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목(木木)
【정견망】
규기(窺基)는 자가 홍도(洪道)이고 원래 위지씨(尉遲氏)로 경조(京兆) 장안 사람이다. 애초 모친 배(裵)씨가 꿈에 달이 품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깨어난 후 곧 임신했다. 나중에 보름이 되었을 때 가족들은 그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을 발견했다.
규기는 어려서부터 창이나 몽둥이 등 무기를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일단 책을 읽으면 원기가 왕성했다. 일곱 살 때 고승 현장(玄奘)의 제자가 되어 불법(佛法)을 배웠다. 처음에 광복사(廣福寺)에 머물다 나중에 대자은사(大慈恩寺)로 들어갔다.
규기는 한동안 현장에게 배운 후 나중에 천하를 운유(雲遊)하기 시작했다. 태항산에 오르고 오대산을 지났으며 어느 날 황하 서쪽으로 건너와 한 고찰에서 투숙했다.
어느 날 한밤중 꿈에 자신이 산 바위 아래 있는 것을 보았는데 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규기는 어두운 가운데 차마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걸어서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산봉우리에는 유리처럼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가서 보니 여러 나라가 마치 티끌처럼 역력히 보였다. 하지만 눈이 부시게 빛나는 한 성시(城市)가 있었고 성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라, 규기공(窺基公)이 이곳에 와선 안 된다.”
잠시 후 두 선동(仙童)이 성안에서 나와서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산 아래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보았습니까?”
규기가 대답했다.
“나는 다만 목소리만 들었을 뿐 사람모습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러자 동자가 검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당신의 배를 가르면 볼 수 있습니다.”
규기가 마침내 자신의 배를 갈랐으나 오직 두 가닥 빛이 산 아래에서 빛나고 무수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고통 받는 것만 볼 수 있었다.
이때 선동이 또 두루마리 2개와 붓을 가지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튿날 밤 규기는 사찰 안에서 두 권의 경서를 발견했는데 바로 《미륵상생경(彌勒上生經)》이었다. 규기는 비로소 어젯밤에 자신이 꿈을 꾸게 된 원인을 알았으니 그것은 바로 부처님이 그를 점화해 대자비심(大慈悲心)으로 고난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라는 것이었다.
규기는 일찍이 옥으로 문수보살의 상을 만들고 《대반야경》을 금으로 쓴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모두 상서로운 감응이 있었다.
당초 고승 도선(道宣)이 은거할 때 하늘 주방에서 음식을 공양했다. 일찍이 규기가 도선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미 정오가 지났지만 하늘에서 음식이 오지 않았다. 규기가 떠난 후에야 천신(天神)들이 비로소 내려왔다.
도선이 왜 늦었는지 그 원인을 묻자 천신이 대답했다.
“마침 대승보살(大乘菩薩 역주: 규기를 가리킨다)께서 이곳에 계시어 호위(護衛)가 삼엄해서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도선이 듣고는 깜짝 놀랐고 규기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당 고종 영순(永淳) 원년(682년) 11월 13일 규기가 자은사(慈恩寺) 역경원(譯經院)에서 원적했다. 향년 51세였다.
자료출처: 《신승전》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43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