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진(李道真)
【정견망】
13. 법가치국(法家治國)
법가치국이 패도(霸道)를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패도가 법가와 같은 것은 아니다. 춘추오패(春秋五霸 역주: 제 환공, 진 문공 등 춘추시기 실질적으로 천하를 호령했던 다섯 제후)는 그래도 인의(仁義)에 의지했고 천하를 설득해 패자를 칭함에 도달할 수 있었다.
법가는 주로 엄혹한 형법(刑法)과 이익의 유혹으로 권세(權勢)를 독점하고 권술(權術)로 백성을 노예처럼 부린다. 주요한 대표인물은 신도(慎到), 신불해(申不害), 상앙(商鞅), 한비(韓非)다. 이중 한비야말로 법가를 집대성한 인물이자 법가의 진정한 대표라 할 수 있는네 신도, 신불해, 상앙 등의 관점을 총결하고 또 노자의 도가 사상을 왜곡・도용해서 최종적으로 법가를 건립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유가사상은 도가(道家)에서 입세(入世) 부분이 분리되어 나온 것이라면 법가사상 역시 도가에서 내원했다. 차이점이라면 공자는 “술이부작(述而不作 기술만 할 뿐 창작한 게 아니란 의미)”이라 유가에서는 오직 도가 입세의 부분을 총결하고 독립시켰을 뿐 별도로 새로운 것이나 독창적인 사상을 내세우지 않았고 도가와 일체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법가는 도가 사상을 도용해 이를 왜곡하고 삿(邪)되게 사용해 별도의 것을 만들어냈다. 그러므로 법가사상은 사도(邪道)이자 마도(魔道)에 속한다.
고인(古人)은 “어진 사람은 어짊을 보고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를 본다”고 했다. 법가는 기점이 악(惡)과 마성(魔性)이라 중화 역사 학설 중에서 사악(邪惡)의 근원을 개창했다. 그것이 보기에 세상은 오직 사악할 뿐 아름다움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인성(人性) 중에 선(善)이란 없고 오직 마귀처럼 추악할 뿐이다. 이에 마땅히 백성을 가축처럼 부려 먹고 오직 전쟁과 노역(奴役)만 있는 사회를 만들어 엄혹한 형벌로 천도(天道)를 대신하고, 군왕(君王)으로 하늘을 대체했으니 이것이 바로 법가사상의 기초다.
여기서는 법가사상의 모델에 대해 한번 분석해보자.
그 어떤 종류의 완벽한 치국(治國)방식이라도 반드시 한 세트의 자아순환하는 운행기제를 형성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한 세트의 완비된 치국모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가치국(道家治國)은 천하를 모두 도(道)속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도(道)라는 자동적이고 완벽한 기제의 작용 하에서 자연히 본성에 따라 행동해 무위의 다스림에 도달하는 것이다.
유가치국(儒家治國)은 예의(禮義)라는 기제를 통해 천하 백성의 행동거지를 규범짓고 인류에게 도덕을 요구하면서 아울러 중용[中庸 외유내도(外儒內道)]의 제약을 통해 인류의 도덕이 시종 대도(大道)를 핵심으로 삼도록 해서 불패(不敗)의 지위에 서게 한다.
그러므로 유도 양가의 치국은 모두 천도(天道)를 표준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나 법가는 인성(人性)에 반하고 천도(天道)에 반한다. 그것은 도덕을 부정하기에 인위적으로 한 세트의 엄혹한 형법을 만들고 이를 표준으로 삼아 천도를 대신한다. 천도는 천지만물을 창조했고 아울러 천지 만물에 존재하는 가장 조화롭고 완벽한 기제를 유지시키는 객관적이고 무형적으로 존재하며 불변하는 진리다. 이를 따르는 자는 창성하고 거스르는 자는 자멸하는데 그 무엇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천도는 아무 말이 없지만 사람마다 경외(敬畏)하며 암암리에 보편적인 존중을 받는다.
하지만 법가는 인법(人法 인위적인 사람의 법)으로 천도를 대신하는데 인법은 객관적인 진리가 아니며 단지 권력자의 개인적인 의지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생명이 자각적으로 그것을 존중하지 않기에 인법을 널리 보급할 수 없다. 때문에 법가에서는 인법이 천도를 대신해 보편적으로 보급될 수 있도록 우선 세력(勢)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 세력을 배경으로 세력의 강제력에 의지해 인법을 보급하고 집행한다.
천도가 폐기되고 인법이 강제적인 집행력을 지니고 보편적으로 보급된 후 입법자는 하늘을 대신해서 천하 백성의 하늘이 되고 자연 만물의 주재자가 될 수 있다. 그의 개인 의지가 곧 천의(天意 하늘의 뜻)가 된다. 이렇게 인류와 천지신령(天地神靈)의 연계를 차단하고 인류도덕의 근원을 끊어버렸다.
인법이 천도를 대신하도록 보장하자면 인법이 반드시 매 사람을 강력히 통제해야만 한다. 인성에는 두 가지 큰 결점이 있는데 하나는 욕망이고 또 하나는 두려움이다. 욕망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고 두려움은 싫어하는 것이다. 인류의 좋고 나쁜 인성의 2가지 큰 단점을 완전히 통제하면 마치 꼭두각시처럼 인류를 통제할 수 있다. 법가는 포상을 통해서 즉 권세・지위・이익 등의 유혹을 통해 사람의 욕망을 끌어내는 동시에 형벌을 통해 혹형・살육・연좌 등을 통해 사람의 두려움을 통제한다. 즉, 이 두 가지 큰 약점을 이용해 천하 백성을 꼭두각시처럼 통제한다.
하지만 인성의 양대 결점에도 극복하기 어려운 상대가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도덕(道德)이다. 오직 도덕만이 양대 인성의 결점을 극복할 수 있다. 때문에 법가는 인법을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인류의 도덕을 먼저 폐기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야만 모든 사람을 단단히 통제할 수 있다. 그것은 인의를 부정하고 선악과 시비표준을 뒤집으며 성현(聖賢)을 무함(誣陷 무고하고 모함)하는 등의 수단으로 도덕을 파괴하는 목적에 도달한다. 인류 도덕이 폐기된 후 인성의 결함아 남김없이 드러나면 곧 법가의 조종 하에서 인성의 결점이 끊임없이 확대되는데 최후에 가장 직접적인 후과는 인성을 모조리 없애 마치 의관을 걸친 금수(禽獸)나 마귀로 만든다.
이외에 법가가 인법이 절대적인 집행력을 갖추게 만드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위세를 지닌 절대적이고 무자비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이렇게 해야만 사람들이 직접 인법을 천도보다 두려워하고 순종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인법이 제정된 후에는 단지 한 장의 백지에 불과할 뿐이므로 반드시 강력한 ‘세력’을 빌려 그것을 강제로 집행하고 보편적으로 추진한 후에야 비로소 인법이 위력을 갖게 되고 비로소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순종하게 만들 수 있다. 세력이 충분히 강해야지만 인법이 강해질 수 있기에 양자는 하나로 합쳐져 서로를 더욱 강화시킨다.
법가는 각종 수단을 통해 천하의 모든 권세를 최종적으로 군왕(君王 임금) 한 사람의 손에 집중시키고, 그가 천하 모든 생명의 생사존망을 관장하고, 생사여탈권을 쥐게 만들어 군왕이 ‘하늘’을 대신하게 한다. 이렇게 군왕과 인법이 하나로 합해지면 인법이 군왕의 세력을 타고 강제 집행되어 천하에 보급될 수 있다. 군왕 역시 인법에 의지해 천하 백성들을 통제하여 더욱 강력한 세력을 모을 수 있다. 결국 인법이 군왕이 되고, 군왕이 곧 인법이 된다.
도가에서 존중하고 따르는 천도(天道)는 천지 만물을 만들고 또 천지만물을 객관적으로 존재하도록 지켜주는 가장 완벽한 기제이자 유일한 준칙이기 때문에 도가는 선진(先秦 진시황이 통일하기 이전) 시기에 ‘태일(太一)’이라 불렸다.
하지만, 법가는 인법으로 천도를 대체하기 위해 반드시 인법을 천하 백성의 유일한 준칙으로 삼아야 했다. 때문에 천하에 인법을 관장하는 두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으며 천하의 모든 권세는 반드시 한 사람의 손에 집중시켜야 했으니 이것이 기초이다.
천도를 인법으로 완전히 대체한 후, 인류 도덕의 평형점을 파괴시켜 인류의 시비선악(是非善惡)의 가늠하는 표준을 깨뜨리고, 아울러 인법을 새로운 도덕의 평형점이자 시비(是非)표준으로 삼아, 사람이 하늘을 대신하는 새로운 변이사회를 만든다. 이렇게 하면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바로 인류 도덕을 완전히 파괴시켜 음양반배(陰陽反背)의 천상(天象)을 초래한다.
법가는 완전히 도가 사상을 도용(盜用)했지만, 그것은 도가사상을 철저히 왜곡하고 전도시켰다. 도가치국의 핵심 기제는 천도지만, 법가치국의 핵심 기제는 인법이다.
도가치국의 최종목적은 천하를 모두 대도(大道)로 되돌리는 것으로 이 자동적이고 완벽한 기제의 작용 하에서 자동적으로 운행해 본성에 따라 행동하고 무위의 다스림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가치국의 최종목적은 최종적으로 인법으로 천도를 대체해 천하의 유일한 법칙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세력의 작용 하에서 천하를 완전히 인법에 굴복하게 만들고, 인법의 통제 하에서 자아를 기계적으로 운행해 소위 ‘무위의 다스림’에 도달하려는 것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의 다스림은 일체 외부 수단의 간섭에서 벗어나 천하가 도(道)속에서 자동적으로 가장 조화롭고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게 하고, 자연 만물이 공생공존(共生共存)하며, 천지창생(天地蒼生)이 행복과 아름다움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법가에서 말하는 무위의 다스림은 전적으로 인위적인 수단에 의지해 천도를 인법으로 대체하고, 인류의 도덕을 훼멸함으로써 인류의 욕망을 좌우지하여 천하를 통제하려는 목적에 도달하고 극도의 집권적인 군주전제(君主專制)를 수립해, 천하 백성을 군주를 위한 노역의 도구나 전쟁 기계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도가치국은 되돌아가는 것으로, 백성의 사심과 욕망을 끊임없이 감소시키고 후천적인 오염을 제거함으로써 천하를 선천의 순진무사(純真無邪)한 상태로 되돌리고, 어떠한 인위적인 강제 수단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완전히 생명의 선천적인 본성에 순종해 천도의 힘을 빌려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것이다.
법가치국은 방향에 있어 도가와 완전히 반대되는 것으로 그것은 강권, 폭력, 권모술수와 이익의 유혹 등 수단에 전적으로 의지해 인류의 마성(魔性)과 욕망을 확대하고 방종함으로써 인류의 욕망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천하를 좌우지하려는 목적에 달성하려는 것이다.
법가는 기점이 극단적이고 사악하기 때문에 지혜란 전혀 없고, 그것이 설사 도가사상을 표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도가의 껍데기조차 얻지 못한 채 완전히 도가를 왜곡하고 전도시켜 반대로 만들어버렸다. 앞서 들었던 비유처럼, 만약 도가가 순진무사(純真無邪)한 아이라면, 알몸으로 엉덩이를 내놓고 어디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법가가 도가를 베낀 결과는 짐승의 욕망으로 가득한 성인이 알몸으로 거리를 다니며 음란한 짓을 하는 것으로 이는 인간 세상을 짐승의 나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공산당의 치국 수단은 대부분 다 법가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것은 법가의 가장 사악하고 패괴(敗壞)한 부분을 계승했고 아울러 역사 속에서 성숙하게 실천해 오늘날 응용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법가는 군주 한 사람이 천하의 모든 권세를 독차지하는 것이라면, 공산당은 일당(一黨)이 천하의 모든 권세를 독차지하는 것이다.
법가는 인법으로 천도를 대체하고 인간의 도덕표준을 대체했다면, 공산당은 무신론(無神論)으로 천지신령에 대한 인류의 신앙을 직접 멸절시키고, ‘공산당 이론’으로 천도(天道)를 대체하고, 당성(黨性)으로 인성을 대체해 인류의 도덕표준으로 삼았다.
법가의 기점이 악과 마성이라면, 공산당의 기점은 증오와 투쟁이다. 그것들은 모두 권모술수와 수단을 가지고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욕망을 통제함으로써 천하 백성을 노예로 만들어 매 사람을 통제하는 목적에 도달하려 한다.
법가는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직접 인류의 욕망과 공포를 겨냥해 통제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특징은 법가가 마치 마약이나 각성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데, 복용 즉시 사람의 정신을 극도로 흥분시켜 초상적인 폭발력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후 인체와 정신에 대한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막심하다. 즉, 법가가 단기간에 신속하게 국력을 강화시킬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이 일체를 훼멸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역사적으로 진조(秦朝)가 법가를 비교적 중시했던 것 외에 그 후 어느 조대에서도 법가를 중용한 적은 없었고, 모두 외유내도(外儒內道)란 모델 하에서 나라를 다스렸다. 천도를 핵심으로 삼는 이것은 또한 중화신전문화의 주맥(主脈)이며, 중국이 존재하는 근본이다. 또 진조(秦朝)도 법가를 완전히 적용한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채택하고 다른 치국 방식과 겸용했을 뿐이다. 진시황(秦始皇)은 본인이 수도하는 사람이었고 천도를 존중했으며 단지 비상시기에 법가를 일부 차용했을 뿐이다.
(계속)
원문위치: https://zhengjian.org/node/242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