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만운(晚雲)
【정견망】
고인(古人)의 논리에 따르자면 사람은 대부분 천상(天上)에서 온 것이다. 세상에 온 목적은 바로 업(業)을 갚고 천상에서 지은 잘못을 씻기 위한 것으로 그 후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봉신연의》에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여기서는 용길공주(龍吉公主 호천상제와 서왕모의 딸)를 예로 들어보자.
1. 속인 마음 움직여 세간에 떨어졌으나 속세 인연이 여전히 남아
용길공주는 본래 천상의 신선으로 자유자재하게 살았다. 그러나 속인마음을 움직이는 바람에 속세로 떨어지는 처벌을 받았는데 또 한 차례 속세에서 혼인할 인연이 배치되었다.
《봉신연의 67회》 ‘강자아가 금대(金臺)에서 장수로 임명되다’ 편을 보면 적장 홍금(洪錦)을 사로 잡아 목을 베려던 도중 뜻밖에도 그가 용길공주와 부부의 인연이 있음을 알게 된 강자아가 등선옥을 보내 공주의 의사를 물어본다.
등선옥이 안채로 들어가 상의할 게 있다고 하자 용길공주가 묻는다.
“무슨 일로 나를 보려고 하나요?”
“오늘 월합선옹(月合仙翁)이 말씀하시길 공주님과 홍금이 속세에서 결혼할 인연이 있어서 일찍이 붉은 실로 다리를 묶어 마땅히 한 세(世)에 부부가 되어야 한다는군요. 현재 대전에서 승상과 이 일을 논의하다 승상께서 먼저 저를 보내 낭랑(娘娘)께 알려드리고 그리고 나서 직접 만나시겠다고 하셨어요.”
공주가 말했다.
“나는 요지에서 청규(淸規 천상의 법규)를 어겨 특별히 속세로 쫓겨났기 때문에 요지(瑤池 서왕모가 사는 곳)로 돌아가 어머님을 뵐 수 없게 되었어요. 지금 막 산을 내려왔는데 또 다시 속세의 죄를 더하란 말인가요?”
등선옥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2. 하늘의 뜻에 따라 속세의 인연을 맺고 소원을 이룰 천기를 기다리다
기왕 신(神)의 배치가 있었으니 용길공주 역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또한 이는 자신의 겁난(劫難)이니 오직 이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본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선옹이 말했다.
“지금 공주님은 이미 정도(正道)로 돌아오셨습니다. 지금 속세로 쫓겨 내려오신 것은 바로 이 속세의 인연을 마무리 짓기 위한 것으로 그렇게 하시면 자연히 반본귀원(返本歸原 원래 위치로 돌아감)하실 겁니다. 게다가 지금 강자아가 장수에 임명되면 그때 군대가 오관(五關)을 지나가야 하는데 공주님도 홍금과 함께 불세출의 공적을 세워 역사에 이름을 남기셔야 합니다. 공을 이루고 나시면 자연히 요지에서 깃발을 보내 공주님을 맞이하러 올 겁니다. 때문에 빈도(貧道)가 이렇게 부원선옹(符元仙翁)의 명령을 받고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직접 찾아와 공주님을 위해 중매를 서는 것입니다.
홍금이 막 처형을 당하기 직전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때에 제가 온 것을 보면 이는 하늘에서 이미 정해놓은 운명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주님 제 말씀을 따르세요. 만약 좋은 시기를 놓치시면 기존 죄에 새로운 죄를 더하게 되니 그때는 후회해도 늦으실 겁니다. 공주님 부디 다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용길공주는 선옹의 이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길게 탄식했다.
“이런 속세 인연에 얽매이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기왕에 선옹이 인간세상의 혼사를 주관하니 저로서도 억지로 거절할 수는 없겠네요. 두 분께서 주관해주세요.”
3. 미혹 속 연극에 빠져 하늘로 돌아갈 소원을 잊진 말아야
용길공주의 속세 인연은 그녀더러 진정으로 속인의 생활을 살면서 점점 속인의 바람을 없애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천상에서 지은 그 속인의 마음을 깨끗이 씻으라는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용길공주처럼 천상에서 온 신선이며 인간세상에 온 것은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람 속에 미혹되어, 세간의 번잡하고 화려한 모습에 미혹되었으니 이는 몹시 애석한 일이 아닌가!
사람은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소원이 있다. 속담에도 ‘낙엽귀근(落葉歸根)’이란 말이 있다. 즉 낙엽도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집은 이곳이 아니라 천상에 있으니 그곳만이 바로 우리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집이다.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59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