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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전》의 변천으로 보는 인류도덕의 타락

글/ 중국 수련생

【정견망】

《백사전(白蛇傳)》은 중국 민간전설의 하나로 원래부터도 유명했지만 1990년대 TV드라마 ‘신백낭자전기(新白娘子傳奇)’를 통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필자는 우연히 《백사전》의 원래 이야기를 조사해보고 세인의 관념이 진정으로 좋고 나쁨, 선과 악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변이되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백사전》은 뱀 요괴(蛇妖)를 미녀로 만들어 사람들이 찬미하는 대상으로 만들고 반대로 요괴를 제압한 고승(高僧) 법해(法海)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남의 일에 간섭하는 혐오스런 인물로 만들어버렸다. 그렇다면 원래 이야기는 어떠했을까?

먼저 고승 법해에 대해 말해보자. 법해는 본래 당나라 선종(宣宗) 시기 재상을 지낸 배휴(裴休)의 아들이었다. 불법(佛法) 수련에 뜻을 두고 출가한 후 금산(金山)의 한 동굴에 들어가 수련했다. 어느 날 마침 가부좌를 틀고 있는데 문득 흰 이무기 한 마리가 나타나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법해화상은 신통(神通)을 운용해 흰 이무기를 쫓아냈다. 이 일화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법해와 흰 이무기가 법술(法術)을 다툰다는 이야기들이 생겨났다.

사실 중국에는 예부터 뱀 요괴를 포함한 각종 요마(妖魔)가 사람을 해쳤다는 전설이 존재해왔다. 당나라 때 나온 전기(傳奇) 소설 《백사전》은 백사(白蛇 흰 뱀)가 요정이 되어 미녀로 변신한 후 여색을 밝히는 이들을 유혹해 잡아먹는 이야기다. 여기서는 절대로 색욕(色慾)에 미혹되지 말아야 하며 사람과 요괴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치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강남 항주(杭州)일대에는 예전부터 뱀 요괴가 사람을 해쳤다는 기록이 존재해왔다. 항주 《자정사지(淨慈寺志)》에 따르면 송(宋)나라 때 이 절 부근인 산음(山陰)에 거대한 이무기가 나타나서 여자로 변신해 수시로 사람을 미혹하거나 해쳤다는 기록이 있다. 또 진지광(陳芝光)의 《남송잡사시(南宋雜事詩)》에는 “뇌봉탑의 뱀 요괴에 관한 소문을 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청나라 초기 상숙전(常熟錢)이 수집한 《야시원서목(也是園書目)》 중에는 송나라 사람이 쓴 《서호삼탑기(西湖三塔記)》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자로 변신한 백사가 서호(西湖)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데 해선찬(奚宣贊)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뱀 요괴는 은혜를 갚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해치고 심장과 간을 먹으려 했다. 나중에 뱀 요괴는 서호 삼탑(三塔) 아래에서 제압되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사람과 요괴는 결코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명나라 때 이르러 풍몽룡(馮夢龍)이 《경세통언(警世通言)》에 기존에 전해져오던 백사관련 이야기들을 정리해 《백낭자영진뇌봉탑(白娘子永鎮雷峰塔)–백낭자가 영원히 뇌봉탑에 갇히다》이란 유명한 단편 소설을 썼다. 이 소설에서는 비록 뱀 요괴를 인격화시키긴 했지만 주제는 여전히 뱀 요괴는 사람을 해치고 남편인 허선(許宣)을 해쳐 몇 번이나 재앙을 초래했으니 사람과 요괴는 절대 같이 살 수 없고 사람이 색을 밝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법해 화상 역시 정면적인 인물로 묘사되었다. 여기서 잠시 이 소설의 결론 부분만을 번역해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읽어보고자 한다.

항주에 허선이란 젊은이가 있었으니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표숙인 이인(李仁)의 약재상 일을 도와주면서 누님 집에 얹혀살았다. 어느 날 서호에 놀라갔다가 백낭자란 미녀를 만나게 되는데 색욕에 대한 집착으러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백낭자는 바로 뱀 요괴가 변신한 것으로 여러 차례 허선에게 재앙을 초래한다. 아내가 뱀 요괴인 것을 알게 된 허선은 결국 법해선사를 찾아가 단호하게 요괴를 없애달라고 요청한다. 허선은 법해의 가르침에 따라 발우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백낭자가 방심한 틈을 타서 머리에서부터 내리눌렀다.

허선이 발우를 서서히 아래로 내리면서 감히 손에 힘을 빼지 못하고 단단히 내리눌렀다.

그러자 발우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과 수년간 부부로 지냈는데 인정이라곤 전혀 없으시군요! 조금만 열어주세요!”

허선이 망설이고 있는데 “어떤 스님이 요괴를 잡으러 오셨다고 하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허선은 이인(李仁)에게 빨리 선사님을 모셔오라고 했다.

법해선사가 안으로 들어서자 허선이 말했다.

“제자를 좀 구해주십시오!”

선사가 입으로 무언가를 외웠다. 외우기를 끝내고 발우를 가볍게 들어 올리자 백낭자는 7~8치 크기로 줄어들어 마치 꼭두각시처럼 보였는데 두 눈을 꼭 감고는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선사가 호통을 쳤다.

“어떤 못된 짐승 요괴이기에 감히 사람에게 달라붙는 것이냐? 자세히 말해 보거라!”

백낭자가 대답했다.

“선사님, 저는 원래 큰 이무기였습니다. 어느 날 비바람이 크게 불기에 청청(靑靑)이 있는 서호에 와서 같이 쉬고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허선을 보자자마 춘심(春心)이 크게 일어났고 이를 이기지 못해 일시적으로 하늘의 법을 어겼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생명을 해친 적은 없사옵니다. 선사님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선사가 또 물었다.

“청청은 어떤 요괴이냐?”

백낭자가 대답했다.

“청청은 서호 제3교 아래 연못에서 천 년간 기를 모은 청어(靑魚)입니다. 우연히 만나 서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저것은 지금껏 한 번도 환락을 얻은 적이 없으니 부디 불쌍히 여기소서!”

선사가 말했다.

“네가 천 년간 수련한 것을 생각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본래 모습을 드러내라!”

백낭자가 따르려 하지 않자 선사가 크게 화를 내며 입으로 뭔가를 외우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게체(揭諦 호법신)는 어디 있느냐? 빨리 청어 요괴를 잡아오고 백사의 원형을 드러나게 하라. 명령을 따르라!” 그러자 곧 마당 앞에 한바탕 광풍이 불어왔다. 바람이 지나간 후 철썩 소리가 나더니 공중에서 청어 한 마리가 떨어져 내려왔다. 길이가 한 길이 넘었는데 땅에서 연달아 펄떡이더니 한 자 크기로 줄어들었다.

백낭자 역시 원형을 드러내 석 자 길이의 백사로 변했는데 머리를 쳐들고 허선을 바라보았다. 선사가 두 요괴를 발우에 담고는 적삼 한 조각을 찢어 발우를 봉했다. 뇌봉사(雷峰寺) 앞으로 가져가 발우를 땅에 내려놓고는 사람들더러 돌을 날라다 탑을 하나 만들게 했다. 나중에 허선이 시주를 받아 칠층 보탑으로 완성했다. 이렇게 하자 천 년 만 년이 지나도 백사와 청어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되었다.

선사는 또 요괴를 진압한 후 4마디 게송을 남겼다.

서호의 물이 마르고
강의 조수가 일어나지 않으면
뇌봉의 탑이 무너지고
백사가 세상에 나오리라

西湖水幹,江潮不起
雷峰塔倒,白蛇出世

법해선사는 이 게송을 마친 후 또 여덟 구절의 시를 써서 후인들에게 경계로 삼게 했다.

세인들이여 색을 밝히지 말지니
색을 밝히는 사람은 색에 미혹되노라.
마음이 바르면 자연히 사(邪)가 교란하지 못하나니
몸이 단정한데 악이 어찌 괴롭히리오?
허나 허선은 색을 밝혔기 때문에
소송에 연루되고 시비를 불러일으켰으니
노승이 와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백사에게 잡아먹혀 뼈도 추리지 못했으리!

奉勸世人休愛色,愛色之人被色迷。
心正自然邪不擾,身端忽有惡來欺?
但看許宣因愛色,帶累官司惹是非
不是老僧來救護,白蛇吞了不留些。

법해선사가 시를 읊고 나자 사람들이 모두 흩어졌다. 오직 허선만이 남아서 진심으로 출가하길 원했다. 이에 선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뇌봉탑 앞에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다. 허서는 수년간 수행한 후 어느 날 저녁 앉은 채 좌화(坐化)했다. 여러 승려들이 감실(龕室)을 사서 화장하고 유골로 탑을 만드니 천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허선은 임종에 앞서 8구절의 시를 읊어 세상에 경계를 남겼다.

조사께서 속세에서 벗어나도록 나를 제도하시니
무쇠나무에 꽃이 피어 비로소 봄을 보았노라.
변화하고 윤회하며 다시 변화하고
생생(生生)을 바꿔가며 다시 태어나는구나.
유색(有色)인지 무색(無色)인지 알고 싶다면
모름지기 무형(無形)이 오히려 유형(有形)임을 알아야 하네.
색(色)이 바로 공(空)이고 공(空)이 바로 색(色)이러니
공공(空空)과 색색(色色)을 똑똑히 구별해야 하노라.

祖師度我出紅塵,鐵樹開花始見春。
化化輪回重化化,生生轉變再生生。
欲知有色還無色,須識無形卻有形。
色即是空空即色,空空色色要分明。”

지금까지 보았다시피 이것은 무슨 애정이야기가 아니고 백사의 사랑과 정절을 찬양한 것은 더욱 아니다. 이는 완전히 요괴를 제거한 이야기이자 주인공이 불법(佛法)을 믿지 않다가 나중에 믿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청나라 초기 《뇌봉탑전기(雷峰塔傳奇)》란 희곡에 이르면 백낭자가 처음으로 정면(正面)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반대로 법해는 두 사람의 사랑을 파괴하는 죄악의 원흉으로 변한다. 이 희곡에서는 또 뱀 요괴가 “선초(仙草)를 훔쳐오고” “금산사를 물에 잠기게 하는” 등 완전히 허구적인 줄거리들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뱀 요괴를 정면적으로 묘사했고 허선(許宣) 역시 ‘허선(許仙)’이 되었다.

이후 탄사(彈詞 역주: 설창문예의 대본) 《정의로운 요정전(義妖傳)》과 《백사보권(白蛇寶卷)》에 이르면 선(善)과 악(惡)이 단번에 뒤집어진다.

근대의 노신(魯迅)은 《뇌봉탑이 무너진 것을 논하다(論雷峰塔的倒掉)》라는 글에서 “시험 삼아 오월(吳越) 산간이나 해안가에서 백성들에게 탐문해보라, 대체로 시골 농부나 아낙네들은 머리에 무슨 병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백낭자를 위해 불평하지 않고 법해가 너무 일을 벌였다고 탓하지 않는 이가 누가 있는가?”라고 했다. 이는 고승 법해에 대한 극렬한 풍자와 조소였다.

심지어 현대에 이르면 하남(河南) 모처에서는 당시 백낭자가 요정이 되었다는 ‘백의선동(白衣仙洞 역주: 흰옷을 입은 신선의 동굴이란 뜻)’에서 또 왕성하게 향을 올리고 있다. 정(正)과 사(邪)가 이미 완전히 뒤집어졌음을 볼 수 있는데 뜻밖에도 요괴가 인류가 머리를 조아리는 예배대상이 되었고 요괴와 마귀를 굴복시켜 창생(蒼生)을 제도한 법해화상은 도리어 사람들이 비난하는 대상이 되었다.

나의 깨달음은 이렇다. 인류도덕이 무너지는 시기에 사람이 옳다고 여기는 것들은 오히려 틀렸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백사전》의 출현과 변천에서 우리는 인류의 관념이 한 걸음 한 걸음 변이된 과정을 볼 수 있다. 인류의 도덕이 고상하거나 그래도 괜찮았을 때의 인류는 각종 요괴나 마귀・사령(邪靈)에 대해서도 모두 혐오하고 반대하는 태도를 지녔다. 또 서로 일깨워주면서 모두들 도덕표준을 위배해가며 색을 밝히지 못하게 했다. 또 요괴나 마귀를 제거하는 수련인에 대해서도 몹시 존경하고 찬양하는 태도를 지녔다.

그러나 인류가 점점 명예・이익・색(色)과 정(情) 등에 지나치게 집착함에 따라 사람들은 갈수록 더 우주의 진상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인류 역시 점차적으로 신불(神佛)과 수련에 대한 신심을 잃어버렸다. 사람은 서서히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고 단지 눈앞의 이익에만 만족하면서 사람이 반본귀진(返本歸真)하게 할 수 있는 불법수련(佛法修煉)에 대해서는 오히려 함부로 비방하게 되었다. 또한 후기로 갈수록 요괴를 제거하는 전설이 뜻밖에도 요괴를 찬양하는 노래로 변해버렸다.

남자 주인공이 아내가 뱀 요괴가 변신한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백사 이야기가 널리 유행한다는 것은 바로 지금 인류의 부패와 타락이 진정으로 두려울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만약 고개를 돌려 인류가 걸어온 역사를 되돌아보고 과거에 고인(古人)들의 도덕관념 및 행위표준과 비교해본다면 정말로 그렇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51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