 올라왔는데 머리에는 붉은 두건으로 두 개의 육각(뿔모양으로 살이 튀어나온 것)을 둘렀고 노란 수놓은 포를 입었으며 수염은 자라서 배까지 드리웠다. 이 6,7명의 관원이 앞으로 나아가 상주했다.
“지난번 공문이 내려왔을 때 이야기하던 배 두 척을 징발하는 일은 오랫동안 적합한 조건이 맞는 것을 찾지 못했으나 오늘 알맞은 한 척이 나타났으니 아뢰옵나이다.”
용왕이 말했다.
“옛날 관례에 비추어 보아 두 척을 가져야 공물을 싣기가 겨우 충분한데 오늘 한척이 모자라니 어떻게 하는가?”
관원들이 말했다.
“공물 바치는 날짜가 긴급하여 신등이 이 배를 상세히 조사해보고 내부의 건조방법을 보니 곳곳마다 암암리에 사상(四象)과 혼천의(渾天儀)와 일치하니 가히 하늘에 보내는데 적합하고 유리합니다. 또 크고 새로 만들었으며 깨끗하니 만약 모든 공물을 먼저 수습하고 겹겹이 쌓아 올려 하늘의 신궁에 도달하면 차례에 따라 진열한 것을 취하면 거의 될 것 같습니다.”
용왕은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어서 빨리 화물과 속세 사람들을 옮기고 배를 물로 씻어라. 빨리 해라. 시간이 없다.”
명에 천록(天祿)이 있어 허가를 받아 동행하다
뭇 관원들을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여 응답하고 내려가 배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의 모든 사람들과 화물을 있는 대로 다 해안으로 끌어와 용궁 서쪽 빈 못 속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술조만은 가지 않겠다고 버티며 물어보았다. “공물을 어디로 보내는 거요?” 관원이 말했다. “하늘에 바칩니다.”
술조가 말했다. “저는 술조라는 사람인데 당신의 눈에는 비록 시골의 무명 천민으로 보이겠지만 저는 기개가 곧고 하늘로 뻗어 있으며 늘 자신이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해 구궐선궁(九闕仙宮)으로 올라갈 인연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오늘 운이 좋아 이런 기이한 인연을 만났군요. 저도 당신들을 따라 가고 싶습니다.”
관원들이 말했다. “당신은 탁한 세상의 속인이니 갈 수 없습니다. 가면 하늘의 법을 건드리게 되니 안 됩니다.”
그 중 한명이 말했다.
“당신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적어보시오.”
술조가 즉시 적었다. 그 관원이 보더니 다른 관원들과 상의했다.
“이 사람은 명 중에 “천록”이 있군요. 또한 충신의 후예입니다. 그러니 잠시 동행을 허락합시다.”
얼마 안 되어 화물을 운반하는 자 수백 명이 끊임없이 도착했다. 그 일을 맡은 “제공관(齎貢官)”은 우선 물을 배에 뿌리고 연후에 용왕이 “신궐(神闕)”의 “금엽표문(金葉表文)”을 주어 배의 중간 건물에 붙였다. 이어서 공물을 가져가는 관원 두 명이 여러 보물을 알맞게 배치했다.
용궁 공물의 명단
술조는 몰래 “공물 명단”을 훔쳐보았다. 그 속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작은 것 50 그루로 된 붉은 산호 숲 하나, 크고 작은 것 70그루로 된 노란 산호 숲 하나, 그 중 높은 것은 1장 5척.
야광진주 100개와 화제주(火齊珠) 200개, 진주의 직경은 1촌5푼. 교초(인어가 짠 직물) 500필, 영사비단 500필, 푸른 비파 20개, 홍말갈(紅靺鞨)보석 20개, 유리거울 100개, 각 40근짜리 원광(圓廣) 3척, 옥가루 1천투(鬪), 금장(金漿) 100그릇, 오색석 1만방(方). 기타 항목들은 모두 들어보지도 못했던 특수한 명칭과 기이한 품종으로서 전부 다 기억할 수 없었다.
“천인하해분계(天人河海分界)”
모든 것이 잘 준비되고 나서 북을 크게 세 번 울리자 항해가 시작됐다. 이때 역풍이 위로 불자 두 마리 거대한 물고기가 배를 옆에 끼는 듯하며 하얀 파도가 격렬히 출렁거렸다. 이외에 해면은 오히려 거울처럼 고요했으며 길은 평탄한지 험한지 알 수 없었고 시간의 밤낮의 구분이 없었다.
중도에 천 길의 매우 높은 석벽을 지났는데 그 석벽은 자른 듯이 솟아올라 우뚝 서 있었으며 그 꼭대기에는 금칠로 “천인하해분계(天人河海分界)”라는 큰 글자가 씌여 있었다. 뭇 관원들이 술조에게 보라고 하면서 말했다. “지난날 장건(張騫)이 서역으로 통할 때 뗏목을 타고 갔는데 이곳을 통과하지 못했소. 오늘 당신은 이런 좋은 기회를 만나서 은하(銀河)를 지나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소.” 술조는 고개를 숙이고 감사했다.
남천문 신선 궁궐을 엿보다
밥한끼 먹을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남천문 입구는 이미 눈앞에 나타났다. 관 입구에 도착하니 “제공관”, “압공관(押貢官)” 등이 신중히 의관을 정제하고 보석을 운반하는 관리들은 모두 갈색의 긴 옷으로 바꿔 입으면서 동시에 술조에게도 입으라고 했다. 사람들은 함께 언덕에 올라 줄을 섰다.
이때 발에 밟히는 것은 모두 금으로 되어 있었고 사이사이에 각종 옥석으로 장식되어 기이하게 빛나고 있었다. 머리를 들어 위를 보니 온통 옥과 보석으로 장식된 전당이며 울긋불긋한 누각이 공중에 은은하게 떠있는데 가까운 듯 먼 듯하기도 해서 오묘하여 도무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남천문 아래에 네 명의 신하가 있는데 관을 쓰고 손에는 홀을 잡았으며 연이어 성지를 전하는데 제공관에게 호천문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신소전 앞에는 용왕이 올리는 상주문과 행례가 있었다. 술조와 기타 관원들은 모두 문 밖에 따라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데 문득 음악이 은은히 들리고 향기가 끊이지 않았다. 곧 성관(星冠)을 쓴 두 명의 “접공관”이 나타나 공물명단에 따라 공물을 검사한 후 운송한 용궁의 공관을 이끌고 가는 것으로 들어가는 행례가 다 끝이 났다.
문득 어떤 음성이 들려 남방 서민의 번잡한 일, 북방의 병력의 변화 등등을 묻는데 말이 많고 또 복잡하여 다 서술할 수 없었다. 모든 활동이 끝난 후 사람들은 염파관에서 연회에 참석하여 술과 음식을 마음껏 먹고 감사하며 나왔다.
용궁으로 돌아오니 38명의 선원이 모두 물고기로 변하다
이어서 뭇 사람들이 단체로 배로 돌아왔다. 술조는 잠시 깜빡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흐리멍덩한 사이에 오히려 수천만 리를 여행하고 또 그 자리에 돌아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술조는 앞뒷일들을 상기해보고 용왕에게 아뢰어 원래 배로 돌아가고 압수 당했던 화물과 여러 동료들을 돌려달라고 했다.
용왕이 명령을 내려 말했다. “술조가 만든 배는 하늘나라로 들어갔으니 다시는 속세의 인간세상에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은 여전히 용궁의 서쪽 복도 끝의 빈 못 속에 있으니 만나보도록 하라.” 술조가 그곳에 가서 보니 그 선원 38명은 물고기가 되어버렸는데 머리 부분만 아직 변하지 않아 속으로 크게 놀랐다.
먼저 그 일에 참여했던 관원 중 하나는 “취주관(取舟官)”인데 특별히 그를 내실로 들어오라고 하더니 위로하며 알려주었다. “당신과 동행한 사람들은 명에 이미 마땅히 물고기 밥이 되도록 정해진 사람들이요. 현재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물고기로 변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오. 당신은 배를 용궁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빌려준 연고로 죽음을 면했소. 어찌 슬퍼할 일이겠소? 이제 안심하고 기다리면 지나가는 배를 만날 테니 마땅히 귀가할 수 있을 거요.” 이어서 음식을 주면서 편안히 평소처럼 지내게 해주었다.
귀가하여 말을 하지 않다
이렇게 한참 오래 살았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알려주었다. “배가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용왕은 술조를 불렀고 흑백 구슬을 한 포대나 내려주며 말했다. “이것을 당신이 만든 배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하게.” 그리고 작은 배를 이용하여 큰 배에 옮겨 타게 해주어 해남으로 귀가했다. 당시는 임오년 12월이었는데 대개 1년 정도 흐른 시간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진작에 그 배가 태풍을 만나 전복되어 모두 다 익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므로 위패를 모시고 발인을 하여 상을 치렀는데 이번에 살아있는 술조를 보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너무나 기뻐했다. 술조도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으며 그저 광풍과 큰 파도를 만나 배가 다 부서졌는데 다행히 나무 기둥을 잡고 온데 표류하다가 마침내 구조를 받았다고만 했다.
다음 해 그는 광주(廣州)로 가서 주머니 속에서 흑백진주를 꺼내어 토번의 상인에게 팔아 아주 큰 돈을 받았으며 밭을 사서 평생 잘 살았다.
바다의 여행으로 수명이 늘다
강희 병자년 광동의 승려 방지린(方趾麟)이 직접 술조를 방문했는데 그의 입으로부터 비로소 상세한 경험을 들었다. 당시 술조는 이미 96세였는데 외모는 50대와 같았다.
– 청나라 유수(鈕琇)의 “고인속편(觚剩續編)”에서
발표시간: 2011년 8월 22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zj/articles/2011/8/22/768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