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대법제자
【정견망】
사람이 나쁜 일을 하면 보응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에서 사람의 일념이 나오기만 하면 보응이 있다고 말하면 믿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접수하지 못한다. 사람이 생각만 움직여도 보응이 따른다고 하면 좀 허황돼 보이고 이해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못한다.
청나라 말기의 대학자 기효람(紀曉嵐)은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에 다음과 같은 일을 기록해 놓았다. 청나라 사람 주개여(朱介如)가 한 말이다. 그는 한때 더위를 먹어 머리가 어지럽더니 침상에 쓰러졌다. 그런데 비몽사몽간에문득 어느 넓은 광야에 도달했다. 시원한 바람이 일고 매우 편안했다. 눈을 들어 사방을 보니 인적이 없었고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전방에 수십 명이 달리는 것을 발견한 그는 그들의 뒤를 따라 갔다. 잠시 후 어느 관청에 도착했고 수십 명이 다 들어가기에 그도 따라서 들어갔다. 문득 보니 광대한 궁전이 있었고 건물이 매우 넓었다. 정전(正殿) 좌우로 긴 복도가 있었으며 관리와 하인들이 바삐 왔다갔다 했다. 마치 높은 관리가 자리에 올라 사건을 심사하는 준비를 하는 듯했다.
이때 갑자기 한 관리가 오더니 그(주개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자네가 어찌 여기에 왔는가?” 그가 자세히 보니 이미 세상을 떠난 장항조(張恒照)라는 친구였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저승에 왔음을 알았다. 그래서 자신이 길을 잃고 이곳에 온 경과를 말했다. 장항조가 말하기를 “산 사람이 길을 잃어 저승에 잘못 들어오는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 염라왕이 보고 그리 나무라지 않을 것이야. 하지만 몇 마디 물어볼 걸세. 일을 덜기 위해 내가 있는 곳에 잠시 와서 앉아 있게. 염라대왕이 퇴청한 후 자네를 보내주겠소. 또 우리 집 이야기도 좀 물어보고.” 주개여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며 그를 따라 복도 끝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앉아 있었는데 커다란 북소리가 들렸다. 하급관리들이 한 목소리로 놀라는 동시에 염라왕이 이미 대전에 올라왔다. 주개여는 호기심에 창호지 틈으로 당 위의 장면을 훔쳐보았다. 그러자 방금 함께 왔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차례로 심판을 받는 것이 보였다. 염라왕이 무얼 묻고 그들이 대답했으나 잘 들리지 않았다. 그 중 한 사람이 그는 목을 똑바로 하여 머리를 쳐들고 있는데 마치 염라왕과 언쟁을 하는데 마치 죄에 불복하는 듯했다
그러자 염라왕은 문득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대전의 왼쪽에 크고 둥근 거울이 나타났는데 직경이 한 장이 넘어 보였다. 그 거울 속에 어느 부녀가 두 손이 묶여 있고 채찍으로 매를 맞는 장면이 나타났다. 또 거울이 번쩍하더니 또 한 부녀가 눈물을 흘리며 사람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그 사람이 보고는 얼굴이 창백해졌으며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엎드리며 “죄를 인정합니다!” 라고 했다. 염라왕은 아랫사람에게 명해 그를 끌고 가라고 했다.
한참 지나자 비로소 모든 심판이 종결되었다. 염라왕이 내려가고 관리들이 다 흩어지자 장항조가 또 방으로 와서 주개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자기 자손들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주개여는 아는 대로 한두 가지만 말해주었다. 장항조가 듣고는 탄식하더니 손을 흔들며 “됐네, 더 말할 필요 없어. 모를 때는 듣고 싶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번뇌만 더하는군!”
주개여가 화제를 돌려 물었다.“방금 당 위에 나타났던 그 큰 거울이 소위 말하는 ‘업경業鏡’ 인가?” 장환조가 그렇다고 했다. 주개여가 또 물었다.“거울 속의 장면은 마땅히 그 여인 본인의 원래 형상일텐데 지금 그 두 부녀가 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거울 속에 그 사람들의 원래 상이 나타나는가?” 장항조는 “인간세상의 거울은 겉모습만 비출 수 있지만 신의 거울은 사람의 내심세계를 비출 수 있다네.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하면 자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지. 다시 말해 일부러 한 모든 일은 심령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네.”
“그래서 업경으로 한번 비추기만 하면 일체가 일목요연하게 원형이 드러나지. 만일 무의식 중에 일부 잘못을 저지르면 자기 마음속에 이런 인상을 남기지 않으므로 ‘업경’으로 비추어 보아도 아무 그림자도 남지 않는다네. 이것은 마음속에 이런 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업경에 영상이 비쳐나오지 않지. 저승의 판결은 주로 일부러 한 것인지 무심코 한 것인지를 가지고 선악을 판단하는데 신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마음이라네! 이 점을 똑똑히 알아야 하네.” 주개여가 물었다. “신의 거울로 사람의 마음을 비출 수 있는가?”
장항조가 말했다. “비록 마음은 볼 수 없지만 어떤 사물도 마음에 형상을 남길 수 있다네. 사람이 죽은 후 백(魄)은 떠나지만 영(靈)은 존재한다네. 신식(神識 정신)은 불멸이며 타오르는 등불처럼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네. 업경이 밖을 비추면 가려지는게 없고 내심을 비추면 통하지 않음이 없다네. 이래서 내외가 모두 투명하게 비록 미세한 사물이라도 똑똑히 드러난다네. 어떤 사람이 한 일이든 마음속에 영상이 남고 업경에 의해 비쳐진다네.”
장항조가 말을 마친 후 주개여를 데리고 나갔다. 주개여는 문득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높았다 낮았다 하며 마치 한조각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낙엽같이 흔들렸다. 그러다 갑자기 깨어나 보니 자신의 침상 위였다.
이 일은 건륭 갑자년(1744년) 7월에 발생했는데 마침 향시를 보는 기간이었다. 나(기효람)는 주개여가 왜 늦는가 하고 걱정을 했는데 그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문장위치: http://www.zhengjian.org/2016/06/04/1531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