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능오(淩悟)
【정견망】
(29)
당승 일행은 또 타라장(駝羅莊)에 와서 이(李)씨 노인이 집에 묵었다. 이 노인은 3년 반 전에 한 요괴가 마을을 찾아와 소란을 피워 마을 사람들을 두려워 떨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손오공과 저팔계가 나서서 이를 잡으니 붉은 구렁이가 요괴로 변한 것이다. 오공 형제는 백성들에 대한 해악을 없애기 위해 요괴를 제거한다. 이는 또 당승 사도 수련의 공과(功果)를 표현한 것으로 즉 처음으로 이런 능력을 단독으로 사용해 요마(妖魔)를 제거하고 중생을 널리 제도한 것이다.
또 그 붉은 구렁이 역시 암시 작용이 있다. 타라장 밖 서천(西天)으로 가는 길에 팔백 리에 달하는 희시동(稀柿同)이 있는데 마치 썩은 진흙 연못처럼 냄새가 너무 심해서 아무도 지나갈 수 없었다. 사실 이 역시 어리석은 인류가 처한 더러운 현실 환경에 대한 비유인데, 수련인의 사상, 심령(心靈), 경계는 반드시 정체적으로 승화해 마치 진흙 속에 피지만 오염되지 않는 연꽃과 같아야 함을 은연중에 알려준다.
이 회에서 저팔계가 신통변화를 펼쳐 거대한 힘으로 서천취경을 위해 깨끗한 길을 개척한다. 이는 바로 한 수련자의 심지(心智)가 전면적으로 성숙한 표현이자 표지다. 때문에 “더러운 진흙을 벗어나 도심(道心)이 깨끗해지고” “편안하고 가로막힘 없이 연화대에 절을 올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당승 사도 일행이 제왕의 도읍인 주자국(朱紫國)에 도착했을 때 마침 국왕이 중병에 걸려서 병을 고쳐줄 신의(神醫)를 찾는다는 방을 내걸었다. 손오공이 황제의 방을 보고 이를 떼어내는데 당승의 의심을 산다. 왜냐하면 당승은 한 번도 오공이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연 여러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공은 비단 줄을 연결해 황제를 진맥하고 국왕이 놀라고 근심을 많이 해서 생긴 병이라고 확진하고 쌍조실군(雙鳥失群 한 쌍의 새가 짝을 잃고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이는 증상)이라 명명했다.
또 오금단(烏金丹) 3알을 만들어 국왕에게 무근수(無根水)로 마시게 했다. 과연 국왕은 오금단을 먹고 네댓 차례 변을 보더니 오랫동안 쌓였던 쌀밥 한 덩어리를 토한 후 갑자기 몸이 회복되었고 정신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어서 그는 또 3년 전에 한 요괴가 나타나 금성황후를 납치한 후 근심 걱정으로 병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에 오공이 자원해서 요괴가 사는 기린산 해치동(獬豸洞)을 찾아가 지혜와 꾀를 사용해 상대방의 자금령(紫金鈴)이란 3개의 방울을 훔쳤다. 이 방울은 각기 연기, 불, 모래를 뿜어낼 수 있는데 위력이 대단하다. 이렇게 요괴를 무력화시키고 막 죽이려던 찰라 관음보살이 현장에 나타났다. 알고 보니 그 요괴는 관음보살이 타던 금모수(金毛獸)였다.
원래 주자국 국왕이 태자로 있을 때 교외에 사냥을 나가 암수 공작 한 쌍을 보고 활을 쏘아 상처를 입혔다. 그런데 이 공작은 바로 서방 불모(佛母) 공작대명왕(孔雀大明王) 보살의 두 아이들이었다. 이에 이번 재앙이 발생한 것이다. 금모수가 이 일을 마음에 새겨두었다가 사심(私心)을 품고 하계(下界)로 내려와 “황후를 속이고 왕의 재앙을 없애준 것이다. 지금 이 3년의 기한이 다했으니 원업(冤業)이 끝나가는 터에 마침 네가 와서 왕의 병을 고쳐준 것이다. 나는 이 요사한 녀석을 데려가려고 특별히 온 것이다.”
관음은 손오공에게 말을 마친 후 금모수를 타고 남해 낙가산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손오공의 첫 번째 치료인데 이것은 그가 불법(佛法)을 수련해 이 방면의 지혜가 열려서 원하는 대로 사용한 것임을 입증한다. 하지만 주자국 왕에게 있어서 병 치료는 표치(表治)에 불과할 뿐 근치(根治)하려면 마음을 치료해야 했다. 그러므로 대도(大道) 수련은 직지인심(直指人心)이고, 신불(神佛)의 일 역시 사람의 심령을 치료해 중생을 널리 구도하는 것이다. 국왕의 병 및 금성황후의 실종이란 이 까닭 모를 재앙은 모두 국왕이 젊을 때 사냥과 살생으로 인해 조성된 것이다.
수련자는 이런 좋지 않은 취미와 집착을 마땅히 제거해서 더 이상 업을 짓고 보응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분석하자면 주자국은 바로 제왕의 표지이고, 그가 먹은 종자(粽子)도 정종(正宗)을 의미한다. 이것은 수련자가 공(功)을 이루고 원만한 후 그 세계의 법왕(法王)이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수련자들은 얻음과 잃음을 근심하는데 마치 국왕이 근심하고 의심하는 것과 같다. 동시에 금성황후라는 이런 영예도 사라졌다. 사실 수련계에는 감당한 만큼 얻는다는 한 마디 말이 있다. 당신이 일을 하고 수련한 것이 보답받지 못할까 걱정하지 마라. 오직 감당하고 노력하고 정진했다면 수련에서 최종적으로 과보(果報)를 얻을 것이다.
이것을 일컬어 “인연이 있어 근심병 다 씻어내고 사념(思念)이 사라지니 마음이 편안해지네.[有緣洗盡憂疑病,絕念無思心自寧]”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관음보살이 금모수의 목에 걸던 자금령 3개를 손오공에게 돌려달라고 한다. 이것은 바로 “금모후 목의 방울을 누가 풀 수 있는가? 방울 푸는 것은 방울을 매어준 사람에게 물어야 하네”라는 것이다. 이는 이 모든 일의 발생 및 인류라는 이 큰 역사 연기의 시작과 종결은 마땅히 우주의 주불(主佛) 한 분의 손에 달려 있음을 암시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제66회 미륵불의 신비한 출현이 바로 만법귀일(萬法歸一) 및 대일통(大一統 하는 결말의 진정한 시작이자 전개다.
(30)
당승 사도는 또 반사령(盤絲嶺) 반사동(盤絲洞)에 왔는데 이곳에는 일곱 명의 여자 요정들이 있었다. 그녀들 중 일부는 바느질을 하고 있었고 일부는 공을 갖고 놀고 있었다. 당승이 동냥을 위해 그녀들의 굴에 들어가자 뜻밖에도 그에게 사람 고기로 만든 만두를 먹으라고 강권한다. 당승이 이를 간파하고 단호히 거절하자 일곱 요괴들은 그를 묶어놓고 탁구천(濯垢泉)으로 간다. 본래 목욕을 마친 후 굴로 돌아와 당승을 쪄 먹으려 했다.
모든 계략이 드러나자 오공이 이번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하니 팔계가 자발적으로 온천에 가서 여자 요괴들을 없애려 했다. 하지만 저팔계는 온천에서 여자 요괴들이 노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온 뜻을 망각하고 메기 요정으로 변해 물속에서 그것들과 희롱하다 정신이 피로해진다. 놀다 지친 후에야 비로소 요정을 때려죽이려 했지만 요괴들이 방출한 천만 가닥 실에 묶여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들은 이에 급히 도망쳐 다시 동굴로 돌아갔다. 각자 양아들인 일곱 벌레에게 목숨을 걸고 지키라고 명령하고 자신들은 함께 사형이 거처하는 곳으로 도망친다.
이 일곱 벌레들은 결국 손오공이 변신한 일곱 마리 매에게 잡아 먹힌다. 당승을 구한 후 저팔계가 불로 요괴의 동굴을 파괴해 정근(情根 정의 뿌리)이 오는 길을 차단한다.
여기서 일곱 요정이란 바로 사람의 칠정육욕(七情六慾)에서 칠정의 화신(化身)이다. 사람이 미혹 속에 사는 것은 바로 이런 정(情)속에서 사는 것이다. 정이란 마치 일곱 요괴가 토해낸 꼬인 실타래와 같은 것으로, 천만 개의 실타래에 얽히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다. 또 세 요괴가 공놀이를 한 것 및 당승의 이전 행동은 업(業)이 이미 수련자가 하면서 구함이 있으니 곧 무형중에 천만 가닥 정사(情絲)에 괴롭게 얽매여 스스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표명한다.
또 손오공이란 본심(本心)은 본래 이미 혜안으로 악을 식별했지만 스스로 구실을 찾아 즉각 요괴를 죽이지 않았다. 저팔계란 본능(本能)이 좀 흐리멍덩해졌지만 청성해진 후 손을 썼을 때 정신을 차린 요괴들이 도리어 팔계를 한번 제압하고 탈출하게 만들어 한 차례 화근을 남겼다. 이는 한 차례 심각한 교훈으로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수리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다음부터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당승 일행이 계속 걸어가 어느 도관에 도착하니 이름을 황화관(黃花觀)이라 했다. 그런데 이 도관의 도사는 바로 지네 정령이 변한 다목(多目)요괴로 일행을 정전에 들어오게 한 후 담화를 나눈다. 뒷방에서 소식을 들은 일곱 거미 요괴들이 그 도사를 뒷방에 데려가 자신들이 손오공과 저팔계에게 쫓겨난 원한을 이야기한다. 이는 백 개의 눈을 가진 이 마왕[百眼魔王]을 정말 화나게 해서 독성(毒性)이 크게 폭발했다. 그는 즉시 도동(道童)에게 명령해 대추차에 극독을 넣은 후 당승 일행 네 사람에게 바치게 했다.
당승과 팔계, 오정 세 사람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차를 마신 뒤 거품을 토하며 의식을 잃는다. 오직 오공만이 음모를 간파해 차를 마시지 않았고, 이후 또 다목요괴 및 거미 요괴와 싸워 거미 요괴들을 다 해치운다. 손행자는 이후 여산노모의 점화를 받아 자운산 천화동(千花洞)을 찾아가 비람파(毗藍婆)보살을 청해와 신침(神針)으로 다목요괴의 금광마법술(金光魔法術)을 깨뜨린다. 이 비람파 보살은 또 3알의 해독단(解毒丹)을 꺼내 오공에게 당승 등 세 사람에게 먹여 그들의 목숨을 구한다. 동시에 또 여러 사람을 해친 이 지네 요정을 거둬간다.
여기서 지네 정령인 다목요괴는 사실 복수의 화신이다. 사랑, 미움, 정, 원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해 화를 내고 분노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미움이 생기는데, 인간 세상의 희극과 비극은 대체로 이것 때문이다. 이 독약은 몇천 년 동안 정에 미혹된 수많은 여자와 남자들을 죽여왔다. 그러므로 수련인은 반드시 제때 이를 잘라 재앙의 근원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욕망의 그물을 열고 정의 감옥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과 원한이란 이 한 쌍의 자매가 평생동안 끊임없이 교란할 것이다.
진실로 다음과 같다.
“정욕(情慾)의 원인은 늘 마찬가지라
정과 욕망이 있음은 본래 그런 것
사문에서 수련하는 많은 사람들아
욕망을 끊고 정을 잊음이 바로 선(禪)이라네
뜻을 품고 마음을 단단히 하고
티끌 하나 없어야 하늘에 달이 뜨네
공행(功行)이 진보할수록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니
수행 끝나 공을 이루면 대각(大覺)의 신선이라네
情慾原因總一般
有情有慾自如然
沙門修煉紛紛士
斷慾忘情即是禪
須著意,要心堅,一塵不染月當天
行功進步休教錯,行滿功完大覺仙”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56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