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정중(鄭重) 정리
[정견망] 송나라 시대에 한 젊은이가 술에 취해 다른 사람과 재물을 다투다가 화가 나서 상대방을 세게 때렸고 맞은 사람은 넘어져 죽어버렸다. 그는 죄가 두려워 먼 곳으로 도망쳤다. 나중에 참회하고 출가해 수행을 했는데 크게 깨우쳤으며 명심견성(明心見性)하여 대선사가 됐고 또 강단에 올라 설법을 했는데 배우는 사람이 수백 명이었다.
그가 70여세일 때 갑자기 어느 날 새벽 목욕 후에 자리에 올라 여러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움직이지 말고 말도 하지 말고 이 노승을 보거라. 40년 전의 사건을 끝을 맺어야 겠다.”
그는 정오까지 앉아 있었는데 어느 병사가 갑자기 절에 오더니 활을 당여 선사를 쏘아죽이려 했다. 노선사는 그 병사에게 합장하며 말했다.
“노승은 여기에서 이미 오래 기다렸소이다!”
병사는 매우 놀라 즉시 냉정을 되찾고 말했다.
“저는 스님과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왜 만나자 마자 당신을 죽이고 싶은 것일까요? 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노선사는 말했다.
“빚진 것은 갚아야 합니다. 그래야 공평하지요. 그러니 시간을 끌지 말고 손을 쓰시지요.”
아울러 고개를 돌려 뭇제자들에게 말했다.
“내가 죽은 후 너희들은 이 거사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그 후에 집으로 돌려보내라. 만일 조금이라도 그를 나무란다면 하늘을 거역하는 것이며 스승을 배반하는 것이며 나의 제자가 아니다!”
병사는 선사의 말을 듣고 더욱 의혹이 일어 반드시 선사의 설명을 듣고 싶어했다.
선사는 말했다.
“당신은 이미 한생을 지나 윤회하여 태에 들었으니 자연히 지난 생의 일을 잊어버렸겠죠.” 그러며 예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원래 병사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한수의 시를 낭랑하게 읊었다.
서로의 원한은 언제 갚으려나
겹겹이 얽혀 있으니 어찌 우연이겠는가?
선사가 다 설명해주어
오늘은 서천(西天)으로 가는구나!
말을 마치고 화살을 들고 서서 왕생(往生)했다(서서 죽어 혼이 천당으로 올라갔다).
선사는 자리에서 내려와 그를 위해 머리를 깎아주고 법명을 붙여주었으며 옷을 갈아입힌 후 그를 불당의 감실(龕)에 넣었다.
그리고 나서 선사는 가부좌하여 앉고 사람들에게 작별을 하고 나서 좌화(坐化)했다(앉아서 죽어 혼이 천당으로 올라갔다는 뜻)
40년 전에 살인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데 비록 빚을 갚는 것이 좀 늦었을 뿐 빚은 갚아야 하는 이치는 바뀌지 않는다. 다행히 이 두 사람은 모두 높은 성품을 갖추어서 정면으로 만났을 때 원래는 원수로 맞아야 하지만 반대로 좋은 인연으로 맺었다. 이 병사는 죽음으로 목숨을 빚진 사람을 핍박하지 않고 오히려 이로 인해 수행했으며 그 자리에서 도를 얻었다. 또 선사는 기다려서 그가 목숨을 빚진 사람을 재촉했으며 이 때문에 피차의 원한을 풀었다. 그 즉시 한 사람은 왕생하고 한 사람은 좌화했으니 천고에 만나기 힘든 기이한 일이다.
만약 선사가 진정하게 득도하지 못했거나 이 병사가 높은 성품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는 반드시 빚을 받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즉 살인은 자살과 다름없는 이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명나라의 감산(憨山)대사가 한 말이 있다.
“생각은 일어나는 곳에서 반드시 간파해야하며 일은 이르지 않았을 때 함부로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만약 악념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자를 수 있다면 업력의 근본은 그 자리에서 제거된다. 망념도 일어날 곳이 없다. 그래서 속세를 초탈하여 성인이 되는 관건은 다 여기에 있다.”
출전: 집복소재지도(集福消災之道)
발표시간: 2012년 6월 1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10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