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청죽(靑竹)
【정견망】
기원전 360년 무렵 전국시대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대의학자 편작(扁鵲)이 나타났다. 그가 병을 치료한 신적(神跡)들이 중국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편작이 제나라를 다니며 의술을 행할 때 제나라 군주 제환후(齊桓侯 역주: 춘추시대 관중과 함께 천하의 패자가 된 제환공과 다른 인물이다)가 소문을 듣고 곧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그를 불렀다. 이에 편작이 제나라 군주인 환공(桓公)을 찾아가 뵈었다.
대화 중에 편작은 곧 제환후의 몸에 곧 나타날 병을 보고는 바로 환후에게 알렸다.
“임금님께는 병이 있습니다! 현재는 병이 피부에 있지만 만약 제때 치료하지 않으시면 점점 심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제환후는 이 말을 믿지 않고 말했다.
“내 몸은 매우 건강하며 아무 병도 없다.”
편작은 환후가 자신의 말을 믿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그가 막 궁문을 나서자 제환후가 좌우 대신들에게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
“이 의원은 이름만 헛된 명성으로 명리만 쫓는 사람이로군. 병이 없는 사람의 병을 고친다며 자기 의술의 고명함을 자랑하고 다니니 말이야.”
열흘이 지나 편작이 다시 환후를 찾아가 안색을 보고는 곧 엄숙하게 말했다.
“임금님의 병은 이미 혈맥(血脈)까지 들어가서 더 이상 고치지 않으시면 곧 악화될 것입니다!”
환후가 이 말을 듣고는 아주 기분이 나빴고 편작이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편작의 권고를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다. 편작은 화가 나서 떠났다.
또 열흘이 지나자 편작이 일부러 다시 제환후를 찾아뵈었다. 그는 환공의 안색을 살핀 후 더욱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매우 좋지 않습니다! 임금님의 병은 이미 장위(腸胃)까지 들어와 더 이상 치료하지 않으시면 생명이 위험하실 겁니다!”
제환후가 이 말을 듣자마자 편작이 자기를 저주한다고 생각하여 얼굴이 붉어지며 몹시 화를 냈다.
또 열흘이 지났다. 편작이 다시 제환후를 보더니 멀리서 환공을 보자마자 몸을 돌려 떠났다. 환후가 이상한 생각에 사람을 시켜 쫓아가 물어보게 했다. 그러자 편작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환후의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열 찜질로 고칠 수 있었고, 기육(肌肉)에 병이 있을 때는 침뜸으로 고칠 수 있었소. 병이 장위에 있을 때 그래도 화를 내리는 한약으로 구할 수 있었소. 하지만 일단 병이 골수(骨髓)에 들어가면 그럼 반드시 죽게 되니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환후께서는 여러 차례 제 말씀을 따르지 않았고 병이 이미 골수에 들어가 그 어떤 방법으로도 고칠 수 없습니다!”
제환후가 이 말을 듣고도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믿지 않았다. 그러다 닷새 후 갑자기 온몸이 아팠고 증상 발작이 아주 심해지자 그제야 사람을 시켜 편작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제나라를 떠나 멀리 진(秦)나라로 도망가 버린 뒤였다.
얼마 후 환후는 병이 심장을 공격해 치료하지 못하고 죽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23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