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목목(木木)
【정견망】
석혜안(釋惠安)은 어디 사람인지 모르는데 신이(神異)한 일들이 많았다.
당시 당휴경(唐休璟 627~712년) 장군이 군공을 세워 귀하기 그지없었다. 어느 날 혜안이 휴경에게 와서 말했다.
“상국(相國 재상에 대한 존칭)께 장차 큰 화가 있을 겁니다. 아울러 몇 달 안에 닥치겠지만 제거하실 수 있습니다.”
휴경이 깜짝 놀라 혜안에게 해결방법을 청했다.
그러자 혜안이 말했다.
“오직 한 가지 방법뿐이니 부디 제 말을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휴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가 혜안이 말했다.
“천하의 군수(郡守)들은 모두 상국께서 임명하시니 지위가 낮은 관원 중에서 가난한 가문 출신으로 재능이 있는 사람을 한 명 선발해서 조주(曹州 지금의 산동성 제음)자사에 임명하십시오. 이 사람은 틀림없이 상국의 큰 은혜에 깊이 감사해 전력을 당해 당신께 보답할 것입니다.”
휴경이 몹시 기뻐하며 장(張) 씨 성을 가진 한 관리를 찾아 찬선대부(贊善大夫)로 승진시키고 또 열흘 후 조주자사로 임명했다.
모든 배치가 끝난 후 휴경이 혜안을 찾아오자 혜안이 그에게 말했다.
“장군(張君)이 부임한 후 그에게 키가 크고 힘이 아주 센 개 두 마리를 찾아 보내게 하십시오.”
장군이 임지에 부임한 후 부하들을 소집해서는 말했다.
“나는 승상의 큰 은혜를 업어 이렇게 큰 군의 군수가 되었다. 승상께서 두 마리 좋은 개를 찾아오라고 하셨으니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느냐?”
한 관리가 나서며 말했다.
“저희 집에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아주 특이하게 생겼으니 승상께 바치고 싶습니다.”
장군이 크게 기뻐했다. 그 큰 개를 데려오게 하니 과연 키가 여러 자에 달했고 아울러 비범하게 생겼다. 장군은 또 남쪽으로 십리 떨어진 어느 마을에 또 한 마리 큰 개가 있는데 용모가 비범하다는 말을 듣고는 직접 가서 예를 갖추어 마침내 얻어왔다.
장군이 사람을 파견해 휴경에게 두 마리 개를 바치자 휴경이 아주 기뻐했다. 아울러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외모에 깜짝 놀랐다. 이에 다시 혜안을 청했다.
그러자 혜안이 말했다.
“이것들을 잘 기르시면 재앙에서 완전히 벗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
열흘이 지나 혜안은 또 휴경을 찾아와서는 그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 일이 있을 테니 승상께서는 엄밀히 방비하시기 바랍니다.”
휴경은 마침내 혜안을 부중(府中)에 머물게 하고 밤을 지샜다. 이날 밤 휴경은 전청(前廳)에서 자면서 10여 명의 부하들에게 활을 들고 침상을 지키게 했다. 혜안은 같은 침대에 누웠다. 한밤중이 되자 혜안이 웃으면서 휴경에게 말했다.
“승상께서는 이미 큰 화를 면했으니 주무셔도 됩니다.”
휴경이 크게 기뻐하며 혜안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에 수하들을 물리치고 혜안과 함께 잠이 들었다.
동틀 무렵 혜안이 휴경을 깨웠다.
휴경이 일어난 후 말했다.
“재앙은 이미 지나갔는데 두 마리 개는 어디에 있습니까?”
혜안이 말했다.
“우리 함께 나가 봅시다.”
두 사람이 나가서 흔적을 찾아보았다. 후원에 이르니 한 사람이 땅에 쓰러져 죽어 있었고 목에 피가 나 있었다. 무언가에 물려죽은 것 같았다. 또 두 개가 큰 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나무 위에 숨어 있었다.
휴경이 그에게 힐문했다.
“너는 누구냐?”
그러자 그 사람이 울면서 죽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둘은 도둑입니다. 어젯밤에 함께 승상을 해치러 왔다가 뜻밖에 두 마리 개를 만났고 그는 물려죽었습니다. 저는 개들이 나무 아래를 지키고 있어서 도망갈 방법이 없어 여기에 숨어 있었습니다.”
휴경이 좌우에 명령해 그를 체포하게 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네 죄는 마땅히 죽어야 하나 너희들의 진심이 아니라 남의 통제를 받았을 테니 내 특별히 너를 놓아주겠다.”
휴경이 이에 이 살수(殺手)를 풀어주니 그는 눈물을 흘리고 감사 인사를 하면서 떠났다.
휴경은 또 혜안에게 치사하며 말했다.
“만약 법사님이 아니셨다면 저는 오늘 저 두 사람의 손에 죽었을 겁니다.”
혜안이 말했다.
“이는 승상의 복입니다!”
휴경에게는 또 형문(荊門)에 노진(盧軫)이란 사촌동생이 하나 있었다. 어떤 술사(術士)가 그에게 장차 재앙이 발생할 테니 재앙을 잘 물리치는 사람을 찾아가 재앙을 없대달라고 부탁하게 했다. 노진은 평소 혜안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편지를 보내 그를 청했다.
혜안이 한 통의 편지를 써서 휴경에게 주며 말했다.
“일은 이 속에 있습니다.”
서신이 형주에 도달했을 때 노진은 이미 죽었다. 그의 가족이 편지를 열어보니 글씨가 전혀 없었다. 휴경은 이에 혜안이 신인(神人)임을 더욱 믿게 되었다.
혜안은 수년 후 자취를 감췄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자료출처: 《신승전》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35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