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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삼승(三乘) 해법 (1)

글/ 능오(淩悟)

【정견망】

들어가는 말: 저명한 고전소설 《서유기》는 털끝만큼의 과장도 없이 수련방면에 관한 한 부의 ‘백과전서(百科全書)’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읽는 과정이 바로 심령(心靈)이 온갖 험관을 넘는 과정이자 도법(道法)을 깨닫고 철저하게 본원을 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왕 삼승해법(三乘解法)이란 제목을 붙였으니 가급적 오늘날 정법(正法)이란 큰 국면을 참조로 하고 여기에 세밀한 연구를 더해 크리스털 같은 문장과 불과(佛果)를 깨닫는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다만 글을 창작하는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누락이 있음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와 편달을 바란다.

(1)

어떤 이는 《서유기》를 신화소설 내지 신마(神魔)소설이라고 하는데, 사실 원본의 각도에서 엄격히 말하자면 사실 수련과정에 관련된 장르형식의 소설이다. 다시 말해 한 수련자의 수련과정이 생생하게 전개되고 펼쳐진다는 의미다. 기왕에 소설을 장르로 하고 또 통속소설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알아야 한다. 그 속에는 아주 세속적이면서도 아주 우아하고 아주 선량하면서도 아주 사악한 우주 고층에서 저층까지 모두 관통되어 있다.

서유기에서 ‘서(西)’는 서방이란 뜻으로 부처님이 계신 곳이다.

‘유(遊)’란 겪는다는 뜻으로 본서에서는 구구 팔십일 난의 전 과정을 펼쳐내는 걸 중시했다. 때문에 《서유석액전(西遊釋厄傳)》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공행(功行)이 대원만(大圓滿)한 수(數)인 구구귀진(九九歸真)이다. 한번은 음이 되고 한번은 양이 됨(一陰一陽)을 일러 도(道)라 한다. 이원(二元)세계의 독특한 수련 중에서, 특정한 공간과 시간의 단련에 처함에는 그것의 특수한 의미와 진실하고 거짓없는 진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본서 제1편 개막시에서 “조화와 회원의 공을 알고 싶다면(欲知造化會元功)”이라고 말한 이유다.

‘기(記)’란 ‘언(言)’과 ‘기(己)’의 조합이다. 즉 “자신에 관련된 이야기를 설명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진아(眞我)로부터 가아(假我)로 떨어져 내려온 후에 가아에서 다시 되돌아가 진아를 닦아내는 과정을 총결한 것이다. 동한(東漢)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기(紀)’를 ‘별사(別絲)’라 해서 실마리(別絲)나 시작의 뜻으로 풀었다. ‘기(紀)’는 물론 ‘기(記)’와 통하는데 실은 불법(佛法) 근원의 단서를 설파한단 뜻이다.

보다 깊은 층차에서 해석하자면 무릇 세상에 전해진 위대한 불후의 소설작품들은 모두 자신에 관한 자서전 형식이다. 필자는 《서유기》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작가 및 책속의 등장인물인 당태종 이세민, 구원외는 한 생명이 환화(幻化)해 형성된 것으로 본다. 즉 자신이 자신의 전생(前世) 경력 및 후세에 장차 해야 할 큰일을 위한 최후의 복선을 까는 기능이 있다는 뜻이다.

불법(佛法)의 삼장(三藏)에 관해 책에서 석가모니불이 말한 삼장은 세간에서 전하는 경(經), 율(律), 논(論)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삼장은 하늘을 논하는 법(法)이 한 장이고 땅을 말하는 논(論)이 한 장이고 귀신을 구하는 경(經)이 한 장이다. 모두 합해 35부 1만5천1백44권이다. 대승불법과 소승불법에 대해 소승불법은 자신의 해탈에 쓰며 나한과위를 증득하면 곧 공을 이루고 행이 원만했다고 한다.

반면 대승불법은 사실 중생을 널리 제도할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또 말법(末法) 말겁(末劫)에 대법(大法)이 동토인 중원에서 전파되어야 하는 까닭에 당태종 이세민이 현장(玄奘 당승)을 서천으로 파견해 경을 얻게 해 불법(佛法)을 다시 그 주인에게 전한다는 설명이다. 왜냐하면 본서를 해독하는 방식을 3개 층차 즉 고(高), 중(中), 저(低)로 나눠 설명하기 때문이다.

상승(上乘)의 해법은 앞서 서술한 대로 불법을 그 주인에게 되돌려 전한다는 견해를 말한다.

중승(中乘)의 해법은 소설 본문에서 서술한 것처럼 마음원숭이(心猿)와 생각이란 말(意馬), 음양오행, 당승 사도(師徒) 4인이 하나의 완정한 생명형상으로 심성을 수지(修持)하는 대도(大道)의 과정이다. 소위 정체제고(整體提高) 정체승화(整體昇華)하여 전부 생명의 홍미(洪微)한 본질형상이 층층으로 원만귀위(圓滿歸位)해 대법에 동화할 때까지를 말한다.

하승(下乘)의 해법은 즉 속인 학자와 독자들이 열독하는 당승 사도 4인이 서천으로 경을 얻으러 가서 81가지 난을 거친 후 요마귀괴(妖魔鬼怪)와 싸워 승리하는 이야기를 말한다.

(2)

본서 1편 개막시는 진정으로 이 책을 쓴 종지와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혼돈이 아직 열리기 전에 천지는 어지럽고(混沌未開天地亂)”에서 이번 차례 인류 문명 이전에 우주가 이미 말겁(末劫)난세(亂世) 속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반고가 홍몽을 타파한 이래 개벽이 시작되어 청탁이 구별되었네(自從盤古破鴻蒙 開闢從茲清濁辨).”

삼계와 지구 및 인류가 생겨난 이래 천상(天上)에는 대란의 조짐이 있고 지상의 인간세상에 옮겨 재연하면 이로부터 최후의 정법(正法) 및 법을 실증함이 되고 우주 대궁(大穹)의 재조합을 진행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작업을 한다.

불법(佛法) 즉 대도(大道)에는 ‘충(沖)’의 특징이 있다. 돌 원숭이가 세상에 나오고 또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은 마치 선천 본래의 자아를 완벽하게 하는 과정과 흡사한데, 자아를 완벽하게 하는 기능과 기제에 따른 것이다. 진실로 소위 불법은 끝이 없고(佛法無邊) 온갖 수(數)가 구비되어 있어 다른 것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돌 원숭이로 돌아가보자. 돌 원숭이가 출생한 곳은 동승신주(東勝身洲) 오래국(傲來國) 화과산(花果山) 위다. “이 산은 십주(十洲)의 조맥(祖脈)이고 삼도(三島)의 내룡(來龍)이다.” 여기서 십주는 시방세계의 비유이고 삼도란 과거・현재・미래의 축소판으로 일체 과거 생명의 내력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또 ‘오래국’의 ‘오(傲)’는 심성의 치명적인 약점이자 사혈(死穴)을 지적한다. 이것은 이후 서술 중에서 또 ‘우(牛)’란 글자로 마왕(魔王)을 이루고 사성(邪性)을 멸할 때도 나타난다.

또 화과산은 “온갖 하천 모이는 곳에 하늘 받친 기둥처럼 솟아나 만겁의 세월에도 움직이지 않을 대지의 뿌리(百川會處擎天柱,萬劫無移大地根)”다. 여기서 화과산의 비범한 경력을 볼 수 있으니 바로 선천의 과위(果位)를 감추고 속세로 내려와 다시 뻗은 뿌리가 있는 곳이다. 돌 원숭이의 출생은 천지음양이 조화롭게 합한 것으로 우주 중의 물질운동이 품고 길러 “마침내 신령함에 통하는 마음이 생겨났다(遂有通靈之意)”

또 “사방을 향해 절을 하는데 두 눈에서 금빛이 나와 하늘나라 관청까지 뚫고 올라가” 높은 천상의 옥황대제(玉皇大帝)를 놀라게 한 것은 돌 원숭이의 불성(佛性)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내력이 비범함을 설명한다.

하지만 뒤이어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면 금빛이 점차 사라지게 됨”은 자연의 한 생명체가 삼계 속 오행 안에 있으면 점차 사물에 오염되고 자신의 관념에 속박되어 선천의 본능과 신통 및 순정한 일면이 점차적으로 소실되어 전부 훼멸되기에 이른다. 마음속에 반드시 법이 있어야만 비로소 세간에서 살아갈 수 있고 불패(不敗)의 지위에 설 수 있으며 그 생명이 비로소 영원에 도달할 수 있다.

또한 수련이란 영원한 사업이 있어야지만 우주에서 진정한 의미의 대학(大學) 역시 생겨날 수 있다. 사실 서유기란 이 책 역시 심성(心性)을 수련하는 보전(寶典)이자 영생하는 아름다운 문장이라 할 수 있다. 중국 고전 4대 명작 중 서유기는 가장 위대한 지위에 처해 있으며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는데 해와 달과 나란히 하며 만고에 이름을 남겼다.

(3)

화과산 위에 수렴동의 존재는 사실 만사만물(萬事萬物)을 육성하는 도법(道法)의 상징이다. 그것은 생명의 물이자 생명의 원천이 있는 곳이다. 그것이 외부사물과 소통하기에 확실히 다리를 가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또 도법 자체가 수많은 중생을 구도할 때 이것에 의지하고 유지하는 요소가 된다.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내심(內心)과 외재(外在), 천지음양의 평형과 교류와 묵계(默契) 사이에는 무지개다리의 형상이 빠질 수 없다.

먼저 이 다리를 건너는 자가 왕이 되는데 이 역시 돌 원숭이가 세상에 나와 미후왕(美猴王)이 된 시작이다. 시에서는 “역대로 사람마다 모두 이에 속하니 왕이라 칭하고 성인이라 칭하며 멋대로 살았도다(曆代人人皆屬此,稱王稱聖任縱橫).”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물은 종류에 따라 모이고 사람은 무리에 따라 나뉘니, 미후왕 역시 자신의 기반과 자신의 세력범위가 있어야 한다.

돌 원숭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돌’을 ‘실(實)’로 보면 확실히 원숭이란 뜻이 되는데 마음원숭이는 속박하기 어려워서 사유의 갈래가 천만 개로 갈라지고 강과 바다가 뒤집히듯 사람마음에는 잡념이 많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둘째는 ‘돌 원숭이’(石猴)를 ‘시후’(時候 역주: 石猴는 중국어 발음이 時候와 유사하다)로 보는데 다시 말해 ‘화후(火候)’로 기다린다는 의미가 된다. 돌 원숭이가 출생하려면 기연이 성숙되어야만 진행할 수 있었다. 오백 살 수명을 지닌 미후왕은 천인(天人)의 범주에 속하나 보리조사를 따라 도를 얻고 신선이 된 후에는 곧 “삼계 밖으로 벗어나고 오행 중에 있지 않게 되어” 육도윤회에서 벗어나 생사의 관(關)을 끊어버렸다. ‘제천대성(齊天大聖 하늘과 나란히 하는 위대한 성인)’이란 칭호 역시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한편, 원숭이 왕은 서우하주에서 선도(仙道)를 방문하기 전 남섬부주를 거쳤다. 이곳에서 “사람의 예를 배우고 사람의 말을 배우는데” 8~9년을 보냈다. 그러나 부처나 신선 신성(神聖)의 도와 장생불로의 방법을 만나지 못했고 다만 “세인들은 모두 명예와 이익만 추구할 뿐 인생과 생명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지구의 인류는 바로 남섬부주에 해당한다. 원숭이 왕은 심(心)을 주관하는데 남방은 화(火)에 속한다. 이곳은 시비(是非)의 땅이자 명리(名利)의 마당이다. 이곳은 사람무리가 가장 복잡하고 우주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다. 때문에 원숭이 왕이 이곳을 지나간 것은 사람 심성이 불속에서 단련을 거친 것을 말하며, 고인(高人)이 수련해 나올 수 있도록 종자(種子)를 뿌린 것이다.

또 원숭이 왕이 ‘영대방촌산 사월삼성동(靈台方寸山,斜月三星洞)’을 방문한 것은 바로 마음이 수련할 장소에 도달한 것이다. 마음은 방촌의 사이에 있고 사월삼성은 심(心)자를 이룬다. 보리조사 역시 심(心)의 조사가 된다. 조사가 그에게 성(姓)을 물었을 때 원숭이왕은 “저는 성(性)이 없습니다.”라고 했으니 마음원숭이는 본래 무성(無性)이다.

세간의 남녀와 달리 수많은 번뇌를 단절할 수 있으니 수련하려 하면 좀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원숭이는 또 남녀가 통용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하기에 무성(無性)이다. 나중에 보리조사가 다시 묻자 그는 “저는 부모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이에 조사는 그에게 손오공이란 법명을 지어준다.

손오공(孫悟空)이란 이름 중 ‘손(孫)’은 ‘손(猻)’에서 짐승을 뜻하는 ‘犭’을 제거한 것이다. 글자를 분해해 보면 자(子)는 남자를 뜻하고 계(系)는 작다는 뜻이니 바로 영아(嬰兒)라는 뜻이 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짐승을 의미하는 방변을 제거해 바른 것을 닦는다는 뜻이 되고 두 번째는 영세하다는 뜻이니 바로 영아라는 뜻이 된다. 즉 도를 닦아 원영을 수련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본심(本心) 본성(本性) 본래(本來) 본진(本真)이란 말이다.

‘오(悟)’는 원래 보리조사 문중에 12개의 글자가 있어 각각 파를 나눠 이름을 지었는데 원숭이 왕은 바로 10번째 무리에 해당했다. 여기서 12글자는 광대지혜(廣大智慧) 진여성해(眞如性海) 영오원각(穎悟圓覺)을 말한다. 원숭이 왕은 이 중 10번째인 오(悟)에 해당한다. 이것은 우주대궁이 10차례 재조합되었다는 것과 맞아떨어진다. 무릇 한 수련자가 신우주로 건너가려 한다면 모두 오(悟)에 공력을 들여야 한다. 깨닫지 못하면 아무것도 없으며 그 무엇도 인정할 수 없다.

‘공(空)’이란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도가에서는 무(無)를 중시하고 만사가 모두 공하며 사대(四大)와 오온(五蘊)이 모두 공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 손오공은 이때부터 수련의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이것은 수련의 기점일 뿐 그의 본심이 장생불로하는 방법을 구하려는 생각을 품었을 뿐이다. 소아(小我)인 자신의 해탈을 구할 뿐이다. 나중에 당승을 따라 불문 수련에 들어간 후 또 한 차례 질적인 도약이 일어나 중생을 널리 제도할 홍원(洪願)을 실현한다. 대도(大道)가 바로 정도(正道)이며 대법(大法)이 바로 정법(正法)이다.

(4)

손오공이 삼성동에서 머문 지 7년이 되었다는 말은 소위 말하는 칠일래복(七日來複 도가 수련에서 7일 만에 양기가 돌아온다는 뜻)을 말한다. 단지 나무하고 물 긷고 불 때고 청소하는 일만 했다는 것은 그의 성정을 단련했다는 뜻이다. 이것 역시 역대로 출가인들이 가장 먼저 필수적으로 닦아야 할 수업이었다.

그 후 조사는 특별히 그에게 도가 공법을 전수해주려 한다. 술(術), 류(流), 정(靜), 동(動)의 도(道)에 대해 손오공은 모두 배우려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장생불로해서 생사를 벗어날 수 있는 공법을 배우려 했다. 마지막으로 조사는 그에게 영원히 신체를 보존할 비결을 전수해준다.

그것은 바로 정기신을 몸속에 굳게 갈무리하고 누설하지 않으며 이렇게 해야만 불속에서 금련(金蓮)을 심을 수 있다. 아울러 장래의 수련 및 진정으로 엄격한 고험을 거치기 위한 견실한 기초를 다져야 한다. 뒤이어 또 삼재(三災)를 피할 수 있는 법과 72가지 지살(地煞)변화와 10만 8천 리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근두운(筋斗雲)을 가르쳐준다. 또 몸의 4만 8천개의 털을 하나하나 변화시켜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이것은 오직 정념이 나와 대도를 닦기만 하면 즉각 깨닫고 견성하여 귀진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참선해서 도를 깨달음은 오직 ‘근두’ 사이에 달려 있고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다.

단번에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손오공은 사람들 앞에서 과시심이 왕성해져 변화술을 자랑했다. 제자의 안전을 고려한 보리조사는 그를 동부에서 쫓아내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한다. 사실 옛날에 도를 깨달으면 곧 자신이 선천적으로 지닌 것을 깨달아낸 것으로 반본귀진할 수 있으며 자신이 전에 머물던 층차로 돌아갈 수 있다. 여기서 보리조사는 또 나중에 반드시 사단이 생겨 재앙을 야기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앞으로 절대 자신의 도제임을 알려 사부를 팔아먹지 못하게 했다.

사실 한 수련자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바로 경사경법(敬師敬法)이며 은혜를 망각하고 의를 저버려선 안 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부를 팔아먹게 되는데 다시 말해 자신의 양심과 양지(良知)를 팔아 심지어 사람이 될 자격마저 없게 된다. 손오공은 보리조사를 따라 20여 년을 수도해 태을산선(太乙散仙)으로 수련 성취했다. 이는 단지 막 수련에 입문한 것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공능과 신통도 닦아 냈다. 그러나 심성 문제와 관을 넘고 마의 단련을 받는 과정은 갈 길이 아직 멀고 원만해서 불과(佛果)를 얻는 것은 단번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이법문의 전일한 수련이 있어야 하며 정념과 항심으로 견정하게 용맹정진해야만 될 수 있다.

손오공이 화과산 수렴동으로 돌아갔을 때 그가 직면한 것은 수많은 작은 원숭이들인데 그는 또 자신의 미후왕이란 칭호와 자격 및 신분을 되찾았다. 사실 4만 8천개의 작은 원숭이들은 바로 그의 몸에 지닌 4만 8천개의 번뇌와 집착이다. 그가 돌아온 후 첫 번째 부딪힌 일은 바로 삼계감원산(三界坎源山) 오행수장동(五行水臟洞)의 혼세마왕(混世魔王)을 물리치고 소멸시킨 것이다.

사실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자신의 마음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수련인은 출가했든 집에 있든 속인사회의 형식을 파괴하지 말아야 하며 최대한도로 속인사회 생활에 부합해야 한다. 다만 신의 길에서 걸어가는 수련자의 처세태도는 속인과 본질적 구별이 있다. 이것이 바로 혼세심의 표현 여부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주 쉽사리 속인과 혼동되어 자각할 수 없고 스스로 벗아날 수 없다.

손오공은 마침내 혼세마왕을 때려죽이고 수장동을 불살라버렸으니 다시 말해 근본을 깨끗이 청리한 것이다. 자신의 심신(心神)이 일신을 주재해 본래 위치로 돌아가 원신(元神)과 합하게 했다. 후천팔괘는 바로 이렇게 확립되지만 선천팔괘에 도달하려면 아직 거리가 있고 걸어야만 하는 길이 있다. 다시 말해 반드시 이 한부 책이란 노력의 결과가 필요하다.

(5)

화과산에 네 마리 원숭이가 있었는데 두 마리는 빨간 엉덩이의 마후(馬猴)이고 두 마리는 넓은 어깨를 지닌 원후(猿猴)였다. 이곳은 사람마음이 일어나는 곳이자 불문에서 말하는 ‘탐진치만(貪嗔癡慢)’을 상징한다. 비록 이 네 마리가 등장하는 장면과 대사는 많지 않지만 하나의 사심(私心)이 감춰져서 드러난다. 금의환향한 미후왕과 혼세마왕을 제거한 손오공의 이때 신분은 이중성을 지닌다. 원숭이 성질은 마성(魔性)과 신성(神性)이 한 몸에 같이 섞여 있다. 이것은 그가 아직 정과(正果)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산속의 각종 동물과 각양각색의 요괴 왕들이 72개 동(洞)에서 전부 미후왕을 참배하고 존중한다. 미후왕은 이곳에서 천하의 패자(霸者)를 칭하는데 이는 천도(天道)와 천리(天理)를 위배하고 인도(人道)와 수도(獸道 짐승의 길)로 간 것이다. 그는 고집스레 밖으로 찾으며 안으로 찾는 선심(禪心)으로 도를 깨닫지 않는다. 이를 통해 본다면 사람의 사심과 잡념이 일단 뒤집혀 나오게 되면 마치 ‘근두운’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흔들리며 단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다.

손오공은 출가 수행한 이후 무생(無生)무멸(無滅)의 몸을 얻었고 물에 빠지거나 불에 타지도 않게 되었으니 이미 도를 얻고 선성(仙聖)을 이룬 것이다. 그는 동해용왕 오광의 수정궁에 가서 천하의 바닥을 다지던 신진철(神珍鐵)을 찾아내 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이라 하니 무게가 1만 3천 5백근이었다. 크기는 마음먹은 대로 변화하니 이것이 바로 해저신침(海底神針)으로 순양(純陽)의 물건이니 다시 말해 손오공 내심의 주장이 밖으로 표현된 것이다.

손오공은 또 황금 관, 황금 갑옷, 운리(雲履 구름무늬가 있는 신선의 신발)를 모두 갖췄으니 진실로 천하제일의 미후왕이 되었다. 그는 사해를 다니고 여러 산에서 즐기면서 일곱 형제를 사귀는데 바로 우마왕, 교마왕, 붕마왕, 사마왕, 미후왕(獼猴王), 융마왕과 미후왕(美猴王) 자신을 포함해 일곱이다. 이 일곱 형제는 사실 손오공 입세지심(入世之心)의 표현이다.

손오공은 이미 신선이 되어 도를 얻고 삼계 밖을 벗어나 오행 중에 있지 않게 되었지만 그의 저승 호구는 아직 지옥에 있었다. 그의 인간세상 수명인 342세가 끝났을 때 두 저승사자에게 끌려간다. 유명계의 삼라전에서 십대명왕을 불러내 생사부를 조사했다. 원숭이 별책 ‘혼(魂)’자 1350번째 자리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붓을 가져다 원숭이 무리의 이름을 다 지워버려 염라왕의 관할을 받지 않게 했다.

공교롭게도 여의봉 무게 13500근은 혼(魂)자 1350호의 10배가 되니 삼혼칠백(三魂七魄)과 신신합일(身神合一)을 보아낼 수 있다. 손오공이 유명계의 생사부를 멋대로 없애버렸으니 모두 윗사람을 무시하고 거역한 하극상의 죄에 속한다.

옥황대제는 이 일 때문에 천병천장(天兵天將)을 보내 그를 체포하려 했다. 하지만 서방 태백금성이 나서 일단 손오공을 천계로 불러올려 ‘적당한 벼슬’을 내리고 “하늘의 명을 받아들이면 관직을 내려 상을 주시고 하늘의 명을 거역하면 그때 잡아들이라”는 계책을 낸다. 여기서 태백금성은 바로 광명(光明)의 상징이며 승천(升天)을 인도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높이 매달려 밝게 빛나는 등불이다. 결과적으로 손오공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초대에 응했으니 나중에 천궁에서 큰 소란을 피우는 일을 초래한 원인이 된다.

(계속)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56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