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목목(木木)
【정견망】
도순(道舜)은 어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그는 고요한 산 속에서 도를 지키면서 숨어 살았고 말할 때에는 늘 웃음을 머금었고 이야기 내용은 청정하고 심원하였다. 옛날 택주(澤州) 양두산(羊頭山)의 신농씨(神農氏)가 약을 제조하던 곳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저축해 둔 물건이 하나도 없었고 하루에 한 끼씩 먹었으며 늘 좌선만을 하면서 한 해를 보냈으니 이것 역시 청백한 사문의 자세였던 것이다. 공덕이 속에서 넘쳐날 정도로 풍성하였고 명성은 세속의 사람들 속에 널리 알려졌다.
뱀과 쥐가 감응하여 함께 승상 밑에서 살았는데 서로 새끼를 낳아 기르면서도 위협하거나 괴롭히지 않았다. 또한 그는 범을 불러다 자기 옆에 걸터앉게 하고는 곧 설법을 하였는데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범에게 떠나라고 말하곤 하였다.
혹은 “내일은 사람이 나를 찾아오니 너는 여기에 오지 말라”고 하면 범은 도순의 말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모든 것을 감응시키고 깊이 안 것이 이와 같았다.
그를 따라다니는 사람도 범과 함께 있었으나 범을 집에서 기르는 개처럼 대하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몸에 낡은 옷을 걸쳤고 조금도 물건을 요구하는 일이 없었으며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맨발로 수림과 들판을 걸어 다녔다.
개황 초기에 그는 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설법하여 여러 마을사람들을 교화하였는데 모든 사람들이 다 모여와 설법을 들었다. 그러나 유독 한 여자에게만은 계율을 주지 않으면서 말하였다.
“너는 다음 세상에서 소로 태어날 것이다. 그 모습이 이미 나타나 있으니 계율로는 너를 구제하지 못한다. 업보(業報)가 정해지지 않은 사람만이 너를 구제할 수 있다.”
당시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자기들을 홀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모두가 의심하였다. 도순은 그들의 의심을 매듭지어 주려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내 말을 믿지 않는 자는 시험 삼아 그 여자의 소꼬리 같은 그림자를 밟아보라. 그러면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곧 발로 그 여자의 치마 뒤의 아무것도 없는 땅을 밟으면서 말하기를 “이것이 꼬리 그림자이다”라고 말하니, 그 여자는 그의 말대로 아무리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놀라면서 그의 말을 믿었다.
그 여자가 도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만 그 업보를 제거할 수 있습니까?”
그녀의 집에는 곡식 수만 석을 쌓아 두고 있었는데 이러한 악한 행위의 갚음이 두려워서 한꺼번에 모두 바쳤다. 도순은 그것을 모두 복을 이룩하는 데에 쓰게 하고 그 여자로 하여금 참회하게 하였다.
이렇게 여러 번 복 받을 행위를 하게 되니 나쁜 죄의 갚음이 곧 없어지고 비로소 계율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일을 통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은 행위에 따르는 갚음의 결과를 볼 줄 아는 사람이며 앞으로 성인의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혹 문둥병 환자들의 마을에 의원으로 가서 문둥이들의 공양을 받으면서 고름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모두 입을 대고 빨아주었는데 마음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은 옷가지들을 빨아주거나 그의 마음의 행위를 청정하게 해 주는 것을 자기의 일감으로 삼았으므로 이런 일을 당하면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기뻐하였으며 조금도 얼굴을 찡그린 적이 없었다.
그 후 그는 임려산(林慮山)의 홍곡사(洪谷寺)에서 살다가 북쪽의 진반정(晋盤亭)과 같은 깊은 산속의 사원들만을 찾아다니며 선정(禪定)을 했는데 어디서 생을 마쳤는지는 알 수 없다.
자료출처: 《신승전》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3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