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제자
【정견망】
《서유기》의 가사는 바로 여래의 보물로 큰 복분(福分)이 없다면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잃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흑풍 요괴는 훔칠 수 있었는가? 대체적으로 연분으로 온 것이 아니겠는가, 흑풍 요괴는 최후에 불가(佛家)에 귀의하기 때문이다.
1. 인연 있는 사람이라야 가사를 볼 수 있어
그가 다가와 물었다.
“거기 문둥이 중, 그 가사는 얼마에 파는가?”
보살이 말했다.
“가사는 오천 냥이고 석장은 이천 냥입니다.”
그 어리석은 중이 웃으며 말했다.
“저 두 문둥이 중이 미쳤거나 바보로군. 이따위 물건 두 개를 은 칠천 냥에 팔겠다고? 몸에 걸치면 불로장생하거나 부처님이 된다 해고 그렇게 비싸진 않을 거다. 가지고 가 안 사!”
보살은 더 실랑이하지 않고 목차와 함께 앞으로 더 걸어갔다. 이렇게 한참을 가다 동화문(東華門) 앞에 이르러 마침 퇴청하던 재상 소우를 만났다. 앞에선 길잡이들이 길을 비키라 외쳤지만 보살은 공공연히 비키지 않고 길 한복판에서 가사를 들고 곧장 재상을 맞이했다. 재상이 말을 멈추고 살펴보니 가사가 번쩍번쩍 빛을 뿌렸다. 그래서 하인을 시켜 가사 파는 이에게 값을 물어보게 하니 관음보살이 대답했다.
“가사는 오천 냥이고 석장은 이천 냥입니다.”
소우가 말했다.
“무슨 좋은 점이 있길래 그리 비싸단 말인가?”
보살이 말했다.
“가사에 좋은 점도 있고 좋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또 돈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우가 말했다.
“좋은 점은 무엇이고 좋지 않은 점은 무엇이오?”
보살이 말했다.
“제 가사를 입으면 타락에 빠지지 않고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며 악독한 난을 만나지 않으며 범과 이리의 횡액을 입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좋은 점입니다. 다만 탐욕스럽고 음탕하며 남의 재앙을 즐기는 어리석은 중, 재계(齋戒)하지 않는 승려, 경전을 훼손하고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평범한 자는 이 가사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좋지 않은 점입니다.”
(《서유기》 제12회에서 인용)
2. 요승(妖僧)이 한번 보고는 뜻밖에 목숨을 잃고 황천에 가다
그 노화상이 이 보물을 보자 과연 간사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는 삼장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는 눈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제자는 정말 인연이 없습니다!”
삼장이 그를 일으켜세우며 말했다.
“노원사(老院師)께선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가 말했다.
“어르신의 이 보배를 방금 펼쳐놓으셨는데 날이 이미 저문 데다 제 눈이 어두워서 자세히 볼 수 없으니 어찌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삼장이 말했다.
“등불을 가져와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노승이 말했다.
“어르신의 보물이 이미 빛을 발하고 있는데 불까지 밝히면 눈이 어지러워질 정도로 빛날 것이니 자세히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행자가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보면 잘 볼 것 같소?”
노승이 말했다.
“어르신께서 관대한 은혜를 베풀어 제가 이걸 뒷방에 가져가 밤새 자세히 구경한 다음 내일 아침 서역으로 떠날 때 돌려드리면 좋겠는데 어르신의 뜻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서유기》 제16회에서 인용 )
3. 흑풍괴가 귀의를 원하니 보살과 인연이 있어
그 요괴가 두 말 없이 말했다.
“진심으로 귀의하겠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행자가 시간을 지체할까 두려워 냉큼 때리려 하자 보살이 급히 제지하며 말했다.
“죽이지 말거라, 내가 쓸 데가 있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이런 요괴를 죽이지 않고 남겼다 대체 어디에 쓰시려고요?”
보살이 말했다.
“우리 낙가산 뒤에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데려다 산지기 신으로 쓰려고 한다.”
행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과연 고통에서 구원하는 자비로운 분이시군요, 한 생령도 버리지 않으시니. 만약 노손(老孫)이 이런 주문을 알고 있었더라면 제기랄 천 번도 더 외웠을 텐데! 이참에 검은 곰들을 몽땅 혼내줄 수 있었는데.”
한편 그 요괴는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고통을 참기 힘들어 그저 땅바닥에 무릎 꿇고 애원하는 수 밖에 없었다.
“목숨만 살려주시면 정과(正果)에 귀의하겠습니다.”
보살이 상서로운 빛을 뿌리며 또 그의 정수리에 마정수계(摩頂受戒)하고 장창 잡는 법을 가르쳐 곁을 따르게 했다. (《서유기》 제17회에서 인용)
4. 정념으로 요마(妖魔)를 몰아내고 마음이 선하면 복은 저절로 얻어
흑풍 요괴는 결국 불가에 귀의했으니 이는 그 자신이 불가와 인연이 있음을 설명한다. 때문에 가사를 훔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연분이 없었던 방장은 한번 보자마자 곧 사념(邪念)이 생겨 오히려 성명을 잃고 말았다.
《서유기》의 많은 요괴들이 모두 당승을 잡아먹으려 했지만 사실 당승에게는 몸을 지켜주는 가사와 석장이 있었기에 그를 아예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기왕에 가사를 입으면 ‘타락에 빠지지 않고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며 악독한 난을 만나지 않으며 범과 이리의 횡액을 입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 왜 당승은 여전히 그렇게 많은 난을 만났단 말인가?”
사실 《서유기》에서 만난 마(魔)들은 모두 사도 4인의 심성제고와 관련이 있으며 아무 연고도 없는 것은 아예 나타날 수 없다. 이는 대체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 가지 원인이다. 고인(古人)은 “일념(一念)이 선하면 길신(吉神)이 따르고 일념이 악하면 여신(厲神 재앙의 신)이 따른다.” 오직 마음이 선해야지만 일체가 다 좋아질 수 있으며 악인에게는 기다리는 좋은 일이 없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492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