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승(李東升)
【정견망】
우리 직장 운송부에서는 매년 ‘증기기관차(기차)’ 한 대를 유주(柳州)나 정주(鄭州)공장에 보내 큰 수리를 하곤 했다. 일반적으로 경험이 많은 베테랑 기관사들과 견습 기관사들이 함께 따라갔다. 그런데 1994년, 나는 세 명의 베테랑 기관사와 다른 두 명의 견습공과 함께 기차를 따라서 하남 정주에 있는 차량정비공장에 갔다.
내기 점을 치다
소왕(小王)은 나와 같이 공장에 들어갔다. 당시 그도 역경(易經)에 꽤 흥미가 있었다. 내가 가는 곳마다 역경 관련 책을 사는 것을 보고 그도 나를 따라 배웠다. 한 달여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 대대적인 정비를 마친 기관차가 출고되었다.
수리된 기차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 몰 수 없었다. 오직 다른 화물차량처럼 다른 기관차가 끌어주어야 했다. 우리 기차가 정주 공장을 나온 후 우선 낙양(洛陽)을 거쳤다. 본래 이곳에서 잠시 머무는 게 관례였지만 매번 4시간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해에는 뜻밖에도 낙양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우리 팀장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왜냐하면 만약 돌아가서 직장 상사가 이 일을 알게 되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매년 십여만 위안의 거액을 들여 큰 수리를 한 이유는 주로 증기 기관차의 보일러를 오래 사용하면 두꺼운 물때가 껴서 기관차의 견인력이 약해지고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공장의 화물 운송 및 철강 운송에도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직장 상사 입장에서는 수리된 기관차가 하루 빨리 공장에 돌아올 수 있는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팀장은 다음날 아침 일찍 철도 관제실에 찾아가 관제사에게 이 일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관제실장이 말했다.
“오후 4시에 운행이 있으니 당신들 기차를 끌고 가게 해주겠소.”
이에 팀장이 매우 기뻐하며 돌아와서 모두에게 떠날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러나 6시가 되어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팀장이 더는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다시 관제실을 찾아가 고급 담배를 관제실장에게 건넸다. 하지만 그는 담배를 받지 않았고 그저 “저녁 10시에 또 운행이 있으니 당신들은 저녁에 가시요”라고 말했다.
팀장은 이 일을 우리 모두에게 알리고 저녁에 떠난다고 했다. 하지만 팀장이 관제실에 갔을 때, 나는 이미 점을 쳐봤는데, 오늘은 당연히 갈 수 없다고 나왔다. 나는 내친김에 “못 갈 것 같습니다.”라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다들 나를 비웃었다. 세 베테랑 기관사들이 말했다.
“만약 네가 정확하다면, 우리 모두 너를 따라 배워야겠군.”
이렇게 말하면서 모두들 크게 웃었다. 당시 나도 젊을 때라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그럼 좋습니다, 우리 내기합시다. 만약 제 계산이 정확하면, 여러분이 모두 돌아가면서 제게 아침을 한 번씩 대접해주세요. 만약 지면, 제가 여러분들께 한 턱 내죠.”
일반적으로 말해서 괘를 뽑을 때는 많은 것을 연구해야 한다. 동일한 일에 대해서는 두 번 반복해서 점을 칠 수 없다. 단 중간에 변고가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우리 기차가 떠날 수 있는지, 팀장이 여러 차례 관제실에 가서 재촉했지만, 결국 갈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이미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요납법’으로 상하괘(上下卦)를 만들었다. 즉, 동전 3개를 손에 쥐고 여섯 번 흔든 것이다. 세 번 흔들면 소성괘가 하나 나오고, 세 번 흔들면 또 한 소성괘가 나온다. 두 괘를 합치면 64괘 중 한 대성괘가 나온다.
[역주: 원래 주역 괘를 뽑는 방법은 시초를 여러 번 반복해서 뽑아야 하는데 상당히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때문에 실전에서는 흔히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요납법’이란 동전을 던져서 간단하게 주역 괘를 뽑는 방법을 말한다.]
이 일은 도중에 여러 차례 변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점을 쳐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응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니 마땅히 몇 시진(時辰 역주: 1시진은 2시간) 안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가 괘상에 근거해 시간을 판단해보니 마땅히 내일 미시(未時), 즉 내일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팀원들에게 말하자 또 모두들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들은 오늘 밤 10시에 떠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민스럽게도 그날 밤에도 우리는 떠나지 못했다. 원래 평상시에는 다들 침대에 누우면 웃고 떠들곤 했는데 이날 밤은 다들 말이 없었다.
결국 다음날 낮 12시에야 열차 편성이 시작되었다. 오후 1시 15분경에야 기관차가 시동을 걸었다. 기차가 움직이는 순간 소왕(小王)은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나는 항상 당신을 믿었어요, 난 당신을 믿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고, 느낌이 아주 정상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주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과정 중에 나는 사람의 일생이란 작은 인물이든 또는 큰 인물이든 모두 그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인생 궤적은 모두 정해진 것이니, 빗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국가 민족에 영향을 미치는 큰 인물들은 더욱 그렇다.
마치 역경계에 널리 알려진 모택동과 장개석의 운명과 같다.
모택동(毛澤東)은 ‘8341’로 유명한데 그는 83세에 사망했고 41년간 대권을 장악했다.
또 장개석은 “승리해도 사천을 떠나지 못하고 패배해도 대만을 떠나지 않는다(勝不離川、敗不離灣)”고 한 말에서 그의 일생 운명을 모두 말했다.
나도 점을 쳐주세요
직장에 돌아온 후, 내가 역경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주변에 널리 퍼졌다.
어느 날 야근을 하는데, 배차원 소주(小周)가 나한테 말했다.
“내 운명도 점 봐주세요?”
내가 물었다.
“뭘 점치려고요?”
그가 말했다.
“저와 여자 친구의 일을 한번 봐주세요.”
소주는 당시 24세였는데 마침 여자 친구와 결혼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속으로 망설이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여자 친구는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시간에 따라 괘를 만드는 방법으로 상하괘(上下卦)를 얻었다. 괘상에 근거해 추론해보니 여자 친구는 상괘(上卦)에 해당하는데 오행의 목(木)에 속했다. 소주는 하괘(下卦)에 대응하는데, 오행의 화(火)에 속했다.
괘로 점을 칠 때 가장 중요한 관건은 바로 ‘월령(月令)’이다. 그런데 마침 이 달의 간지가 오행의 화(火)에 속했다. 이 괘는 상생(相生)상합(相合)하는데 상괘에 남편을 흥하게 하는 상(相)이 있고 또 ‘월령’을 감안해볼 때 두 사람이 함께 하면 좋은 운을 가져올 것이다.
나는 괘상에 근거해 그에게 말해주었다.
“당신 여자 친구는 당신보다 키도 크고 날씬하지만 그쪽에서 먼저 당신을 원하네요. 그녀의 집안 형편이 당신 집만 못할 겁니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있으면 점차 더 좋아질 겁니다. 하반기 8월쯤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당신 계산이 정말 정확하네요. 여자 친구는 확실히 저보다 키가 커요. 또 그녀가 먼저 사귀자고 했어요. 또 확실히 우리 집보다는 돈이 없어요.”
당시 5월 말이었는데 그가 내게 하반기에 어떤 분야에서 좋은 일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역경을 공부하면서 비록 확실히 믿고 의심치 않았지만 사실 아직 초보였다. 주로 내 운명의 곤혹을 해소하기 위해 한 공부였다. 비록 괘상(卦象)에서 그에게 유리한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았지만 정말로 어느 방면인지는 몰랐다. 나 역시 그에게 단지 “나중에 때가 되면 알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몇 달이 곧 지나갔고, 그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별 볼일 없는 배차원에서 구역 배차실 전임자로 승진한 것이다. 그와 함께 공장에 들어온 많은 청년들이 모두들 그를 부러워했다. 겨우 24살밖에 안 된 그가 배차실 전임이 된 것이다. 월급도 올랐고 또 실내 근무라 비바람을 맞지 않아도 된다. 그가 나에게 이 일을 언급할 때도 얼굴에는 온통 흥분으로 가득 찼다.
현괘(顯卦)–괘를 드러냄
끊임없는 학습과 고인(高人)의 가르침을 통해, 나는 역경에 대해 일반인들보다는 이해가 훨씬 깊어졌다. 왜 역경을 배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모든 사람이 다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하고 또 설사 정확히 할 수 있다 해도 매번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하는 걸까? 여기에는 아주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여러분은 아마 고대의 주역대가나 사주고수에 대해 알 것이다. 예를 들면 당나라 때 원천강(袁天綱) 등인데 그들은 점을 칠 때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날마다 특정한 시진(時辰)에만 괘를 뽑고 점을 쳤다. 또는 매일 몇 차례만 점을 칠 수 있었다. 만약 이 시진이나 횟수를 지나가면 더 이상 점을 치지 않았다.
주 선생님도 점을 칠 때 이를 중시했다. 그가 원래 어떻게 점을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음동에서는 매주 주말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점을 쳤는데 늘 그랬다. 보통 사람들은 왜 점을 더 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역경에서 추론한 많은 사례를 통해 보자면, 사람의 일생은 확실히 미리 정해져 있고, 암암리에 하늘의 뜻이 배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점치는 사람이 만약 어느 정도 깨달음이 있다면 아마 사부가 그를 거느릴 것이다. 그가 사부를 떠날 때면 사부는 그에게 하루에 몇 차례 점을 칠 수 있는지, 아니면 어느 시간에 점을 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시기나 횟수를 지나면 더는 영험하지 않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암암리에 하늘의 배치가 있어서, 그에게 이 일에 대한 진정한 괘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를 현괘(顯卦)라고 하는데 즉 괘를 드러낸다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역경에는 모두 64괘가 있는데 하늘, 땅, 사람, 사건, 사물 등 모든 방면을 개괄할 수 있고 또 삼라만상을 포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 오직 한 괘만이 특정한 사건에 대응한다.
다시 말해 누구나 점을 치고 괘를 뽑을 순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 정확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위에 관할하는 사부가 없기 때문인데 사부가 이 일의 실제 정황을 당신에게 진짜 괘를 드러내주지 않으면 그럼 당신은 틀림없이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
이 단락 시간에 역경은 내게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만약 운명이 이렇게 진행되었더라면 아마 나 역시 점쟁이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속에 사는 우리가 내일은 어떤 배치가 있고 장차 어떻게 될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계속)
원문위치: http://zhengjian.org/node/274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