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련(心蓮)
【정견망】
《서유기》에서 손대성(孫大聖 손오공)이 천궁(天宮)에서 큰 소란을 피운 단락에서 그와 자웅을 겨룰만한 신장(神將)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이랑신(二郎神) 양전(楊戩)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한 사람이 더 있는데 그가 바로 우성진군(佑聖真君)을 보좌한 좌사(佐使) 왕영관(王靈官)이다.
《서유기》 제7회에서 손오공이 막 팔괘로(八卦爐)에서 뛰쳐나와 천궁에 난입해 소란을 피울 때 이들 둘은 영소보전(靈霄寶殿)에서 맞붙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
도교에는 오백 명의 영관(靈官)이 있다고 하는데, 왕영관이 바로 오백 영관의 우두머리이자 ‘사대천사(四大天師)’의 하나인 살수견(薩守堅) 즉 살천사(薩天師)를 스승으로 모시고 따랐다. 그가 살천사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 이야기도 세상에 널리 전해져 내려오는데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살천사(薩天師)가 도를 얻은 후, 하루는 형주(衡州)부 상음(湘陰)현을 운유하다가 이곳 성황묘에서 소년과 소녀를 제물로 삼아 제를 지내는 것을 보았다. 정도(正道)의 소행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법술(法術)로 벼락을 쳐서 성황묘를 불태워버렸다. 그런데 당시 이 현의 성황이 바로 왕영관이었다. 그의 본명은 왕악(王惡)이다. 그는 살천사가 이렇게 대단한 것을 보고 성(省)을 주관하는 성황야(城隍爺)를 찾아갔다.
찾아가서 자신이 온 연유를 말하자 성황야가 대답했다.
“이 살진인(薩真人)은 신통이 광대하고 법력(法力)이 끝이 없으니 네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너를 도와줄 수 없다. 차라리 네가 그를 12년간 따라다니며 이 기간에 그에게 약간이라도 불선(不善)한 염두가 나타나면 그때 네가 금편(金鞭 금채찍)으로 그를 때려죽이고 원한을 갚는게 나을 것이다. 내가 다시 옥제(玉帝)께 아뢰보겠다.”
이렇게 말을 마친 후 또 왕악이 사사로이 복수를 할까 우려해 부사(符使) 한명을 같이 파견했다.
이때 살천사는 아직 상음현에 있었는데, 이 곳에서 고씨(高氏)집 아들과 딸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후한 사례를 하려고 준비했다. 고 씨 집안 어른은 그에게 은 100냥, 금 100냥, 채색 비단 50필, 동전 50관을 준비해 생명을 구해준 천사의 은혜에 보답하려 했다.
그러나 살천사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이 성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만약 기어이 이 금은(金銀)과 재물을 주려 하신다면 이것은 저를 아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힘들게 하는 것이니 빈도(貧道)는 절대 받지 않겠습니다.”
다른 공간에서 이를 본 부사가 감탄해서 말했다.
“이 사람은 재물을 가벼이 여기고 의리를 중시하니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하지만 왕악은 오히려 “그대는 그를 너무 칭찬하지 마시오, 나중에 내 반드시 그의 허점을 찾아내 때가 되면 반드시 이 황금 채찍으로 그의 목숨을 끊어버릴 것이오.”라며 반박했다.
살천사는 이곳을 떠난 후 사방을 떠돌며 운유했다. 왕악 역시 복수를 갚기 위해 줄곧 그를 따라다녔다. 어느 날 들판에 이르자 한 여인이 마침 채소를 수확하고 있었다. 그녀는 살천사가 오는 것을 보더니 공손히 채소 두 개를 건네며 배고픔과 갈증을 풀도록 했다.
왕악이 이를 보고는 말했다.
“남녀 사이에는 직접 물건을 건넬 수 없으니 오늘 그에게 채찍을 쓸 수 있겠구나.”
하지만 살천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그냥 바닥에 두면 내가 가져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동전 몇 개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여인더러 가져가게 했다. 만약 돈을 받지 않으면 채소를 가져갈 수 없다고 했다. 여인은 그가 이렇게까지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는 것을 보고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또 자신이 준 채소 중 하나만 가져가는 것을 보고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살천사가 대답했다.
“하나면 충분합니다. 많이 가져가면 나의 청렴(淸廉)을 해칠 수 있습니다.”
부사가 이를 보고는 찬탄했다.
“정말 예의를 아는 군자로구나. 이런 사람은 진실로 얻기 어렵다.”
하지만 왕악은 여전히 “이번에는 그가 내 채찍을 피할 수 있었지만 좀 더 지켜보면 반드시 내 손에 죽게 될 것이오.”라며 되받아쳤다.
또 어느 날 살천사가 강을 건너려 했다. 그런데 나룻배 한 척만 강기슭에 있을 뿐 사공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살천사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삿대를 들고 배를 몰아 강을 건넜다.
왕악이 이를 보고는 금 채찍을 치켜들고 때리려 하면서 말했다.
“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강을 건넜고 또 돈도 내지 않았구나.”
하지만 부사가 그를 가로막으며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살천사는 강을 건너자마자 선창에 동전을 던져 배 삯을 치르고 또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나서야 떠났다.
부사가 이를 보고 찬탄했다.
“선(善)이 작다고 해서 하지 않아선 안 되니 이런 일은 정말 드물고, 정말 드물다.”
왕악이 또 말했다.
“그를 보내달라고 해서 이번에는 때리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절대 그리 할 수 없을 것이오.”
이날 살천사가 길을 걷는데 갑자기 거센 바람과 세찬 비가 내렸다. 마침 인근에 마을도 없었고 가게도 없어서 살천사가 입은 옷이 흠뻑 젖었다.
왕악이 이를 보고는 말했다.
“그가 이렇게 비바람에 젖었으니, 만약 조금이라도 비나 바람에 대해 욕하는 마음이 있다면 내 반드시 그를 채찍으로 때릴 것이다.”
살천사는 계속 비를 맞으며 걸어갔다. 마침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왔는데 모두 열두세 명 정도였다. 이들은 갑작스런 비바람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말했다.
“이렇게 강한 바람은 지금 시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내가 만약 신선이라면 반드시 바람과 비를 주관하는 풍백(風伯)과 우사(雨師)를 잡아다 공중에 매달고 천 대씩 때렸을 거야.”
살천사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그렇게 말해선 안 됩니다. 이는 하늘이 정하신 것으로 절대 이렇게 원망해선 안 됩니다.”
그중 한 상인이 말했다.
“당신은 온몸이 젖어서 축축한데 설마 황종(黃腫)병에 걸릴까 봐 두렵지도 않단 말이오? 어쩜 그렇게 마음이 넓으시오.”
살천사가 대답했다.
“황종이 지나가는 나그네를 공격하진 않고, 담화(痰火)는 힘든 일을 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소.”
또 한 사람이 말했다.
“만약 비가 계속 그치지 않으면 갈아입을 옷이 없을까 걱정됩니다.”
살천사가 대답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왔지만 내일은 개일 겁니다. 때가 되면 태양이 저절로 옷을 말려줄 겁니다. 하늘이 어찌 우리를 저버리시겠습니까?”
이 비는 사시(巳時 오전 9~11시)부터 오시(午時 오전 11~오후 1시)까지 내리고 그쳤다. 천사는 이에 젖은 옷을 벗어 햇빛에 말리고 속옷만 입은 채 시 한 수를 읊었다.
갑자기 내린 폭풍우에 천지가 어두워져
먼 길 떠나는 나그네 넋이 나가게 하더니
지금 기쁘게도 태양이 나타나니
보우해주신 하늘의 은혜 너무나 감사하구나!
雨驟風狂天地昏
長途旅客欲銷魂
而今喜得陽和出
多謝蒼天覆佑恩
부사는 진인(真人)이 홀로 폭우에 흠뻑 젖는 곤경에 처했음에도 날이 개이자 다시 시를 읊어 하늘에 감사드리는 것을 보고는 감탄하며 말했다.
“이 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러나 왕악은 여전히 불복했다.
어느 날 살천사가 한 역참(驛站)에 갔다가 문득 길가에 반짝이는 명주(明珠)를 보더니 이를 주워 먼지를 털어내고는 소매 안에 넣었다.
왕악이 이를 보자마자 채찍을 때리려하면서 말했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는 것은 고대의 순박한 풍속이다. 그가 길에서 남의 명주를 주웠으니, 지금 그를 때려죽이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는가?”
그러나 부사가 그를 가로막으며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고 했다.
살천사는 명주를 주운 뒤 언덕에 앉아 주인이 오길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찾는 사람이 없었지만 혹시라도 주인이 급히 찾아올지 몰라 늦게까지 언덕에서 기다렸다.
한편 구슬 주인은 나중에 명주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한동안 온갖 근심에 사로잡혀 대성통곡하며 말했다.
“내가 입는 것도 그 구슬에 달렸고, 내가 먹는 것도 그 구슬에 달렸고, 아내를 맞이한 것도 그 구슬에 달렸고, 밭을 산 것도 그 구슬에 달렸고, 집을 지은 것도 그 구슬에 달려 있는데 오늘 내가 구슬을 잃고야 말았구나.”
황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 구슬을 찾으려 했다. 살천사는 이 사람이 이렇게 황급하게 물건을 찾는 것을 보고 자초지정을 물어본 후 명주 주인임을 확인하고 돌려주었다. 그가 몹시 감사하면서 사례하려 했지만 살천사는 오히려 동전 한 푼 받지 않았다. 이번에도 왕악은 그에게 복수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살천사가 어느 마을에 이르렀다. 날은 이미 저물어 어느 집 문 앞에 이르렀다. 작은 문이 하나 있는 것을 보고 그 문 아래에서 하룻밤을 앉았다 가려 했다. 공교롭게도 이 집 안주인이 부인(婦人)의 도리를 지키지 않고 밤에 정부(情夫)와 내통하려고 했는데, 한 도인(道人)이 문 앞에 있는 것을 보자 불편하게 생각했다. 이에 하인을 시켜 진인을 사랑방에 모시게 했다.
살천사는 원래 어질고 현명한 사람이 사는 집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바깥주인이 없는 줄은 몰랐다. 밤이 되자 여주인이 정부를 기다리지 않고 살천사를 찾아와 허튼 수작을 부리려 했다.
다른 공간의 부사가 왕악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큰 관건이로구나. 살군(薩君)이 만약 마땅한 곳에서 멈추지 않으면 당신이 맘대로 처리하시오.”
살천사가 방문을 잠그지 않았기 때문에 여주인이 직접 문을 밀고 들어와서는 그를 유혹했다. 살천사가 좋은 말로 타이르며 권고했지만 듣지 않았다. 결국 살천사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 여주인에게 건네고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당신이 정 이렇게 고집을 피운다면 차라리 이 검으로 빈도의 목을 치시오.”
여주인은 그제야 수작을 멈췄다.
부사가 이를 보고는 고개를 가로젓고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렇게 큰 재앙도 살군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고 벗어나니, 정말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이때는 왕악도 약간 탄복했다.
이렇게 12년이 지나고 기간이 다했다. 부사는 살천사의 덕이 이렇게 높은 것을 보고 왕악에게 차라리 살천사를 스승으로 모시라고 권고했다. 왕악도 진심으로 복종하고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했다.
어느 날 살천사가 한 곳에 이르렀을 때, 눈앞에 맑은 가을 물을 보고는 시를 한 수 읊었다.
푸른 강물 하늘에 닿아 온통 가을 색이러니
서풍이 불지 않아 물결마저 잔잔하다
깊고 깊은 물이라 미세 먼지 용납하지 않고
맑고 맑은 물이라 원래 철저히 깨끗하구나
만 경(頃)에 달하는 검푸른 들판에
오리 머리처럼 파란 겨울 강물 흐르네
사람마음에 만약 찌꺼기가 없다면
가슴속 옥거울도 밝으리라 자신하노라
野水連天秋一色,
西風不動碧波平。
泓泓不許微塵汩,
湛湛由來徹底清。
萬頃冷涵羅黛綠,
一川寒漾鴨頭青。
人心若是無渣滓,
自信胸中玉鑒明。
이때 갑자기 물속에서 신(神)의 그림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왕악이었다. 그는 살천사에게 자신이 원수를 갚기 위해 줄곧 그를 따르며 관찰해왔다고 설명한 후 진심으로 악(惡)을 버리고 선(善)을 쫓아 살천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도를 닦고 싶다고 했다.
살천사가 이를 보고는 곧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의 이름 악(惡)을 선(善)으로 고쳐 이후 왕선(王善)이라 부르게 했다.
사람마음에 일념(一念)이 생기면 천지가 다 안다. 석 자 머리 위에 신령(神靈)이 있으니 다른 공간에서는 무수한 신(神)들이 매 사람의 행동 하나 생각 하나까지 아주 똑똑히 보고 있다. 그러므로 몸을 숨길 곳이 없으며 더욱이 기록을 주관하는 신장(神將)들이 일일이 다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를 근거로 삼아 좋은 사람에게는 복으로 보답하고 나쁜 사람에게는 재앙을 내린다.
대선지인(大善之人)의 선념(善念)은 길흉을 피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감화시킬 수도 있다. 늘 선념을 지니고 고생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라야 최후에 생명의 승화와 회귀를 맞이할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