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제자
【정견망】
《서유기》에서 우리는 여래가 가장 높고 보살이 두 번째라고 인정한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로 그러한가? 어쩌면 여래보다 더 높은 무수한 신(神)들이 바로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다. 《서유기》 제58회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1. 여의봉은 신기해서 예측할 수 없고 당신은 몰라도 그는 당신을 안다
《서유기》의 금고봉(金箍棒)은 손오공의 말을 따르지만 손오공은 오히려 그를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알아들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금고봉 자체가 바로 손오공을 초월하는 신(神)이다.
용왕이 말했다.
“그건 대우(大禹)가 물을 다스리실 때 강과 바다의 깊고 얕은 곳을 다지던 것인데 그게 신철(神鐵)이긴 하지만 무슨 쓸모가 있겠소?”
용왕 왕비가 말했다.
“저 분이 쓰건 말건 내주시고 저 분이 어떻게든 모양을 만들어서 궁궐 밖으로 나가게 하면 그만이죠.”
용왕이 이 말을 따라 오공에게 모두 말해주자 오공이 말했다.
“가져와서 보여주시오.”
용왕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건 메어 옮길 수도 들어 옮길 수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상선(上仙)께서 직접 가보셔야 합니다.”
오공이 말했다.
“어디에 있소? 당신이 안내하시오.”
용왕이 그를 이끌어 해장(海藏 바다 창고) 중간에 이르자 문득 만 길 금빛이 보였다.
용왕이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오공이 옷깃을 걷어 올리고 앞으로 나아가 손으로 만져 보니 굵기가 대략 한 말이고 길이는 두 길이 넘는 쇠기둥이었다. 그는 두 손으로 힘껏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너무 굵고 너무 길구나. 좀 짧고 가늘면 쓸만할 텐데.”
그런데 이 말이 끝나자마자 보물이 정말로 더 짧고 가늘어졌다. 오공이 아주 기뻐하며 바다 창고[海藏]에서 들고 나와 살펴보니 양쪽 끝에 금테가 있고 중간은 오철(烏鐵 검은 철)로 만들었는데 금테 부근에 한 줄로 “여의금고봉 일만삼천오백 근[如意金箍棒一萬三千五百斤]”이라 적혀 있었다.
오공이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틀림없이 이 보물은 사람 마음대로 변하는 게로구나.”
오공이 걸어가면서 속으로 중얼거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조금 더 가늘고 짧았으면 좋겠다!”
밖으로 갖고 나와보니 길이는 두 길 남짓하고 굵기는 사발만 했다.
(이상은 《서유기》 제3회에서 인용)
2. 다른공간에 생존하는 육이미후(六耳獼猴)
《서유기》의 모든 생명들이 여래를 제외하면 다 육이미후의 출처를 몰랐고 그가 어떻게 사는지는 더욱 몰랐다. 더 신기한 것은 그가 지닌 금고봉은 또 어디에서 나왔는가!
여래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법력(法力)이 광대하지만 그저 여러 하늘[周天 역주: 삼계 내 여러 층의 하늘이란 뜻에서 온 하늘로 번역한다]에서 일어난 일을 두루 알 수 있을 뿐, 온 하늘의 일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온 하늘의 사물을 두루 알지 못하고 온 하늘에 퍼진 생물의 종류를 널리 알지도 못한다.”
보살이 온 하늘에 퍼진 생물의 종류에 대해 가르침을 청하자 여래가 비로소 말했다.
“온 하늘에는 천(天), 지(地), 인(人), 신(神), 귀(鬼) 다섯 종류의 신선이 있고, 생물의 종류에는 달팽이류, 비늘 달린 것, 털 달린 것, 깃털 달린 것, 곤충 등 다섯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놈은 다섯 신선에도 다섯 생물에도 속하지 않는 놈이다. 또 네 종류의 원숭이가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그것들은 이상 열가지 생물의 종류에 들어가지 않는다.”
보살이 말했다.
“그 네 종류 원숭이에 대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여래가 말했다.
“첫째는 영명한 돌 원숭이[靈明石猴]로 변화에 능하고 천시를 깨닫고 지리를 알해 별자리를 옮길 수 있다.
두 번째는 적구마후(赤尻馬猴 붉은 엉덩이를 지닌 마후)인데 음양(陰陽)을 깨닫고 인사(人事)를 알며 출입(出入)에 능해 죽음을 피하고 삶을 연장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통비원후(通臂猿猴)인데 해와 달의 운행을 장악해 산을 줄이고 길흉을 판별할 줄 알며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네번째가 육이미후(六耳獼猴 귀가 여섯 개 달린 미후)인데 소식을 잘 듣고 이치를 잘 살피며 전후 사정을 알아 모든 만물에 환하다. 이 네 종류의 원숭이는 열 종류의 생물에 속하지 않고 이승과 저승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내가 보니 가짜 오공이 바로 육이미후이다.”
(《서유기》 제58회에서 인용)
3. 하늘 밖에 하늘이 있고 신(神) 밖에 또 신이 있어
사실 우리 주변의 나무 하나 풀 하나도 어쩌면 고층(高層)의 물질일 것이다. 우리 몸의 한 세포도 어쩌면 우리보다 더 높은 물질일 수 있다. 적어도 그 물질의 배후는 또 무궁무진한 것이다. 우리가 보는 하나의 입자를 더욱 미시적인 곳에서 보면 아마 우리 층차보다 훨씬 높을지 모른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보물들은 다 천지가 개벽(開闢)될 때 남겨진 것이다. 그럼 보살의 꽃병이나 노자의 금강탁은 신선 자체보다 더 높은 게 아닌가? 아마 그럴 것이다. 《서유기》에는 육이미후 외에도 또 신선들이 모르는 두 가지 원숭이가 있으니 그들은 어느 공간에서 살아가는가? 말하자면 정말로 불가사의하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49207