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德惠)
【정견망】
명나라 때 무창(武昌) 사람 호병실(胡秉實)은 자가 ‘약허(若虛)’다. 그가 일찍이 낳은 몇몇 아이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 아들을 잃은 아픔을 겪어 마음이 매우 슬펐다. 특히 그의 마지막 아이가 어려서 요절했을 때, 그는 갑자기 너무 슬퍼서 단숨에 죽었다. 사람들은 그의 몸이 다른 곳은 다 식었지만, 가슴만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며칠 후 그는 다시 살아났다. 일어나자마자 가족들에게 지전(紙錢 종이돈)을 태우게 했다. 그는 몸이 회복된 뒤 사람들에게 원신이 몸을 떠나 저승으로 여행하게 된 자세한 경위를 말해주었다.
그는 아이가 사망하는 순간, 너무나 큰 슬픔에 압도되었고 속으로 ‘아이가 죽으면 나도 따라서 죽으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서 죽었다. 그의 원신이 신체를 떠난 후 죽은 아이의 원신을 발견하고 이에 함께 하려고 쫓아갔다. 하지만 한참을 걷다 보니 아이는 점점 모습이 변해 더 이상 자기 아이가 아니게 되었고 태도도 완전히 변해서 심지어 왜 굳이 따라다니느냐고 욕까지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다리 위에 이르렀는데, 여기에 무수히 많은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그 중 한 아이가 그에게 말했다. “내가 전에 당신 집에서 몇 년 잠시 산 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한 아이가 따라와서 “나도 당신 집에서 몇 년을 잠시 살았어요.”라고 했다.
그가 자세히 보니 이 아이들은 모두 요절한 자기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요절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잠시 살았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슬픔과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그때 멀리서 한 노인이 걸어왔다. 그가 보니 이 노인은 전에 그와 아주 친했던 사람이다. 노인도 놀라서 말했다. “자네가 어쩌다 이곳에 왔는가? 돌아가지 않으면 정말 못 돌아간다, 내가 자네를 염왕께 데려가서 자네 일을 주관하도록 해주겠네.”
그래서 그는 노인을 따라 염왕전(閻王殿)으로 갔고, 염왕은 관련 문서를 검토한 후 말했다.
“그대는 관운(官運)이 있으니 앞으로 어느 군의 별가(別駕-별가의 뜻이 매우 넓은데 대략 주자사의 보좌관에 해당)’가 되어, 몇 살까지 살 것이야. 자네 팔자에 아들이 있지만 모두 나이가 든 후에 있을 것이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데, 저승에 잘못 왔으니, 내가 바로 마졸(馬卒)을 시켜 보내주겠다.”
그는 전에 이 노인에게 돈을 빌린 적이 있으나, 나중에 노인이 사망하자, 돌려주는 것을 잊었다. 이번에 노인이 돈 갚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갚지 않으면 다음 생에 빚을 갚아야 한다. 그리고 저승의 마졸(馬卒)이 그를 돌려보냈는데, 그의 원신이 하늘의 창문에서 뛰어내려 육신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지전을 태워서 마졸에게 감사하라고 했고, 몸이 회복되자 돌아가신 노인에게 진 빚을 갚았다. 그는 이후 더는 요절한 몇 아이들을 그리워하지 않았고 그들을 가리켜 ‘잠시 거주한 아이들’이라고 했다.
훗날 호병실은 정말로 남강(南康) 안의현(安義縣 지금의 강서성 의현)에서 광문(廣文, 문교를 담당하는 관리)이 되어 상당히 명성이 있었다. 수명과 자녀수는 모두 염왕의 말과 일치했다. 그러므로 사람의 인생이란 암암리에 모든 것이 배치되어 미리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명성과 이익, 심지어 정(情)에 대해서도 너무 중시하지 말아야 한다.
자료출처: 《이담(耳談)》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