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이의(李義)
【정견망】
독심술 방면에서는 옛날 사람들이 지금 사람들을 멀리 초월한 듯하다. 상대방의 일언일행으로 내심까지 관측할 수 있었고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 우리는 자신이 선 입장에서만 문제를 보며 고대인들이 우매하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고서 《여씨춘추》에 이와 관련된 문장이 몇 개 실려 있다.
1. 위나라 사람이 제환공을 꿰뚫어보다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의 환공은 연맹의 제후였는데 위나라 사람이 모임에 늦게 왔다. 환공이 조정에서 조회를 할 때 위나라를 치려고 재상인 관중과 의논했다. 조회가 끝난 후 내실로 들어오자 위희(위나라 출신의 후궁)가 자리에서 내려와서 두 번 절하고는 위나라 군주에게 죄를 청했다.
환공이 말했다. “나는 위나라에 대해 상관할 일이 없는데 그대가 왜 죄를 청하느냐?”
위희는 “들어오실 때 보니 큰 걸음을 내딛고 노기가 충천하시니 필경 다른 나라를 칠 뜻이 있으셨습니다. 또 저를 보고 재빨리 얼굴색을 바꾸셨으니 이는 곧 위나라를 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음날 환공은 조회에서 읍을 한 후 관중을 들게 했다. 관중이 “위나라를 치지 않으실 겁니까?”라고 묻자 환공이 말했다. “중부(관중에 대한 경칭)께서 어떻게 아셨습니까?” 관중이 말했다. “오늘 조회에 올라오시는데 읍을 하며 공경하게 하셨고 저를 보고는 부끄러운 기색을 띠셨기에 알아챘습니다.”
환공이 말했다. “좋습니다. 중부께서 관외의 일을 처리하고 부인이 관내 일을 처리하니 여러 제후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환공이 비록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관중은 그의 목소리와 용모에 근거해 알았고 부인은 그의 걸음걸이와 노기를 보고 눈치 챘다. 환공은 비록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의도가 어두운 밤의 촛불처럼 똑똑히 보였던 것이다.
2. 제환공이 여나라를 칠 것을 예측한 동곽아
제환공이 관중과 여국을 치려고 계획했다. 계획을 공포하기 전에 그 나라 사람이 알게 되었다. 환공은 이상하다고 느껴 말했다. “중부와 여나라를 칠 것을 계획했는데 계획한 일이 공포하기도 전에 누설되다니 무슨 원인입니까?”
관중이 말했다. “나라 안에 반드시 지혜 있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환공이 말했다. “허! 그날 복무한 사람들 중 장망을 보러 온 사람이 있는데? 내가 짐작하건대 아마 이 사람일 것 같소!” 그래서 그날 근무한 사람들에게 다시 와서 근무하되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지 말라고 했다. 잠시 후 동곽아가 오자 관중이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래서 의전을 갖추어 그를 모셔왔다. 관중은 그와 함께 계단에 섰다. 관중이 말했다. “여나라를 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한 사람이 당신이요?” 동곽아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관중이 말했다. “나는 여나라를 정벌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그런 소식을 퍼뜨린 것이오?” 동곽아는 “군자는 계획을 잘 한다는 말이 있고 소인은 짐작에 능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 혼자 추측해낸 것입니다.”
관중은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근거로 추측해냈소?”
동곽아가 말했다. “군자는 세 가지 얼굴색이 있다고 했습니다. 먼저 기쁨을 드러내는 색인데, 이것은 종이나 북 등 악기를 감상할 때 나타나는 안색입니다. 냉정하고 안정적인 얼굴색은 상을 당했을 때의 색이며, 노기가 솟구치고 수족이 흔들리는 것은 병사를 동원해 싸우려는 얼굴색입니다. 그날 당신을 보니 대 위에서 노기가 충천하고 수족이 흔들렸는데 이는 병사를 동원해 싸우려는 기색이었습니다. 또 당신의 입이 열려 닫히지 않았으니 이는 당신이 ‘여(莒)’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팔을 어느 지점을 가리켰는데 그 가리키는 곳이 여나라였습니다. 제가 몰래 추측컨대 제후들이 제나라로 귀순하러 오지 않는 것은 아마 여나라 뿐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여나라를 치려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무릇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음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음성을 듣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얼굴과 손, 팔 동작만을 보고 그 의도를 추측해내는 사람이 없다. 이것은 동곽아가 귀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환공 관중은 비록 비밀 유지를 잘했지만 덮어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성인은 무성 중에 듣는 바가 있으며 무형중에 관찰하는 바가 있다.
3. 공자와 온백설자의 마음이 통함
공자가 온백설자를 만나러 갔는데 아무 말도 않고 그냥 나왔다. 자공이 물었다 “선생님께서 온백설자를 만나보시길 희망한 지 매우 오래되셨습니다. 지금 만나보시고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공자는 “그와 같은 사람은 한눈에 그가 도가 있는 사람인줄 알았으니 더 말을 나눌 필요가 없다.”
그래서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의 뜻을 알 수 있으며 그 사람을 본 후 그의 내심과 지향을 모두 똑똑히 볼 수 있다. 이것은 피차 모두 천도와 서로 잘 맞기 때문이다. 성인(聖人)이 서로 이해하는데 무슨 언어가 필요하겠는가?
오늘날 유사한 학문 중에 심리학이 있다. 원리는 매우 유사히지만 단지 지금 사람들은 내심이 순정하지 않아서 효과가 그리 좋지 못하다. 고대인들은 사람의 심령과 상통했고 심지어 천지와 상통할 수 있었는데 이는 사람의 도덕이 고상했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2016/10/07/1549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