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古風)
【정견망】
서진(西晉) 때 진수(陳壽)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에는 위나라 악안(樂安)사람 주선(周宣)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주선은 해몽(解夢 꿈풀이)에 능했는데, 위문제(魏文帝) 조비(曹丕)가 어느 날 주선에게 물었다. “내가 궁궐의 기와 두 조각이 땅에 떨어져 한 쌍의 원앙이 되는 꿈을 꾸었다. 이건 어찌된 일인가?”
주선이 대답했다.
“이 일은 폐하의 후궁 중 누군가 갑자기 죽는 것을 말합니다.”
위문제가 말했다.
“내가 방금 말한 꿈은 그대를 속인 것이다.”
그러자 주선이 대답했다.
“꿈은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에 말하기만 하면 길흉을 점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관이 황제에게 궁에서 누군가 죽었다고 알려왔다.
어떤 사람이 주선에게 물었다.
“내가 어젯밤 꿈에서 추구(芻狗 옛날 제사 때 쓰는 풀로 묶은 개)를 봤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주선이 대답했다.
“그것은 당신이 맛있는 음식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람은 집을 나섰고, 과연 푸짐한 음식을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람이 주선에게 “어젯밤 꿈에서 추구를 보았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주선이 대답했다.
“수레에서 떨어져 발을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시오.”
그러자 곧 예언한 일이 일어났다.
이 사람이 또 어느 날 주선에게 물었다.
“어젯밤 꿈에서 추구를 봤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주선이 대답했다.
“당신 집에 불이 날 것 같으니 조심하시오.”
얼마 후 이 사람 집에 불이 났다.
그 후 이 사람이 주선에게 말했다.
“내가 전에 당신에게 세 가지 꿈을 얘기했는데, 모두 거짓이었소. 단지 당신을 시험해 보고 싶을 뿐인데, 그런데 왜 다 맞아 들었습니까?”
주선이 대답했다.
“그것은 신령(神靈)이 시켜서 한 말이니 진실한 꿈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또 물었다.
“세 번이나 추구 꿈을 꿨는데 그때마다 해석이 다른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주선이 대답했다.
“추구는 제사에 쓰는 물건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음식을 받는 일을 말합니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추구가 수레에 치어 눌립니다. 그래서 꿈에 나타나면 수레에서 떨어져 발을 다치는 것을 말합니다. 추구는 수레에 깔린 후 땔감으로 쓰이기 때문에 마지막 꿈은 불이 난다는 뜻입니다.”
위의 이야기를 읽으면 사람들은 주선이 꿈을 풀이한 신기함에 경탄하고, 수련의 차원에서 본다면 또 다른 이해가 있을 수 있다. 주선은 동한 말에서 삼국시대에 살았는데, 그가 해몽을 잘하는 것은 당시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몇 가지 꿈은 본인이 나중에 거짓말로 주선을 시험하기 위해 꾸민 것이라고 했음에도 모두 실제로 체험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주선은 단순히 점복(占卜)이나 명리(命理) 추산에 따라 꿈을 푼 것이 아니라, 주선 자신이 분명 공능을 지녔을 것이다. 그는 장차 발생할 일을 보거나 알게 된 것을 그저 해몽이란 형식을 통해 이야기했을 뿐이다. 추구에 대한 그의 세 가지 설명은 세상의 이치에 부합하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 진정한 원인은 수도하는 사람만이 분명히 알 수 있다.
참고문헌: 《삼국지•위서(魏書)》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9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