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익치(翼豸)
【정견망】
오(吳)씨 성을 가진 한 진사(進士)가 참선을 좋아해 성불(成佛)하려는 뜻을 세웠다. 마침 천태산(天台山)에 대통(大通)이란 화상이 유명한데 이미 120살이 넘었다는 말을 듣고는 곧 길을 나서 스님을 찾아뵙고자 했다. 대통화상은 오진사가 많은 집착심을 지니고 있고 또 구하려는 마음을 품고 법(法)을 구하러 와서 동기가 몹시 불순한 것을 알고는 사양하면서 만나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진사는 산문(山門)밖에 꿇어 앉아 스님이 부를 때까지 기다렸다.
이에 대통화상이 진사를 안으로 들여 물어보았다.
“자네는 왜 이곳에 왔는가?”
진사가 대답했다.
“부처님을 배우러 왔습니다.”
“자네 혹시 상서(尙書)대인의 아드님이 아니신가?”
“그렇습니다.”
“부친께서는 살아계시는가?”
“계십니다.”
“그럼 처자도 있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닌가, 불성(佛性)은 자비로운 것인데 부친도 살아계시고 처자도 멀쩡한데 차마 그들을 버리고 부처가 되려 하는가? 이런 마음으로 부처님을 뵙겠단 말인가?”
진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대통화상이 다시 물었다.
“성불(成佛)하려면 반드시 공덕(功德)이 있어야 하는데 그대는 어떤 공덕이 있는가?”
“매번 기근이 들 때마다 늘 곡식이며 물건을 내어 이재민들을 도와주었습니다. 또 관이 밖으로 나온 것을 볼 때마다 덮어주곤 했습니다. 또 매년 살아 있는 생명을 방생했습니다.”
“대저 복을 얻기 위해 덕을 쌓고 선행하는 사람은 사실 덕이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공(功)으로 칠 수 없네. 자네는 성불하려는 생각을 품고 다양한 선행을 했으니 어디 공덕이 있겠는가? 하지만 자네가 기어코 부처님을 배우고 싶다면 그럼 나를 따라 해보게. 지금부터 내가 앉으면 자네도 앉고, 내가 먹으면 자네도 먹고, 내가 화장실에 가면 자네도 가고, 내가 잠들면 그대도 자는 걸세. 할 수 있겠는가?”
진사가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통화상은 곧 눈을 감더니 선상(禅床)에 앉아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않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잠을 자지도 않았으며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가지도 않았다. 오 진사가 앉아 있으려니 온몸 관절이 다 쑤시고 아픈데다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가 났고 소변을 참지 못해 옷이 젖었다. 하지만 대통화상은 여전히 그곳에 앉아 꼼짝도 않고 있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자 오 진사는 그저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화상은 아무 말도 없이 두 손을 맞잡고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내주었다.
자료출처: 《속자불어(續子不語)・5권》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16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