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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신사(古風新事): 난세의 기이한 결혼

작자: 여계명(黎啟明) 정리

【정견망】

청나라 강희(康熙) 연간에 총병 왕보신(王輔臣)이 반란을 일으켰다. 반군은 가는 곳마다 약탈과 노략질을 일삼았다. 특히 약탈한 여인은 나이와 미모를 막론하고 모두 자루에 넣고 팔았다. 누구든 은자 4량만 있으면 여인을 살 수 있었다.

삼원현(三原縣)에 사는 20세 총각 미향로(米薌老)는 여자를 파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닷냥의 은자를 들고 병영에 갔다. 그는 여자를 파는 군관에게 1냥을 뇌물로 주고 예쁘고 젊은 여자를 사고자 했다. 군관은 그를 병영 안으로 이끌고 가서는 스스로 하나 고르라고 했다. 미향로는 하나씩 자루를 더듬으며 하나를 골랐다. 자루 속에 허리가 가늘고 전족을 한 젊은 여인이 있기를 바라면서 업고 갔다.

그런데 여관에 도착해서 자루를 열어보니 뜻밖에도 노파가 들어 있었다. 노파는 온 얼굴에 반점이 그득한 70이 다 된 노인이었다. 미향로는 후회해마지 않으며 멍하니 자리에 앉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잠시 후 머리가 하얀 노인이 검은색 당나귀를 이끌고 왔다. 나귀 위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타고 있었다. 그들 역시 같은 여관에 머물렀다. 노인은 젊은 여자를 부축해 나귀에서 내리고 나귀를 말뚝에 매어놓고 미향로의 서쪽 방에 짐을 풀었다.

노인과 미향로는 서로 인사를 하고 각자 통성명을 했다. 노인은 유(劉)씨이고 나이는 67세라고 했다. 어제 7량의 은자를 들여 병영으로부터 자루 속의 여인을 샀는데 뜻밖에 나이가 젊고 너무 예뻐서 이번에 집에 돌아가서 집수리만 좀 하면 만년을 편안히 살 것 같다고 했다.

미향로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더욱 화가 났고 또 후회가 일었다. 유 노인은 매우 득의양양해져 미향로를 끌고 주점에 가서 술을 마시자고 했다. 미향로도 별 수 없이 따라갔다.

두 사람이 멀리 간 후 노파가 서쪽 방의 주렴을 열고 들어갔다. 젊은 아가씨가 얼굴을 가리고 울다가 노파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얼른 몸을 일으켜 인사를 했다. 그녀의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는데 마치 비를 맞은 복사꽃 같았다.

노파가 물었다.

“어디서 왔니?”

“저는 평량(平涼)사람으로 성은 갈(葛)이며 올해 17살입니다. 적들이 부모님과 형제들을 죽이고 저를 짓밟으려 했습니다. 제가 울면서 저항하자 그들은 화를 내더니 저를 노인에게 팔았습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차라리 깨끗이 죽는 것만 못한 것 같아 울고 있습니다.” 처녀가 대답했다.

노파가 탄식했다.

“정말 이 젊은이(미향로를 말함)의 운이로구나! 나는 늙어도 죽지 못해 이런 난리를 만나 낯선 타향에서 젊은이에게 맡겨져 속으로 근심하고 있었다. 방금 전 네 주인은 나이가 많아 마침 나와 맞겠구나. 게다가 늙은이가 꽃같이 젊은 아내를 두는 것은 그리 어울리지 않지. 저들 둘은 하나는 즐겁고 하나는 수심에 잠겨 있으니 반드시 크게 취해서야 돌아올 것이다!”

처녀는 주저하며 즉시 답을 하지 않았다.

노파가 정색 하며 말했다.

“이건 물건을 파고 가면 그만이야. 우리 둘 다 적당한 곳으로 가니 일거양득이 아니냐? 빨리 가거라. 늦어선 안 된다.”

그리하여 둘은 옷을 바꿔 입었다. 아가씨는 감사의 예를 올렸다.

노파는 젊은 여자를 데리고 미향로의 방에 들어가 이불로 덮어놓고 부탁했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그리고는 자기는 서쪽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덮고 누웠다.

2경이 되자 노인과 미향로가 술에 크게 취해 돌아왔다. 두 사람은 하루 종일 걸었으므로 매우 피곤하여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한밤중 비몽사몽간에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미향로가 소리에 깨어 옷을 걸치고 일어나 보니 바로 그 노파였다. 미향로가 놀라서 말했다. “어디를 갔었소?”

노파는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며 즉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미향로가 노파의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는 한편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비록 호의는 고맙지만 이는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 아닐까요?”

노파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눈앞에서 손해를 본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이대로 그냥 있으면 자네는 처녀를 잃고 또 노인을 해쳐 죽게 할 걸세. 그러면 남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겠나? 자네에게도 손해가 없지 않겠는가?”

미향로는 한참 생각하다가 응하기로 했다.

노파는 이불을 벗겨 여자를 일으켜 재삼 부탁했다. 미향로와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며 노인에게 감사의 절을 올렸다.

노파는 얼른 그들을 막으며 빨리 떠나라고 하고는 곧 문을 나갔다.

미향로는 얼른 짐을 꾸린 후 비단천으로 여자의 얼굴을 가렸다. 미향로가 그녀를 부축해 여관을 나서자 주인이 말했다.

“이렇게 일찍 나갑니까?”

미향로는 “더운 날씨를 피하려고 좀 일찍 일어났어요.” 하고는 얼른 달아났다.

다음 날 노인이 일어나 노파를 보고는 깜짝 놀라 이유를 따져 물었다. 사정을 듣고 난 후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주먹으로 노파를 때렸다. 노파도지지 않고 그와 맞서 싸웠다.

여관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와 이 신기한 광경을 구경했다. 노인은 노기등등해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했고 당장이라도 나귀를 타고 잘아난 여인을 추적하려 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웃어댔다.

여관 주인이 말했다.

“그 사람이 젊은 아내를 얻었는데 어찌 큰 길로 다닐 것이며 당신이 어찌 따라잡을 수 있겠소? 하물며 새벽에 일어나 움직였으니 지금쯤이면 벌써 십리도 더 갔을 거요! 찾기 힘들 겁니다. 사람이 분수를 알아야지. 차라리 이 노파나 데려 가시는 게 어때요. 다른 잡생각 하지 말고.”

이때 노파가 말했다.

“우리는 저 젊은이들을 놓아주고 그들이 편히 살도록 해줍시다. 우리가 금생에 덕을 쌓으면 다음 생에는 복을 누릴겁니다. 그리고 제가 당신을 잘 돌봐드리겠습니다.”

한동안 서 있던 노인은 점차 화가 풀렸다. 여관 주인과 노파의 말을 잘 새겨보니 역시 도리가 있었다. 그래서 노인은 자기의 나귀를 끌고와서 노파를 태우고 갔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산시성과 간쑤성 일대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온다.

[덧붙이는 말]

행복한 생활은 지혜를 아는 태도에 달렸다. 불행한 혼인은 흔히 현명하지 못해 조성된다.

난세의 기이한 혼인은 노파의 지혜에 의한 것으로 어지러운 것을 바로 잡아 두 쌍의 부부가 행복하게 되었다. 이 얼마나 선량한 백성들인가!

(청나라 화방액(和邦額)이 지은 《야담수록(夜譚隨錄) 미향로(米薌老) 편》)

발표시간: 2013년 7월 20일

정견문장: http://www.zhengjian.org/node/119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